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국립 자연휴양림 예약 못했다면 당일치기 가능…물놀이 뒤엔 숲속 데크길 산책 만끽
휴가철이 돌아오니 문득 옛날식 피서 여행이 그립다. 해외여행, 호캉스, 풀 빌라 스테이, 서핑 같은 트렌디한 여름휴가도 좋지만 문득 어릴 적 물장구 치고 놀던 계곡 피서가 다시 생각나는 시절이다. 패션과 노래, 음주 문화 등 대중문화에서도 레트로가 유행이다. 최근 하나의 트렌드가 된, 흘러간 대중가요 ‘다시 듣기’처럼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해 다시 가보는 계곡 여행이다.
40대 이상이라면 공감하고도 남을 그때 그 시절엔 집에서 쓰던 밥그릇, 숟가락부터 백숙 해먹을 들통에 집에서 덮고 자던 이불까지 온갖 살림 다 이고 지고 피난인지 피서인지 모를 행색으로 저마다 강으로 계곡으로 떠나곤 했다. 리조트나 호텔로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건 상상도 못했고, 그저 집에 텐트 하나만 있으면 강변이나 계곡 어디라도 자리를 잡아 놓고 며칠이고 휴가를 즐기던 시절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나마 안전한 놀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캠핑이 최근 더 유행을 하면서 주차장 같기만 한 사설 캠핑장에 텐트 하나 치는데도 하루 4만~5만 원이 기본, 가성비 좋은 국·공립 야영장은 주말이나 성수기 예약이 하늘에 별 따기라지만 그래도 옛날식 계곡 피서가 그리운 이들이 아무 예약 없이 찾아가 볼 만한 곳이 있다.
푹푹 찌는 여름날 정말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차를 몰고 갈 수 있는 계곡은 어딜까. 계곡은 바다와 달리 위치 자체가 애매한 경우가 많고 차가 닿지 않는 곳도 많은 데다 이름도 같은 곳이 많아 내비게이션에 계곡 이름 하나 치고 놀 만한 곳을 찾아 가기는 정말이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서울에서 1시간가량 걸리는 유명산자연휴양림으로 가면 계곡 물놀이와 숲속 힐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유명산자연휴양림은 국내 최초의 국립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대면 주차 걱정도 없다. 입장료는 어른 1인 1000원, 주차료는 하루 1500~3000원으로 가성비 ‘갑’이다.
사실 전국 국립자연휴양림의 숙박시설인 숲속의 집이나 산림휴양관 등은 성수기엔 추첨을 통해 예약할 수 있을 만큼 예약이 쉽지 않다. 여름 휴가철엔 입시 경쟁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는 성수기가 7월 15일부터 8월 24일까지다. 캠핑을 할 수 있는 야영데크도 그나마 성수기를 제외한 평일은 노려볼 만하지만 서울에서 가깝고 자연환경이 좋아 인기 있는 곳은 예약이 쉽지 않다.
운 좋게 야영데크를 예약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유명산자연휴양림에선 설사 야영데크나 숲속 방갈로를 예약하지 못했더라도 당일치기로 계곡 피서를 즐길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야영장을 지나 휴양림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사방댐을 시작으로 박쥐소와 용소, 마당소를 거쳐 합수 지점에 이르는 2.7km의 긴 계곡길을 만난다.
소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로 밑의 깊은 웅덩이란 뜻이다. 박쥐소와 용소, 마당소 혹은 그 사이사이 수영금지 표지판이 없는 물가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한나절 놀기 좋은 깊이다. 비록 예전처럼 텐트를 치고 백숙을 삶아 먹을 수는 없지만 돗자리 하나 깔고 계곡물로 등목하며 간단한 간식은 먹을 수 있다.
계곡 물놀이도 좋지만 굳이 물에 몸을 담그지 않아도 시원한 계곡 소리 들으며 계곡 트레킹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서가 된다. 계곡길은 크고 작고 뾰족하고 뭉툭한 돌들이 널려 있어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조심하게 된다. 판판한 데크처럼 편한 길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다이내믹하다. 체력이 ‘빵빵’하다면 유명산 등산을 도전해도 좋다. 다만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고, 비가 많이 올 때는 계곡의 바위들이 미끄럽고 뾰족해 주의가 필요하다. 장마철에는 계곡물이 넘치기도 하니 계곡 주변으로는 가지 않는 게 안전하다.
물놀이 뒤에는 휴양림 내 여러 산책로를 이용해 숲속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데크가 잘 깔린 짧은 코스도 있지만 짧은 데크 산책로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산중 임도를 크게 돌아 1~2시간 걸을 수도 있다. 짧은 데크길을 여러 번 순환해 걸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유명산자연휴양림 숲속 데크길은 흔히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숲속을 잘 꾸며 놨다고 해봐야 숲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걷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확실히 이곳의 데크길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게 하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숲을 만끽하는 '포레스트 힐링'이다. 숲이라도 다 같은 숲이 아니라 숲의 생김과 모양새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감성을 준다.
길이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자생식물원도 걷기 좋다. 야외 데크로 이어진 숲지식물관찰로는 또 하나의 자연 속 산책로다.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은 목본 42종, 초본 322종 등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행객은 “워낙 입소문 난 자연휴양림이라 성수기나 주말엔 숙박 시설을 예약하긴 어렵지만 그냥 훌쩍 당일치기로 와서 숲속 데크로드를 걷고 계곡 물놀이를 즐기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며 “곳곳에 정자와 벤치가 있어 데크를 예약 못해도 자연 속에서 하루 쉴 곳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