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테크 인수 이어 BGF에코바이오 자회사 편입…BGF “경영효율화 위해…계열분리 염두에 둔 것 아냐”
BGF그룹은 지난해 11월 코프라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코프라는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자동차, 전기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플라스틱을 공급한다. BGF그룹 지주사 (주)BGF가 코프라 지분 44.34%를 약 1800억 원에 인수했고,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에 약 7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총 2500억 원을 투자했다. BGF그룹이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 투자였다.
BGF그룹 관계자는 당시 “코프라 인수는 BGF그룹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에 따른 차세대 신사업 추진의 일환”이라며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을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로 육성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실현하고 회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나아가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프라는 이어 올해 1월 신일테크라는 기업을 55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BGF그룹에 인수된 지 두 달 만에 자체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다. BGF그룹에 인수되기 전 코프라의 최대주주였던 한상용 전 코프라 대표와 당시 신일테크 대표였던 한 아무개 씨는 친인척 관계다.
신일테크는 이전부터 코프라의 제품을 생산하는 등 사업적으로 관계가 깊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일테크는 지난해 코프라로부터 42억 8461만 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코프라가 BGF그룹에 인수되면 코프라와 신일테크의 특수관계도 해소되므로 두 회사의 거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프라가 신일테크와의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해 인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BGF그룹은 신일테크 인수 후 안성태 전 LG화학 상무를 코프라 상무 겸 신일테크 대표로 영입했다. 안 상무는 LG화학에서 EP(플라스틱) 소재개발센터장, 국책과제 사업단장 등을 역임한 플라스틱 관련 전문가다. 이 밖에 BGF그룹은 신동식 전 한국바스프 상무, 차운오 전 TSK워터(현 에코비트워터) 본부장을 코프라 사장으로 영입했다.
뿐만 아니다. BGF그룹은 지난 7월 4일 (주)BGF 자회사였던 BGF에코바이오를 코프라 자회사로 편입시킨다고 공시했다. BGF에코바이오는 PLA(생물의 부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한 플라스틱), PBAT(석유 기반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부터 리사이클링 소재까지 진출한 기업이다.
코프라는 BGF에코바이오와 신일테크 등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플라스틱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일테크는 코프라에 인수된 직후 사업목적에 ‘폐기물 종합재활용 및 재생처리업’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및 기타 플라스틱 물질 등 관련 제품의 제조·가공 및 종합 도소매업’을 추가했다. 코프라나 BGF에코바이오와 사업적으로 연관이 깊은 항목들이다.
BGF그룹은 코프라를 통해 향후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우주항공 분야 등 기능성 플라스틱 소재 산업의 신규 판로를 개척하고 기능성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PCR)를 적극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플라스틱은 금속 대비 대량 생산에 용이하고, 비용도 절감돼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내 탑재율이 상승할 전망이며 자동차 경량화 트렌드에도 부합한다”며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문제로 인한 무게증가가 이슈가 되고 있어 관련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코프라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BGF그룹의 경영 승계가 무관치 않다는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국 (주)BGF 사장은 편의점 등 유통 사업을 담당하고, 차남 홍정혁 (주)BGF 부사장은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홍 부사장은 2019년 BGF에코바이오 대표에 취임한 이후 친환경 사업과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BGF에코바이오의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도 홍정혁 부사장이 주도해왔다. 홍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코프라 대표에도 취임했다.
BGF에코바이오의 코프라 자회사 편입은 코프라가 BGF에코바이오 지분 100%를 취득하고, 기존 BGF에코바이오 주주였던 (주)BGF와 홍정혁 부사장에게 코프라 일부 지분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래가 완료되면 (주)BGF와 홍 부사장의 코프라 지분율은 각각 50.67%, 2.71%가 된다. (주)BGF에 비하면 홍 부사장이 가진 코프라 지분은 많지 않지만 재계에서는 홍 부사장이 코프라 지분을 취득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홍 부사장이 코프라를 중심으로 독자 경영을 하거나 추후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BGF그룹이 코프라 인수를 통해 산업재 플라스틱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사업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고, 편의점과 비편의점 부문의 성장 동력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다”면서도 “BGF그룹 아래에서 형제 간 독자 경영을 진행할지 계열분리를 할지는 현재로서 예측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BGF그룹 관계자는 “신일테크는 이전부터 코프라의 제품을 생산해주는 공장으로 경영효율화를 위해 인수한 것”이라며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신일테크와 BGF에코바이오 등이 비슷한 사업을 하다 보니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