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특수통 아니면…’ 좌천 예감에 사의 고민, ‘검사장 못될 바에야…’ 돈 때문에 관두는 경우도
하지만 서초동 변호사업계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정권이 바뀌면서 승진을 기대하기 힘들거나 ‘돈’을 벌고자 하는 검사들이 과감하게 옷을 벗으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5월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최근 2년 동안 근무한 적이 있는 곳의 사건은 맡을 수 없게 되는 등 전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빨리 나오는 게 돈 벌기는 유리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작된 사직 러시…“비주류 검사들의 우려감 반영”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사건을 수사했던 부장검사들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다. 박기태 부장검사뿐 아니라, 2020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윤 대통령의 장모 최 아무개 씨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박순배 광주지검 형사2부장검사(사법연수원 33기)도 그만두겠다는 뜻을 법무부에 전달한 상태다.
이 밖에도 서울중앙지검 최창민 공공수사1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 김경근 공공수사2부장검사(사법연수원 33기), 진현일 형사10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 김락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검사(사법연수원 33기) 등 차장검사 승진을 앞둔 기수 검사들의 사의 표명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윤석열 사단이나 특수통 출신 검사들만 중용되는 분위기를 읽은 전 정부 때 중용됐던 검사들과 비주류 검사들의 낮은 기대감이 표현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무부도 6월 말 이뤄질 인사를 벼르고 있는 상태다. 인사를 앞두고 보복인사의 상징과도 같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 정원도 4명에서 9명으로, 5명 증원했다. 관보에 따르면 법무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5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법무 행정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연구 기능 강화를 위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5명(검사 5명)을 증원한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없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은 좌천성 인사의 상징과 같은 ‘유배지’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앞선 인사에서 좌천된 바 있다. 전 정부에 친화적이었던 검찰 간부들이 대거 법무연수원으로 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소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박근혜 정부 때 승승장구했던 공안통 검사들이 대거 좌천성 인사를 통보받고 사의를 하는 일이 있지 않았느냐”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는 6월 말 인사를 통해 ‘친문 성향의 검사들을 대거 날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조금이라도 요직에 있던 이들은 사의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장관에 사법연수원 27기의 한동훈 장관이 임명되면서 기수 파괴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유력 검찰총장 후보군이었던 박찬호 검사장(사법연수원 26기)도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박찬호 검사장의 사의는 앞선 검사들의 사직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위에 몸담은 바 있던 법조인은 “박찬호 검사장의 사의는 공직에 가기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특수통과 형사, 공안통 검사들이 인사를 앞두고 분위기가 다른 것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번 인사에서 추슬러야 할 과제”라고 내다봤다.
#돈도 중요 선택지…갈수록 강화되는 '전관 규제'도 변수
하지만 결국 ‘돈’의 문제라는 게 변호사 시장의 풀이다. 전관 변호사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따져 사직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사의 전 몸담았던 소속 검찰청 사건을 맡을 수 없는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되는 등 갈수록 강화되는 전관 변호사에 대한 규제도 ‘빠른 사의’를 고민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5월 19일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되면서 현직 검사들은 최근 2년 이내에 퇴직한 전직 공직자가 자기 기관의 직무 관련자가 될 경우 그 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반드시 신고하고 해당 직무를 회피해야만 한다. 더 엄격해지고 있는 전관에 대한 규제 차원이다.
앞선 소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에서는 ‘일찍 나온 사람이 더 돈을 많이 벌었다. 빨리 나오는 만큼 전관 관련 제한에서 자유롭고 그만큼 돈 벌기에는 유리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다 보니 전관 변호사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이 사의를 고민하고 있다”며 “좌천성 인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번 인사에서 원하는 만큼의 자리를 받지 못하면 그냥 나오겠다고 하는 검사들도 적지 않다.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나와서 돈이라도 벌겠다는 선택을 하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첫 검사 출신 대통령 윤석열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검찰의 시간’이 시작되면 특수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보탠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노동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에 대한 러브콜도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가 임명되는 등 검사들이 사정기관에 잇따라 임명되면서 대형로펌들도 앞다퉈 이번 검찰 인사 전후로 옷을 벗고 나오는 검사들 중 실력자들을 빨리 스카우트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후문.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대형 로펌들마다 자신 로펌의 전관 변호사들 기수, 특화된 수사 지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스카우트 레이더를 돌리는 중”이라며 “검찰의 기업 수사가 시작된 것은 없지만, 거꾸로 기업들의 자문 문의는 대폭 늘어난 분위기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