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중 사망으로 단순 종결된 사건…20대 부모가 범인이었다
1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수민)는 지난 8일 살해된 영아의 친모 이 아무개 씨(20)와 친부 권 아무개 씨(20)를 영아살해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서울 관악구의 주거지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은 뒤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하고 시신을 가방에 담아 에어컨 실외기 밑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당시 이 씨의 친구의 신고를 받고 이들의 주거지에서 숨진 아기를 발견해 '변사' 사건으로 접수했다. 이 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출산 당시 아기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 사인 불명이라는 부검 감정 결과를 이유로 검찰에 내사 종결 의견을 통보했다. 이에 검찰이 대한의사협회에 자문해 보완 수사해야한다는 의견을 냈고, 경찰은 지난 1월 대한의사협회에 자문한 뒤 여전히 사인을 알 수 없다며 다시 내사 종결 의견을 보냈다.
그러나 검찰은 다시 이 씨와 권 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사건을 검토한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유도윤)는 이들 부부가 "영아의 머리가 2시간 정도 산도에 끼어 분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119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아를 살리기 위한 심장마사지나 인공호흡 등 상식적 수준의 소생술도 취한 정황이 없었으며, 부검 결과 영아가 살아서 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정황이 나오면서 이 씨 부부를 입건해 추가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결국 경찰이 지난 3~4월 이 씨 부부를 입건해 조사하자 이들은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이 씨는 영아살해 혐의, 권 씨는 영아살해방조 혐의를 각각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두 사람 모두 영아살해 공범으로 의율해 재판으로 넘겼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이들이 범행 전부터 영아를 출산한 뒤 살해하기 위해 모의한 정황과 사건 초기 수사 과정을 녹음해 서로 진술을 맞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면밀한 사법통제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자칫 암장될 뻔한 영아살해 사건 실체를 규명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