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공장 노동자 350명 근로계약 해지, 울산시 “지원금 환수”…영안모자 “해외지분 자일차 통해 관리”
#자일자동차 중심으로 버스 사업 재편?
영안모자그룹은 2003년 신사업 일환으로 옛 대우자동차 버스사업부를 인수했다. 그렇지만 현대자동차그룹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대우버스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에디슨모터스가 2015년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를 인수한 후 전기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대우버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우버스는 결국 2020년 6월 울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울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약 350명의 울산공장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했으며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대우버스지회의 손을 들어줬다.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대우버스는 2021년 6월 울산공장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관련기사 ‘대우’ 브랜드 또 하나 사라지나…험로에 놓인 대우버스의 미래).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조치였을 뿐, 영안모자그룹은 지난해부터 대우버스 법인 청산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우버스는 보유 중인 자산을 계열사인 자일자동차(옛 자일자동차판매)에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말 기준 대우버스는 대우버스 베트남 법인 지분 100%, 코스타리카 법인 지분 98.56%를 갖고 있었다. 이 밖에도 합작법인인 대우팍모터스(파키스탄 법인) 지분 50%, 대우버스카자흐스탄 지분 50%, 대우버스미얀마 지분 25%, 계림대우버스(중국 법인) 지분 20%, MTBML(대만 법인) 지분 15.43% 등을 보유했다. 하지만 대우버스는 지난해 이들 해외법인 지분을 모두 자일자동차에 매각했고, 울산공장 부지도 자일자동차에 양도했다.
영안모자그룹이 기존 대우버스 법인을 청산한 후 계열사인 자일자동차를 중심으로 버스 사업을 재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도 폐쇄된 울산공장과 달리 대우버스 해외 공장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버스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울산공장을 재가동할 때도 대우버스는 베트남 관련 업무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많았다”며 “종국적으로는 생산 기지를 베트남이나 다른 해외 법인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 울산공장에는 일부 설비와 자재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자일자동차는 대우버스 제품의 판매 및 자동차 정비, 렌터카 등의 사업을 영위하다가 지난해 다임러트럭코리아와의 제휴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의 LCV(경상용차) 제품인 스프린터의 판매를 시작하는 등 대우버스 품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영안모자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자일자동차 지분은 올해 3월 말 기준 82.1%고, 이 중 대우버스가 보유한 지분은 32.0%다. 대우버스가 보유한 자일자동차 지분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도 영안모자그룹의 자일자동차 지분율은 50%가 넘으므로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
#일하던 직원들을 어쩌고…
대우버스는 울산공장 폐쇄와 동시에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해지했다. 이들은 2020년 울산공장이 폐업한 후 1년간 싸움 끝에 일터에 복귀했지만 다시 1년 만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대우버스는 지난해 울산공장 재가동 당시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공장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등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대우버스가 매각 의지를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그 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울산공장을 재가동한 것도 재고 자산 처리를 위한 것이었다는 뒷말도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현장지회 관계자는 “2020년 울산공장 폐업 당시 200대 이상의 미완성 버스가 있었는데 이 상태로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한 물건이었다”며 “지난해 공장을 재가동한 후 해당 버스들을 완성시켜 판매했고, 미완성 버스 처리가 끝나자 곧바로 공장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울산공장 노동자들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으므로 해고 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대우버스 회사를 위해 받아야 할 돈을 많이 축소해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울산공장 노동자들은 대우버스 직원이므로 대우버스가 청산하면 소속이 사라진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대우버스는 이미 지난 7월 11일 법인 해산을 결정했다. 채무 변제, 잔여재산 분배, 청산종결 등기 등의 작업을 완료하면 대우버스 법인 청산은 마무리된다. 울산공장 부지를 소유한 자일자동차가 이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도 법적으로는 없다. 대우버스현장지회 측도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울산광역시가 대우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지역사회도 반발도 거세다. 대우버스는 과거 울산과 부산 두 곳에 공장을 뒀다. 부산공장은 2009년 문을 닫았고, 대신 2014년 울산시에 공장을 추가로 준공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우버스가 울산공장 부지를 분양받을 때 공장을 10년 이상 가동한다는 조건으로 지원금을 받았다”며 “10년간 공장을 유지하지 않고, 자일자동차에 양도했으므로 지원금을 환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영안모자그룹 관계자는 “(해외법인 지분 양도 등에 대해서는) 자일자동차를 통해 관리를 하려고 했던 부분”이라며 “울산공장 사후 처리 관련해서는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고, 조율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