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터트롯2’ 발표 뒤 MBN 서혜진표 ‘불타는 트롯맨’ 맞불…소송전 악연 등 피할 수 없는 맞대결
지상파 방송사들도 뛰어 들었다. 2020년 3월 시작한 SBS ‘트롯신이 떴다’가 그해 9월부터 포맷을 오디션으로 바꿔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를 방송했고, 2020년 10월 MBC ‘트로트의 민족’, 2020년 12월 KBS 2TV ‘트롯전국체전’ 등이 막을 올렸다. 그렇지만 모두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엔 미치지 못했다. 그 어느 방송사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도 ‘제2의 송가인’과 ‘제2의 임영웅’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수상자들의 존재감이 방송이 끝난 뒤 빠르게 잊혀갔다.
이처럼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을 압도한 TV조선이지만 그 영광이 시즌2로 이어지진 못했다. 2020년 연말 방송을 시작한 ‘미스트롯2’는 최고 시청률 32.9%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종영했지만 ‘제2의 송가인’을 배출하진 못했다. 이 정도면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라는 게 방송가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TV조선은 2021년에 예정됐던 ‘미스터트롯2’ 대신 ‘국민가수’를 방영해 포크 가수 박창근을 배출했지만, 트롯 열풍만큼의 화제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모두가 패배한 ‘트롯 1차대전’
사실 가장 뜨거운 한 판 승부는 2020년 12월에 펼쳐졌다. TV조선의 기대작 ‘미스트롯2’와 KBS의 야심작 ‘트롯전국체전’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성공을 이어가려는 ‘미스트롯2’에 기대감이 집중된 것이 사실이지만 ‘트롯전국체전’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트롯이 대중에게 외면 받아온 오랜 시간 그나마 방송가에서 유일하게 트롯의 명맥을 이어온 곳이 KBS다. KBS가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열린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미스트롯’으로 트롯 열풍이 재점화되기 전에는 트롯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방송 무대가 KBS밖에 없었을 정도다. 그만큼 KBS는 트롯 업계가 나름의 빚이 있는 방송사다.
트롯의 명맥을 이어온 KBS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남진, 설운도, 조항조, 주현미, 김연자, 김수희 등 트롯 레전드가 총출동했고 TV조선은 장윤정, 박선주, 조영수 등 기존 마스터 군단에 ‘미스터트롯’ TOP6까지 가세해 맞불을 놨다. 게다가 TV조선과 협업해 ‘미스트롯’의 영광을 함께했던 포켓돌스튜디오가 KBS 2TV ‘트롯전국체전’의 제작을 맡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굳이 승패를 논하라면 최고 시청률 32.9%를 기록한 ‘미스트롯2’가 19.0%에 그친 ‘트롯전국체전’을 이겼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미스트롯2’의 양지은과 ‘트롯전국체전’의 진해성 등 수상자들이 송가인과 임영웅의 아성에 다가가지 못했다. 결국 두 프로그램 모두 확실한 스타를 배출해내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모두 패자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어떤 스타를 배출하느냐가 진정한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트롯 열풍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TV조선 vs MBN ‘트롯 2차대전’
‘미스트롯2’의 실패 이후 TV조선은 야심작 ‘미스터트롯2’ 대신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국민가수’를 선보였고, 박창근이라는 스타를 배출하는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TV조선이 2022년에 ‘미스터트롯2’를 꺼내들지 아니면 ‘국민가수2’를 진행할지 여부가 관심사였는데 6월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올초부터 퇴사설이 나돌던 서혜진 PD(당시 TV조선 제작본부장)가 6월 22일 TV조선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독립제작사 ‘스튜디오 크레아’를 설립한 것.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국민가수’ 등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광을 주도한 서 PD가 TV조선을 떠나면서 이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4일 뒤인 26일 TV조선은 ‘미스터트롯2’의 2022년 연말 론칭을 확정 발표했다. 7월부터 참가자 모집에 돌입했는데 기성가수, 영재가수, 신인가수 지망생 등을 비롯해 기존 ‘미스터트롯’ 참가자 등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우승 상금이 무려 5억 원인데 이는 ‘미스터트롯1’ 우승 상금 1억 원, ‘미스트롯2’의 1억 5000만 원을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다.
‘미스터트롯2’는 TV조선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맥을 잇는, 임영웅을 필두로 한 TOP7을 배출한 ‘미스터트롯1’의 후속 시즌이라는 점에서 화제성이 매우 크다. 다만 기존의 영광을 만들어낸 ‘서혜진 군단’이 빠진 TV조선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미 탄탄한 고정 트롯 시청자 층을 확보한 TV조선의 차기작이지만 빼어난 연출력으로 트롯 열풍을 주도한 서 PD가 빠진 최초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8일 뒤 다시 메가톤급 소식이 전해졌다. 7월 4일 MBN이 새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론칭을 발표했는데 서혜진 PD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서 PD는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광을 함께한 노윤 작가 등 소위 서혜진 군단과 함께 MBN ‘불타는 트롯맨’ 제작에 나선다. 서혜진 PD가 “MBN과 스튜디오 크레아가 존중과 상생의 정신으로 성공한 오디션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것에 의기투합했다”고 밝힌 ‘불타는 트롯맨’은 트롯 쾌남들의 인생을 건 도전을 다루는 초대형 트롯 오디션으로 기존 트롯 오디션에서 보지 못한 강력한 유쾌함과 색다른 재미를 담아낼 계획이다.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해 독립한 서 PD의 첫 작품으로 TV조선 ‘미스터트롯2’와의 맞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MBN은 방송 시점을 2022년 하반기라고만 밝혔지만 참가자 모집부터 예심까지 준비 기간이 필요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지금 준비에 돌입하면 연말 즈음에 방송할 가능성이 크다.
#맞대결 여파는 메인 뉴스 시청률까지 영향
이번에는 종합편성채널끼리의 맞대결이다. 게다가 MBN과 TV조선은 그동안 상당한 악연을 이어왔다. TV조선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큰 인기를 끌면서 가장 적극적인 트롯 행보를 이어간 곳이 바로 MBN이다. ‘보이스퀸’ ‘보이스트롯’ ‘트롯파이터’ 등을 연이어 선보였기 때문인데 아쉽게도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심지어 2021년 1월에는 TV조선이 MBN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TV조선은 “MBN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포맷을 도용해 ‘보이스퀸’과 ‘보이스트롯’을 방송했고, ‘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한 ‘트롯파이터’를 방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MBN은 “MBN 간판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가 성공하자 TV조선은 2017년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인 ‘자연애(愛) 산다’를 제작해 피해를 봤다”고 맞불을 놨다.
그런데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주역 서혜진 PD와 노윤 작가 등이 MBN의 새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 합류해 서혜진 군단이 빠진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방송가에서는 서혜진 PD의 결정을 두고 TV조선과 결별 과정에서 앙금이 컸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들어 서 PD의 TV조선 결별설이 거듭됐었다. TV조선 내부 알력으로 서 PD가 힘들어 했다는 소문, ‘미스트롯2’ 방송 당시 제작진과 사측이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 등이 계속됐던 것. 실제로 앙금이 쌓여 서 PD가 MBN행을 결정했다면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의 격돌은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서 PD가 독립프로덕션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해 홀로서기를 결정한 뒤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이 MBN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거듭된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의 실패와 TV조선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확실한 대안이 필요한 MBN 입장에서 독립한 서혜진 PD가 그 누구보다 투자가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대격돌은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TV조선 ‘뉴스9’ 시청률이 5%를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MBN ‘뉴스7’은 2%대에 불과하다. MBC ‘뉴스데스크’가 3%대, SBS ‘8 뉴스’가 4%대임을 감안하면 TV조선 ‘뉴스9’는 매우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10%대의 막강한 KBS ‘9시 뉴스’를 제외하면 TV조선 ‘뉴스9’가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메인 뉴스는 고정 시청자 층 확보가 절실한데 KBS ‘9시 뉴스’는 바로 앞에 막강한 일일드라마가 편성돼 있어 일일드라마부터 ‘9시 뉴스’까지 연이어 시청하는 고정 시청자 층이 확고하다. TV조선 ‘뉴스9’의 약진 역시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과 관련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파생 프로그램을 ‘뉴스9’ 앞뒤에 편성한 영향이 크다. 따라서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의 격돌은 단지 두 프로그램의 승패에서 끝나지 않고 양사 메인 뉴스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만큼 뜨거운 격돌이 불가피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