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총장’ 불가피한 상황, 희망자 확 줄어…25기로 맞춘 일선 고검장들 차차기로 보는 게 적절
검찰 내부에서는 ‘외부(검찰 출신) 인사’ 낙점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후곤 서울고검장, 이두봉 대전고검장 등 사법연수원 25기 출신 고검장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는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25기가 모두 고검장이 된 만큼, 이번이 아니라 2년 후 차차기 총장으로 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만 외부에서 ‘희망자’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검사장 이상을 역임한 20~24기 사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총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인사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식물총장이 될 자리를 누가 가고 싶겠느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 사이 이뤄진 대규모 검찰 인사
6월 29일 기준 윤석열 정부 검찰총장 공석 상태가 53일인 셈인데, 그동안 검찰총장 공석 기간에 비하면 그리 긴 편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채동욱 총장은 임명되기까지 124일이 걸린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도 않은 점과 후보 추천 및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최소 한 달여의 시간은 더 필요하다. 특히 한창 진행 중인 대규모 검찰 인사 일정까지 고려하면 공백은 100여 일에 이를 수도 있다.
자연스레 비판이 나온다. 검찰청법에는 법무장관이 검사 인사를 하려면 검찰총장 의견을 듣도록 돼 있는데,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법무부가 주도하는 인사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임명까지 두세 달 넘게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은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 인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2009년 8월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둔 상태에서 검사장급 인사가 발표된 적이 있지만, 당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김 후보자와 협의를 거쳐 인사를 진행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총장에게 3분의 1의 인사권이 있다고 본다면, 새로 임명될 검찰총장은 시작부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검사장급, 중간간부(차장·부장·부부장검사), 평검사 인사가 차례로 진행 중이다. 이미 고위간부급 인사와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급 인사가 한 주 간격을 두고 이뤄졌고, 평검사 인사도 곧 단행될 예정이다.
새로 임명될 총장이 식물총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총장은 통상적으로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한 수사를 담당하거나 지휘하는 곳에 자신의 사람을 추천할 수 있었다. 이미 이뤄진 검사장급 인사에서 대검찰청 부장(검사장급) 및 일선 지검장은 모두 정해졌다. 총장에게 주어진 인사 관련 발언권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부장급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신임 총장은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총장에게는 대검찰청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여러 현안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새로 임명될 총장은 검찰 내에서 ‘영향력’이 가장 없는 상태로 임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법무부와 대통령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6월 27일 퇴근길에 만난 기자들의 질의에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 인선 뒤로 다른 인사를 미룬다는 건 제대로 일을 안 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며 “검찰이 빨리 체제를 갖춰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검찰에 산적한 업무가 많고, 과거 전례가 없었던 일도 아니”라고 답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역시 출근길 도어스테핑(현안 질문) 자리에서 “우리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과 잘 소통해서 했다”며 한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다들 ‘손사래’ 중?
누가 차기 총장이 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낙점된다면 법무·검찰 내 고검장급 이상 8명이 거론된다. 가장 높은 기수인 여환섭 신임 법무연수원장이 사법연수원 24기이고, 그 외 서울과 수원, 대전과 대구 등 6곳의 일선 고검장은 모두 사법연수원 25기다. 검찰총장 공석으로 직무 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 차장만 27기다.
이미 단행된 인사를 고려할 때 검찰총장 기수는 24~25기 중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더 밑으로 내려갈 경우 고검장 인사도 새로 해야 할 수 있다. 이원석 대검 차장을 총장으로 낙점하기라도 한다면, 25기 일선 고검장들 모두와 26기 일선 지검장들에 대한 대규모 후속 인사가 불가피하다. 향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리게 될 3~4명의 후보군에 25기 고검장급 후보가 주로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가운데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이는 김후곤 서울고검장과 이두봉 대전고검장이다. 둘 다 특수통으로 후배 검사들에게 평이 좋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두봉 고검장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차장검사를 역임하며 보필한 바 있다. 김후곤 고검장은 검찰 내 신망이 두텁고 비서울대(동국대)라는 상징성도 갖추고 있다. 노정연 부산고검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고 여성이라는 점에서 총장 후보군 포함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고검장급 중 가장 기수가 높은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은 ‘법무연수원장’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 내에서는 외부인사 차출설에 무게가 실린다. 익명의 대검 관계자는 “주요 일선 고검장을 모두 25기로 맞췄다는 것은 이번 총장을 20~24기 중 데리고 오겠다는 것인데 현재 해당 기수 중 검찰에 남아있는 검사장 이상급은 없지 않느냐”며 “사실상 검찰 내에는 뽑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동훈 장관이 결국 총장을 비워놓고 인사를 모두 단행하지 않았냐. 25기는 이번에 총장이 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쇄도했던 검찰총장 지원 희망자들이 대거 줄었다고 한다. 앞선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가 검찰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원석 대검 차장(27기)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총장이 없어도 불편한 게 없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더라”며 “총장 인사는 대통령의 의중이 훨씬 더 중요하겠지만, 현재 검찰은 법무부에 있는 한동훈 장관의 강력한 리더십을 따라가는 중인데 외부에서 온다면 장관과 갈등을 벌이지 않으며 검찰총장의 존재감도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자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초와 달리, 지금은 총장을 하고 싶다고 의중을 밝히는 지원자가 확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