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아 기자의 까놓고톡] 박근혜 책사 김재원 전 의원

‘박근혜 가시나’… 이런 말 쑥 들어갔다

▲ 이종현 기자 [e-mail]

“우리 딸이 스물여덟인데 박근혜 대표님 열혈 팬이에요. 안철수, 안철수 해도 내년 대선에서 박 대표 꼭 찍을 거라던데요.” 대표적 친박계 인사 중 한 명인 김재원 전 의원(47)을 만나러 가는 길,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라는 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60대가량으로 보이던 택시 기사의 ‘박근혜 사랑’은 이해되었지만 취업 문제로 한창 고민하며 현 정부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을 20대 딸도 같은 마음이라니. ‘안철수 열풍’이 파고들지 못한 20대 표심 중엔 박근혜 전 대표도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음이 새삼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지난 10·26 재보선을 즈음해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박 전 대표가 대학 강연에 적극 나서며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도 ‘안철수 열풍’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 박근혜 전 대표의 ‘책사’로 불리는 김재원 전 의원은 그의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8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박 전 대표를 지켜봐온 그가 느끼는 ‘인간 박근혜’의 모습은 또 어떠할까.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지난 22일 김재원 전 의원과 인터뷰를 나누던 도중 국회에서는 ‘최루탄 사태’와 함께 한·미 FTA 비준안이 ‘기습통과’되었다. 애초 2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깬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표결에 참여해 찬성한 151명 의원 중 한 명이 되었다. 김재원 전 의원은 “한·미 FTA가 현재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정치쇄신을 가로막고 있다. 이건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사안이고 그 직후부터 정치권은 격랑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나라당 내 정치쇄신 논의가 한창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대선에서 이기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당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건 다 안다. 알지만 ‘나 빼고 쇄신하라’는 거지, 다들. 거대 여당이자 노쇠한 정당이자 위기에 빠진 당을 누가 나서서 쇄신해야 할지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이 박근혜 전 대표인 거다. 

―쇄신파의 당 개혁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그 사람들도 사실 ‘알리바이형’ 쇄신을 하고 있는 거다. 쇄신을 주장했다는 알리바이를 남기기 위해 (개혁 주장을) 하고 있다는 욕을 얻어먹고 있지 않나. 이제 박 전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쇄신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정치쇄신’을 언급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인적 쇄신, 당 체질 개선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해 갈 것이다. 당 쇄신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표만큼 자신 있게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본다.

―정책쇄신에 이어 인적쇄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얼마 전 친박계가 상당수 포함된 영남권 중진의원 물갈이론도 나온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들을 내칠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론도 있다.

▲인적쇄신 없는 정치쇄신이란 어려운 일이다. 큰 정치를 하는 분이 그런 소의에 대의를 저버리면 안 된다. 친박계 고령 의원들이 대표께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본인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자리 보존을 위해 언제까지 노쇠정당 이미지를 가지고 가야 하는지는 스스로가 대오 각성해야 할 것이라 본다.

―홍준표 대표의 잦은 말실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은데.

▲개인적 성향 자체가 워낙 거침없는 분이다. 대표만 아니라면 그저 소탈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대표가 된 뒤에도 평소 습관처럼 하다 보니 벌어지는 해프닝인 듯싶다. 그러다보니 홍 대표의 당내 지도력이 크게 위축되었고 박 전 대표에게 일정부분 힘을 빌려야 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홍 대표를 밀어내봤자 별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 기자와 와인을 함께 나누어 마시며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표가 맞고 있는 ‘위기’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측근의 입을 통해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 얘기에 안철수 원장이 빠질 순 없었다. 김재원 전 의원은 안 원장에 대해 “정치지도자로서는 회의적이다. 혹독한 정치적 선택의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김 전 의원은 이어 안 원장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일대일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박빙 혹은 앞서고 있는 것에 대해선 “손석희 교수를 대입시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언지하에 윤여준 전 장관을 내치는 것을 보고 리더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마 나중에 기독교 표를 의식해 순식간에 법륜 스님도 멘토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등의 비판으로 내놓으며 거듭 안 원장의 ‘자질’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안철수 원장이 기존 정치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안철수 원장이 상당한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때 묻지 않은 고결한 어린 왕자’이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아무런 경험이 없지 않나. 어느 정파에도 속해 있지 않고 나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싫어할 이유가 없는 거다. 하지만 대답을 해야 하는 게 정치다. 결국 현재의 고결한 성자, 어린 왕자의 이미지는 정치를 선택하는 순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 원장 지지자들은 그가 ‘탈 이념적이다, 진보와 보수를 다 아우르는 이미지’라고 평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안철수 원장은 탈이념이 아니라 이념성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해야 진보인지, 이렇게 얘기해야 보수인지 이념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반값등록금 할 거냐, 무상급식 할 거냐 이것도 분명한 이념적 이야기인데 탈이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이념이라는 건 해법과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의 ‘정치멘토’로 알려진 법륜스님이 한 강연회에서 했던 ‘여자가 대통령 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라는 발언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법륜스님을 개인적으로 좀 안다.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하면서도 정작 바빠서 승적도 갖지 못한 분이다. 그분 이야기는 아마 여자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여성의 문제가 다 일거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그런 정도의 이야기일 것이다. 안철수 원장 편들려고 박 전 대표를 깎아내리기 위해 ‘애도 못 낳아보지 않았느냐’ 식의 얘기를 한 건 아니라고 본다. 실제 법륜스님은 오히려 박 전 대표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분이다.

―‘여자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 아직 편견이 담긴 것도 사실인데.

▲지난 대선 때는 솔직히 ‘여성후보’라는 점이 힘든 요소가 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당내에서도 중진들이 모여 (박 전 대표를 두고) 시시덕거리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들을 하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도 술자리도 아닌 아침 회의석상에서 박 전 대표를 두고 ‘가시나, 말도 참 안 듣는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인데 하물며 그를 신격화해도 모자람이 없는데 말이다. 남자 후보라면 그렇게 했겠나. 홍준표 대표도 그때 날 만나면 ‘공주 잘 있나’ 하는 식으로 묻기도 했다. 내가 ‘그러지 마소’ 하면, ‘왜, 공주 아이가’라고 그랬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만 보아도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남성 정치인 아무도 나서지 못할 때 나서서 막지 않았나. 박근혜라는 정치인은 이미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김재원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을 하며 느꼈던 소회도 전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와의 경선 룰 협상 대리인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는 그는 “이명박 후보는 그때 당내는 박근혜가 다 잡고 있다고 보고 자기한테 유리하지 않으면 (당을) 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엉뚱한 소리만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8년 가까이 박근혜 전 대표와 인연을 쌓아온 김 전 의원의 정치인생에 있어 박근혜 전 대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마지막 질문으로 ‘대권주자 박근혜’의 가장 큰 경쟁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보수의 유일한 희망인 박근혜 전 대표가 어느 날 보수를 망쳐놓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태생부터 지금까지 다른 길을 걸었다는 것이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삶의 궤적 때문에 안철수 현상으로 조금 뜨던 문재인이니 손학규니 정몽준, 김문수니 모두 없어지지 않았나. 유시민은 존재도 없어졌고. 그나마 무너지지 않는 유일한 정치인이 박 전 대표 아닌가.”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난 뒤 결연한 눈빛을 보이던 그의 대답이었다.

조성아 기자 [e-mail]

박근혜의 사생활

세현이라면 껌뻑…‘조카바보’ 등극

1. ‘베일’에 가려진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

박근혜 전 대표는 삼성동 자택을 두 차례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다. 이 일이 큰 화제가 되었을 만큼 박 전 대표의 자택은 베일에 가려진 신비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측근 의원들은 종종 박 전 대표의 집을 방문해 현안에 대한 상의를 한다고 한다. “집 내부 분위기가 어떤가”라고 묻자 김 전 의원은 “고색창연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왜 사생활을 공개 안 하냐고들 하지만 남자 정치인에 비해 여성 정치인은 사소한 것까지 뉴스가 되는 것 같다. 화장품은 뭐 쓰느냐, 심지어 스타킹에 왜 구멍이 났느냐고까지 물어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세 손가락으로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 심신 단련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십자수와 독서를 특히 좋아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2. ‘옷값이 3억 원이라고?’

지난 경선 때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가 입었던 의상 사진을 모두 모아 옷값이 3억 원으로 추정된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직접 공보특보를 시켜 사진을 일일이 대조해 확인해 보았다고 한다.
그는 “사진을 다 살펴보니 이 사진의 재킷과 저 사진의 재킷이 똑같고 일부 옷은 고친 것도 있고 그래서 겹치는 옷이 많았다. 그래서 문제를 삼으려다가 그냥 두었다. 박 전 대표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옷 사이즈가 똑같아 예전 옷들을 수선해서 다양하게 코디를 해서 입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이어 “그런데 아무래도 여성이다 보니 박 전 대표가 옷 욕심은 좀 있는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3. 조카 ‘세현’이에 대한 사랑

박근혜 전 대표의 조카 세현이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세현은 동생 박지만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 사이의 아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가 동대문 옷 시장을 방문해 세현이에게 줄 옷을 직접 고르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고 지난 2006년에는 미니홈피에 백일을 맞은 세현이와 찍은 사진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 또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피습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수술에서 깨어나자마자 조카를 찾았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평소 ‘세상의 제일 큰 보물이자 선물이 조카’라고 말할 만큼 조카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며 “그만큼 아버지의 후손이 태어났다는 것에 대해 감격해하고 그러다보니 박지만 회장 가족과도 친밀하게 지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