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항 명칭 변경, 국내 첫 사례…차로 30분 거리 포항 바다와 고도 경주 ‘당일치기’ 관광 활성화 기대
#두 도시 30분 거리로 같은 생활권
경상북도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포항과 경주가 꽤 가깝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포항은 흔히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앞세운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고, 경주는 반대로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도라는 이미지 안에서 단골 수학여행지로 우리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별다른 공통점 없이 각각의 동떨어진 도시처럼 보이는 포항과 경주는 일단 지리적으로 가깝다. 포항과 경주는 자동차로 1시간 내에 오갈 수 있는 생활권 안에 있다. 영산강 줄기 따라 위‧아래에 위치해 있어 두 도시를 오가는 데 가깝게는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실제로 포항경주공항에서 경주시청이 있는 경주시내까지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설찬석 포항경주공항장은 “포항과 경주가 근접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많다. 포항경주공항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포항과 경주의 근접한 지리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고 ‘경주에도 공항이 있구나’, ‘포항과 경주를 한 번에 여행할 수 있겠구나’ 하면서 두 도시를 연계해 생각할 수 있어 브랜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두 도시의 지역 경제에 시너지를 내고 관광객에겐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경된 공항 이름에 따라 도로의 이정표와 지도의 표시 등 각종 표기도 모두 바뀌었다. 김포 기준 하루 편도 2편이던 항공도 4편으로 증편됐다. 진에어가 김포-포항경주공항을 일일 4편, 왕복 2편 매일 운항한다. 제주로 가는 항공편도 하루 왕복 1편 있다.
수도권을 잇는 김포 노선의 경우 탑승률은 아직 50% 안팎이지만 두 지자체와 공항은 탑승률이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항공항은 기존에 연간 1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었지만 명칭 변경을 통해 경주 관광객이 공항을 통해 유입되면 공항 적자폭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70년도에 개항한 포항공항은 1990년대에는 이용객이 100만 명을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KTX 신경주역과 2014년 KTX 포항역 등이 개통되고 고속도로가 확충되면서 공항 이용객이 급격히 줄었다. 이 때문에 포항공항은 2020년에는 137억 원의 적자를, 2021년에는 127억 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경주공항이라는 명칭 변경으로 경주는 국제관광도시로서 공항을 갖추게 됐고, 포항은 향후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시는 공짜로 공항을 하나 얻었다. 대만을 비롯해 동남아 등으로 국제선 직항을 신설해 로컬을 넘는 글로컬 관광 루트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시는 공항을 갖춘 도시 이미지를 확보해 수도권 관광객은 물론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포항과 경주를 오가는 시내버스도 신설했다. 1000번 버스가 항공기 도착 시간에 맞춰 하루 3회, 포항경주공항에서 경주보문단지까지 운행한다.
경주를 찾는 방문객은 2019년 1300만 명이었다가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에는 500만 명, 2021년 700만 명으로 떨어졌고 2022년 상반기에는 약 400만 명을 기록하며 회복 중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공항은 여객 운송과 물류 인프라뿐 아니라 투자유치와 기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포항경주공항의 명칭 변경이 공항경제권의 광역적 확대로 이어져 지역 발전의 대전환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항의 낮과 경주의 밤으로
포항경주공항에서 차로 15분이면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에 닿는다. 구룡포는 겨울엔 과메기와 대게 명소지만 최근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이름을 알려 ‘핫플’이 됐다. 구룡포항 옆 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는 100년 전 구룡포항을 거점으로 일본인들이 대거 이주해 정착했던 곳이다. 지금도 일본식 가옥들이 꽤 남아 있고 거리 전체가 관광지다.
이곳에 동백이(공효진 분)가 운영하던 술집 ‘까멜리아’와 동백이의 집이 있고 드라마 촬영을 했던 골목 곳곳의 풍경이 남아있다. 까멜리아는 카페로 단장되어 있어 차 한 잔 즐기며 드라마를 추억할 수 있다.
2021년 11월에 완성돼 포항에서 또 하나의 명물이 된 스페이스워크는 포항 환호공원에 포스코가 시공해 기부한 철조 시설물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한다. 다른 점이라면 사람이 계단 하나하나를 걸어서 이동해야 해서 아찔하고 스릴 넘친다. 계단은 717개로 이루어져 있고 트랙 길이는 333m다. 철의 곡선은 힘이 넘치면서도 유연하다.
계단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구조물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 짜릿하다. 국내에 있는 스카이워크 중 단연 ‘톱’이다. 비슷비슷한 다른 지역의 스카이워크와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일부러라도 찾아가 볼 만하다. 스페이스워크 위로 오르면 일대의 바다와 도시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이후엔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죽도시장을 둘러보고 포항의 명물 물회도 한 그릇 먹는다. 죽도시장 옆으로 동빈내항과 바다를 오가는 포항크루즈도 탈 수 있다. 바다 건너 포스코의 시설물이 어른거리는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 바다만의 특별한 정취를 자아낸다.
저녁나절엔 경주시내로 넘어가 오롯한 고대도시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신라 천년 고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동궁과 월지는 조명으로 감싼 소나무 산책길이 매력 있다. 여름엔 특히 좀 선선해지는 밤이 좋다. 동궁과 월지는 통일신라 별궁과 그를 둘러싼 연못으로 연회와 귀빈 접대 장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수학여행을 많이 갔던 그 시절엔 '안압지'라고 불렸다. 동궁과 월지 인근으로 밤에도 조명을 밝힌 첨성대와 계림, 대릉원이 있어 고도의 야경을 감상하며 걸어서 둘러보기 좋다.
인근에는 최근 ‘핫플’로 떠오른 황리단길도 있다. 골목골목 실핏줄처럼 연결된 황리단길은 펍과 카페들이 한옥과 어우러져 세련되고 아기자기하다. 이외에도 경주에는 ‘두 말 하면 잔소리’가 되고 마는 여행지가 한둘이 아니다. 경주에선 무엇을 하든 고도의 호젓함이 함께 머문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