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화물 노선 있는 지역 우선으로 여객기 운항 재개…비행 거리 비슷해도 ‘카고’ 없으면 항공료 두 배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미주 기준으로, 항공기에 화물을 실으면 80kg에 왕복 500만 원선인 반면 승객을 태우면 왕복 200만 원선이다”며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대형 항공사들은 아직 수요가 100% 회복되지 않은 여객보다는 안정적이고 수익도 훨씬 큰 화물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운항거리는 비슷하지만 카고의 유무에 따라 여객 항공료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인천에서 출발했을 때 네팔 카트만두와 인도 델리는 비슷한 거리지만 카고가 있는 델리는 항공료가 80만 원대 후반인 반면 카고가 없는 카트만두는 항공료가 190만 원까지 올라간다”고 보탰다.
이어 “이런 이유로 두 대형 항공사는 현재 카고 수요가 없는 항로는 거의 운항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스페인이라도 카고 수요가 없는 마드리드는 운항하지 않고, 카고 수요가 많은 바르셀로나만 운항하는 식”이라며 “재개를 고려하고 있는 노선도 카고 수요가 충분한 지역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향후에도 카고 수요가 많고 화물료가 비싼 곳 위주로 운항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장거리 카고를 띄우는 대형 항공사는 대박이고 비행기가 작아 카고가 없는 LCC(저비용항공사)는 쪽박이다. 코로나 시국에 여객이 중단되면서 대형 항공사는 일부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꾸기도 했는데 이를 다시 여객기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며 “대한항공의 화물 실적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대형 항공사는 지금의 특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주로 단거리를 운항하는 LCC는 노선 경쟁이 시작되고 있어 여객 요금을 크게 올리지 못한다”고 전했다. LCC는 기체가 작아 연료 공급 문제로 최대 5~6시간 내의 지역까지만 갈 수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수요는 어느 정도 있는데 경쟁이 없는 노선에서 항공사는 소위 ‘배짱 영업’을 한다. 가격을 올려도 갈 사람은 간다는 식”이라며 “항공사 가격 정책을 보면 같은 이코노미 좌석이라도 20개 정도의 요금 테이블이 있다. 지금은 그룹 요금도 안 팔고 가장 높은 요금의 클래스만 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독점 노선을 운행하는 항공사는 여행사에 블록 항공권도 잘 빼주지 않는다. 교민과 유학생, 비즈니스 등 기본 수요가 많은 미주 노선이나 허니문 수요가 많은 노선의 경우 여행사에 좋은 요금의 그룹석을 주지 않고 할인 판매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개인이나 여행사의 구분 없이 항공권 구매 가격이 비슷해지고, 여행사 마진이 크게 줄어들거나 해당 패키지 상품 가격 자체가 올라간다”며 “결국 패키지의 서비스 질 하락이나 비용적 부담은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고충을 털어놓으며 “최근 고객 선점을 위해 대부분의 여행사가 홈쇼핑 등을 통해 출혈 경쟁을 했는데 이제 와 항공 노선이 여의치 않거나 항공료가 너무 비싸 애를 먹고 있다”며 “다만 현재는 국가 지원이 탄탄해 비교적 적정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중동 항공사를 이용해 유럽행 패키지를 겨우 꾸리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또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완료하면 항공료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항공사의 노선과 편수 조정 등으로 중복 노선이 정리되고 경쟁이 없어지면 국적항공사의 직항 항공료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실례로 몽골의 경우 한국과의 거리가 가까움에도 경쟁 노선이 없어 항공료가 비싼 편이다. 또 아직 외항사들이 한국 노선을 본격적으로 운항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항공사들의 노선 재개와 증편 여부가 당분간 항공료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에는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 항공사가 30~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노선 경쟁과 경유 등으로 항공료가 내려갔다. 때문에 코로나 이전 항공요금은 경쟁으로 인해 적정가보다 낮은 편이었지만 현재는 공급 부족으로 적정가보다 올라가 있다.
항공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던 2019년 기준으로 보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아웃바운드 인구는 약 2800만 명,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인구가 약 1700만 명이었다. 들어오는 인구보다 나가는 인구가 월등히 많아 수급불균형을 이뤘다. 들어오고 나가는 여행객의 수급불균형이 이어지면 외국 항공사는 다 채우지 못한 비행기로 국내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된다. 게다가 현재는 미국과 유럽은 장거리보다 근거리 수요가 많아 지리적 위치상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까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국적 항공사의 가격 정책이 바로 항공료를 결정하게 될 수 있다.
외국 항공사가 코로나19 이전처럼 들어오기 전까지는 장거리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코로나 이전 해외 여행객 중 50% 가까이가 일본과 중국으로 가는 수요였다는 점에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중국과 방역이 까다로운 일본이 문을 활짝 열기 전까지는 단거리 항공 수요도 완전한 회복은 어렵다.
전문가들은 현재 항공 회복률은 40% 안팎 수준이지만 외항사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최대치로 회복한다고 가정해도 기존 대비 6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사가 여객기를 운항하지 않으면 여객 관련 고용인에 대해선 정부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며 “대형 항공사는 카고 위주로 항공기를 운항하고 아직 여객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지역은 노선 재개를 미루고 항공기를 운휴하면서 정부지원금을 받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선 인건비도 줄이고 화물 수익도 늘려 경제적이겠지만 카고로 사상 최대 수익을 내면서도 고용지원금을 받고 여객 노선 확대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