국회 병역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남은 방법은 정부의 병역법 시행령 개정뿐
BTS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국회에서의 병역법 개정 논란은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0년에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허용은 이뤄지지 못했고 대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은 대중문화예술인은 만 30세까지 군 입대를 미룰 수 있게 됐다. 진은 1992년 12월 4일생으로 올해 12월 4일이 되면 만 30세가 된다.
이로 인해 진은 27세에서 30세로 3년 동안 더 군 입대를 미룰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BTS도 올해 말까지 팀 활동이 가능해졌다. 어찌 보면 국회 역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허용이라는 숙제를 3년 뒤로 미뤄뒀던 셈이다. 국회는 2020년 병역법 개정 이후에도 꾸준히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제도를 두고 논의를 이어갔고 이를 통해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계속 ‘계류’ 중이다.
더 미룰 수 없는 ‘숙제’의 만료 기간이 6월 30일로 임박했지만 그때까지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다. 현재 국회는 하반기 원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어 물리적으로 볼 때 병역법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병역특례제도 허용을 담은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올해 상반기에 병역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21대 국회 상반기에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는 성일종 의원이 하반기에 국방위에 남을지, 다른 상임위로 갈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병역법 개정안 내용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진의 경우 내년 1월에 징집이 되면 가야 한다”면서 “6월에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은 현 국회의 상황을 봤을 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진은 군대를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6월까지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일반적인 공포기간 6개월을 3개월로 줄이는 방법이다. 공포기간이 3개월 줄어들면 6월이 아니라 9월까지만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된다.
국회 상임위에서 개정안 수정 논의를 통해 공포기간을 통상적인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일 수도 있는데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결국 진 한 명을 위해 공포기간까지 줄인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자칫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대통령이 결심하면 될 문제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정부가 병역법 시행령에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16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도 특례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당시 대표팀 선수 가운데 군 미필자들이 병역특례를 받았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역시 4강에 오르며 병역특례를 받았다.
그렇지만 월드컵에 이어 WBC에서도 병역특례가 인정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인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에서만 연이어 이례적인 병역특례가 인정되자 비인기 종목과 아마추어 종목에서 형평성 문제가 거듭 제기됐다. 결국 2007년 병역법 시행령에서 다시 월드컵 16강과 WBC 4강을 병역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을 6월 이내에 통과시키지 않을지라도 병역특례의 길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WBC 때처럼 정부 주도로 병역법 시행령을 바꾸면 된다. 시행령은 공포와 동시에 바로 시행하거나 2주 정도로 짧게 공포기간을 정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장이던 홍명보 선수가 김대중 대통령의 격려 자리에서 병역문제 해결을 건의했고 정부는 사흘 뒤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해 병역특례 혜택을 줬다.
문제는 병역법 시행령 개정 관련 부서인 국방부와 병무청은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허용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조복연 병무청 차장과 박재민 국방부 차관 등이 참석한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성일종 의원은 “여러분(국방부와 병무청)은 책임 안 지고 국회가 해주면 그대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 욕먹기 싫다, 국회의원들 욕먹어라. 국민 여론이 무서워 어떻게 비난받을지 모르니 그것을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역시 BTS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정치적 부담이 된다. 또한 국방부와 병무청은 병역자원 감소, 병 복무 기간 단축 등으로 적정 상비 병력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병역특례 대상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굳이 반대까지는 아닐지라도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병무청은 찬성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BTS의 군 입대가 임박할수록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에 동의하는 이들의 국방부와 병무청을 향한 비난 여론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게다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결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커질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