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은 넷플릭스 2연타로 해외 팬 급증…“캔디형 캐릭터와 다른 복수형 캐릭터 맘에 들어”

이 ‘큰언니’의 최근 관심사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인스타그램의 팔로어라고 했다. 드라마 ‘내일’과 ‘블랙의 신부’를 통해 넷플릭스로 새로운 나라의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김희선은 매일 다른 언어로 달리는 팬들의 댓글을 확인하며 행복해 하고 있다고. 특히 7월 15일부터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는 20일 기준으로 아시아권 국가 대부분에서 시청률 5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총 32개국에서 10위권 안의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해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팔로어가 기대되는 이유다.
“‘블랙의 신부’는 사람의 욕망을 다루는 작품이잖아요? 나라나 인종이 다르다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똑같을 테니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그리면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그 점이 이 작품의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또 극 중에 등장하는 ‘렉스’ 같은 결혼정보회사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 소재가 참 신선해서 좋았죠.”

“초반엔 혜승이가 약간 답답한 부분이 있어요. 저도 보면서 ‘아유 답답해, 왜 저러고 가만히 있어?’ 그랬는데(웃음), 그게 다 뒤에 나올 통쾌한 파트를 위해 참아뒀던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혜승이가 보여준 그 이후의 복수 방식이 더 통쾌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사실은 초반의 답답한 혜승이를 보시면서 시청자 분들이 떠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 극적인 복수를 위해 그랬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김희선은 서혜승이 오랜 시간을 들여 복수의 칼날을 갈고, 마침내 이를 찔러 넣는 것에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그가 대중들에게 보여줬던 ‘캔디형’ 캐릭터와는 백팔십도 다른 능동적인 캐릭터로서 복수의 화신이 된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예전엔 누구한테 당해도 제대로 말도 못 하면서도 꿋꿋이 일어나는 캔디 같은 역을 많이 했었죠. 그것도 저를 좋아하는 남자의 도움을 받고 복수하게 되는 그런 역이었는데, 이젠 내가 내 힘으로 복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달라진 지점 같아요. 그게 서혜승이라는 캐릭터가 제게도 가장 통쾌한 캐릭터로 느껴지는 이유고요. 제가 주체가 돼서 제 힘으로 복수를 한다는 게 정말 통쾌하더라고요(웃음).”
실제로 김희선과 같은 세대들이 떠올리는 그의 대표작에서 그가 맡았던 캐릭터들은 유독 역경에 굴하지 않는 발랄하고 밝은 여성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1990~2000년대 인기 있는 여성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전형적인 타입)이었던 만큼 당시 톱스타였던 김희선에게도 비슷한 캐릭터가 주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2010년대부터는 단순한 로맨스 여주인공 롤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그간의 편견을 깨트리기도 했다. 한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다시 고등학생이 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 ‘앵그리맘’(MBC, 2015), 욕망의 군상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품위 있는 그녀’(JTBC, 2017), 60대 사형수와 30대 변호사의 영혼 체인지를 다룬 ‘나인룸’(tvN, 2018),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휴먼 SF 로맨스를 그린 ‘앨리스’(SBS, 2020) 등 김희선의 활약은 장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았다.

1993년 CF 모델로 데뷔 후 3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김희선은 올 한 해 ‘블랙의 신부’와 더불어 웹툰 원작의 MBC 드라마 ‘내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내일’에서는 과감한 핑크색 헤어와 현대화된 저승사자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미지와 입지를 생각해 ‘안전한 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일일 테지만, 김희선은 선택권이 주어지는 지금도 ‘모험’을 택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데뷔 연차가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했던 작품이랑 비슷한 걸 하고 싶을까요. 다른 역할이 탐나죠(웃음). 이제까지 했던 것에 안주한다고 해서 뭐 얼마나 많은 얘길 듣겠어요. 저도 새로운 것,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은데 특히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내일’ 때 했던 액션 중에 제가 한 건 10%지만 화면에서는 80% 이상으로 은근히 잘 나오더라고요(웃음). 수동적인 역을 많이 하다 보니 ‘내일’의 구련 같은 캐릭터도 멋지고, 혜승이도 칼을 갈았다가 한 방 먹이는 게 멋있고…. 아무래도 제가 재밌어야 작품에서도 재미있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본인이 재미있어야죠.”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