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갈 이유 있느냐” 분위기 속 “검찰 조직에 도움 안돼” 반발도…‘윤 인연’ 유무 따라 엇갈린 반응
하지만 이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과거 금융감독원장에 검사 출신들이 여러 차례 거론된 적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 속에 “검사들의 능력이 나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특수통 출신 검사들 사이에서는 “아직 검사 출신이 임명될 자리가 더 남아 있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김오수 전 총장도 제안 받지 않았느냐'
문재인 정부 때에도 김오수 당시 검사장이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사실은 검찰 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공화국’ 인사 비판에 대해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 편중 인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 원장이 적임자”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6월 8일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수사 활동 과정에서 금감원과의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며 이복현 원장의 인사를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곳은 규제·감독기관이고 적법한 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루는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생각해 왔다”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원장은 실제 검찰 내에서 인정받은 ‘경제 수사통’이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공인회계사(CPA) 시험, 2000년 사법시험을 모두 합격한 바 있다. 검사 중에는 드문 CPA 자격증 때문에 자연스레 경제 관련 수사에 자주 참여하곤 했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사건 수사는 물론,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을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못 갈 것도 없는 자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특수통 출신의 변호사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있는 기관들의 경우 검사 출신들이 가게 되면 법률적인 판단을 잘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물론 금융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검사를 파견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을 밝혔다.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필두로, 정부 인사를 총괄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된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 대통령실 살림을 맡는 총무비서관이 된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대통령 부부를 보좌하는 부속실장이 된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 등을 두고도 ‘갈 수 있는 자리’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정부와 가까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 청와대에도 검사들이나 수사관들이 민정수석실을 비롯해 여러 곳에 파견됐고,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된 뒤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요직에 임명되곤 했다”며 “법무부 차관이나 장관, 국정원에 검사 출신이 간 게 그렇게 이상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2차장에 최윤수 검사장이 임명된 바 있다. 인사검증단이나 대통령실(과거 청와대)에 검사들이 가는 것 역시 “파견으로 계속 갔던 자리”라는 해석이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은 “윤석열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은 기대가 상당하다. 벌써부터 검찰총장 자리를 비롯해 검사들이 갈 수 있을 만한 자리에 지원 의사를 밝히는 이들도 매우 많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국민 지지 받아야 하는데 '검찰공화국' 논란 휩싸여"
앞으로도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들이 더 임명될 전망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검사 출신)가 거론되고 있고,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자리 역시 검사 출신이 임명될 것이라는 추론이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이런 자리에는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거나 특수통, 윤 사단 소속이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 섞인 추론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역시 그럴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냐”며 “선진국,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정부 소속 법조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고등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변보다 검사들이 더 능력이 있다는 전제가 깔림과 동시에, 능력 있는 검사들이 더 중용되는 것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인식이 드러난 것 같다”며 “공정위 등 사정 기능이 있는 곳에는 검찰 출신들이 역대 정부 통틀어 가장 많이 임명될 것이다. 사실 이미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예상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통이 아닌 보통의 검사들은 우려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한 현직 검사는 “검수완박 입법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법무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검찰공화국’ 논란에 휩싸인 모양새”라며 “정부 요직에 검사 출신들만 대거 앉힌 것이 과연 검찰 조직을 위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할 때에도 자신의 참모들로 ‘특수통’만 파격 중용했고, 그 과정에서 살아있는 권력과 갈등을 겪으며 본인은 대통령이 됐지만 검찰은 손발이 잘린 셈이 됐다”며 “인사를 하는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한 검찰 출신들이 계속 중용될 것이고, 그럴수록 검찰 조직이 더 정치적인 쟁점의 중심에 서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