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시행사와 보상 관련 갈등…새로 이전할 곳 모색 중
14일 서울고등법원 민사 25-2부(부장판사 김문석·이상주·박형남)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 재개발 시행사가 을지면옥을 상대로 낸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 소송 1심을 뒤집고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에 속한 을지면옥은 해당 지역 재개발 시행사에 건물을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세운지구 3-2구역에 대한 재개발 사업은 2017년 4월 시행사가 사업 인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18년 박원순 전 시장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을 강제로 철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재개발 사업이 멈추기도 했으나 이후 서울시도 을지면옥을 철거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을지면옥은 시행사와 오랜 갈등이 소송을 벌여왔다.
을지면옥은 재개발 구역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는 대신 현금을 받고 시행사에 건물을 넘기기로 했지만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시행사는 서울시 토지수용위의 수용재결에 따라 보상금 54억여 원과 영업 손실 보상금 2100여 만원을 공탁하고, 을지면옥을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을지면옥이 이에 항소하면서 시간이 지체되자 시행사는 1월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1심 법원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을지면옥은 본안 소송에서 다퉈볼 기회도 없이 현재 건물을 이용하고 있는 상태를 부정당하게 된다’며 을지면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을지면옥의 인도 거부로 시행사가 거액의 대출 이자 등 상당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고, 본안 판결을 기다려 집행할 경우 시행사에 가혹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고 시행사에 건물을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의 가처분 판결을 끝으로 을지면옥은 25일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하고 건물을 떠나기로 했다. 아직까지 새로운 이전 장소는 구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면옥은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김경필 씨 부부가 1969년 경기도 연천에 개업한 ‘의정부 평양냉면’에서 갈라져 나온 곳이다. 세운지구 3-2구역에는 1985년 자리 잡아 37년 간 한 자리를 지켜왔다. 김 씨 부부로부터 독립한 첫째 딸이 중구 필동에 필동면옥을 세웠고 둘째 딸이 을지로에 을지면옥을 세웠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