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여 만에 부정평가 앞서…지지율 반등 모멘텀 안보여 “나토 참석도 효과 없을 듯”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벌어졌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에 앞서는 수치를 보인 것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6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자체 조사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 ‘잘못한다’는 답변이 47.7%로, ‘잘한다’ 46.6%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두 응답 간 격차는 1.1%포인트(p)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6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여론조사 역시 ‘부정평가’가 47.4%로, 46.8%의 ‘긍정평가’에 0.6%p 차이로 높았다.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6월 27일 실시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여론조사의 경우 부정응답이 50.4%로 절반을 넘겼다. 긍정응답은 45.3%로, 두 답변 간 격차는 5.1%p였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세 개 여론조사 모두 긍정과 부정평가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지만,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식 및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등 효과로 5월 4주 차 54.1%까지 상승했으나 6월 1주 차부터 52.1%, 48.0%, 48.0%, 46.6%로 연속 하락했다.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다. 리얼미터가 문 대통령 취임 7주 차였던 2017년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실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74.2%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18.6%로, 두 응답 간 격차는 55.6%p로 압도적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초기 지지율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앞서와 같은 리얼미터 기준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7주 차였던 2008년 4월 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가 54.8%,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같은 주간인 2013년 4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실시한 조사에서 긍정평가 47.2%를 보였다. 다만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모두 부정평가가 28.6%와 39.2%에 그쳐, 윤 대통령처럼 데드크로스가 이뤄지진 않았다. 야권 한 관계자의 말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지지율에 차이점이 있다면 부정평가가 높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웠더라도 선거 승리하고 대통령에 취임하면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협치를 요청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중도층이나 야당 지지층도 취임 초기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고도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이재명 의원·민주당 및 지지자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인다. 대선의 연장선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양 진영이 결집해 대립하는 양상이라, 부정평가가 높은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응답률은 떨어지는 편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여론이 더 높게 반영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실제 민심은 윤 대통령에 더욱 부정적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임기 초부터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직격탄을 맞고 데드크로스가 이뤄진 것을 두고 정부·여당이 엇박자를 내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고금리·고물가·세금 인상 등 민생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반복해 정책 혼선을 주고 있다. 경찰 치안감 인사 발표 번복 논란에 대해 “국기문란” 발언 및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 52시간제 개편 추진 발표에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는 발언 등은 모두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나왔다.
여당 내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 사이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대표의 비공개 회동 여부를 두고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부정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인사’(13%),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1%), ‘경험·자질 부족, 무능함’ ‘독단적·일방적’(이상 7%) 등을 꼽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등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 ‘위기를 해결할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고 생각해 국민들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기회를 전혀 못 살리는 것 같다. 오히려 ‘경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말을 하니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이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봤다.
하지만 여론조사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면 지지율이 3~4% 정도 오르는 효과를 봐왔다”며 “이번에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토 순방 첫날부터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취소,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 순연 등 소식이 전해지며 외교 무능 논란이 불거졌다. 심지어 윤 대통령보다 동행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보도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불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앞서 데이터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대통령 배우자로서 역할 평가’에 대해 절반이 넘는 56.3%가 ‘잘못한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김건희 여사 향후 역할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49.3%가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의 나토 순방 공식 일정이 윤 대통령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여권 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 ‘데드크로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정부와 당 어디라도 중심을 잡으면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는 정책에 혼선이 거듭되고 있고, 당도 내홍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빨리 출구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대선·지선 승리의 좋은 기회를 또 다시 놓치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