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속구는 변함 없지만 사사구 남발…한 야구인 “학교선 미국행 만류, 선수가 부담 있을 것”
심준석은 KBO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대표팀의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심준석 대신 김서현(서울고)-윤영철(장충고) 원투펀치로 대회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심준석의 대표팀 탈락의 배경엔 최근 부진한 성적이 한몫한다. 심준석은 올해 고교야구 무대에서 10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5.21을 기록했다. 19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가 무려 27개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한 심준석이 미국 대신 KBO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심준석의 가장 큰 문제는 제구. 2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왕중왕전 장충고등학교와 16강전에 선발 등판한 심준석은 2.2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교체됐다. 이날 심준석은 개인 최고 구속(157km/h)에 육박하는 156km/h의 강속구를 뿌렸지만 영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서 사사구를 남발했다.
최근 심준석이 등판하는 날이면 KBO리그 스카우트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구단 고위 관계자까지 대회가 열리는 야구장에 나타나 심준석을 체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제구 난조로 강판당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심준석 스스로도 자신의 구위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심준석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 남게 될까. 취재한 바에 의하면 여전히 심준석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심준석이 한국에서 프로를 경험한 다음 미국에 진출하길 바라지만 선수의 목표와 방향성은 흔들림이 없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8월 1일부터 열리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수정 보완해서 실력으로 증명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공을 던진다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해도 헐값에 계약을 하거나 아예 메이저리그 구단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더욱이 심준석은 8월 16일까지 KBO 신인 드래프트 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즉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야구 인생의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심준석이 KBO 신인 드래프트에 나간다면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하다. 1순위 지명권은 한화 이글스가 갖고 있는데 한화가 심준석을 지명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2순위는 KIA 타이거즈, 3순위가 롯데 자이언츠인데 심준석이 어느 리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KBO 신인 드래프트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
심준석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보라스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심준석의 리그 선택과 관련해서 “선택은 선수나 선수 가족이 결정할 부분이지 에이전트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심준석이 최근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터라 지금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고교 야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한 야구인은 심준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심준석이 허리와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그로 인해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심준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해서 이목이 집중되고, 학교 측에선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심준석의 미국행을 만류하는 터라 선수가 감당할 몫이 상당했을 것이다. 감독은 선수의 훈련량 부족이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보는데 선수 관리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 묻고 싶다. 강속구 투수는 어느 리그에서든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선수다. 어쩌면 한국 야구의 보물로 성장할 선수가 야구 외적인 일들로 흔들어댄다면 누가 손해일까. 심준석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정말 크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