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 비거리 길고 파워 갖춰…뭔가 보여주려는 조급증은 버려야”
“처음 이재원을 봤을 때 (박)병호 생각이 났다. 다른 선수들보다 타구 비거리가 길고 파워를 갖춘 터라 잘 성장하면 박병호 정도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우타 거포가 귀한 상황에서 KBO리그의 미래를 책임질 홈런 타자가 될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재원이가 삼진이 많이 나오면서 삼진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더라. 그래서 기술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면을 더 살폈다.”
프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 특히 장타자들한테 삼진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이호준 코치는 이재원이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삼진을 줄이려면 상대 투수의 공을 예측해서 타격할 수밖에 없다. 이 찬스에, 이 점수 차에, 이 투수가 나한테 던질 수 있는 구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재원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한테는 경기 전 전력 분석실에 가서 전날 경기 리뷰하고 오늘 상대할 투수에 대해 공부하라고 이끄는 편이다. 그래야 초구부터 바닥으로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하지 않고 참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이재원의 최대 적으로 자신이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조급증을 꼽았다. 선수층이 두꺼운 LG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다 보니 타석에서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2군으로 내려 보낸 것이다. (류지현) 감독님도 2군 가서 마음을 정리하고 올라오라고 한 거고, 재원이도 10일 만에 1군 복귀 후 '마인드 컨트롤 잘 하고 왔습니다'라고 인사하더라. 우리가 원한 건 기술적인 게 아니었다. 재원이가 자신을 잘 다스릴 줄 알기 바랐다. 2군에서 느낀 게 많아서인지 이번에 여러 가지로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NC전에서 구창모를 상대로 맞바람을 뚫고 잠실구장 가장 깊숙한 가운데 담장을 넘길 수 있는 건 이재원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대형 홈런이었다. 이재원은 그런 매력이 있는 선수다.”
이 코치는 이재원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랐다. LG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선다면 더 강한 이재원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전했다.
“이재원은 수비보단 공격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선수다. 장타를 휘두르는 선수가 발도 빠르다. 충분히 톱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1, 2군을 오가는 상황들에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LG의 우타 거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