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주’ 불순물 철저히 제거하지만 풍미 없애…‘프리미엄 소주’ 원료 풍미 살리지만 가격 3~10배 높아
#일반 소주와 프리미엄 소주 가격 차이 왜?
프리미엄 소주는 일반 소주에 비해 가격이 3~10배 높다. 프리미엄 소주는 도수가 높을수록 가격도 높다. 화요 25도의 경우 375ml가 1만 1000원 전후인 것에 비해 40도는 2만 2000원 전후로 두 배나 비싸다. 일반 소주는 가격이 도수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20.1도의 참이슬 오리지널이나 16.5도의 참이슬 프레쉬나 모두 1900원 전후다. 어떠한 이유로 프리미엄 소주와 일반 소주는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일반 소주는 95% 이상의 주정(에틸알코올)에 물로 희석하고 조미료를 넣어 맛을 낸 술이다. 연속식 증류기를 통해 증류 시에 나오는 메틸알코올, 퓨제 오일 등 불순물을 철저하게 제거하여 순도 높은 에틸알코올을 만든다. 일반 소주의 맹점은 불순물도 없애지만 원료가 가진 풍미도 없앤다는 것. 재료와 상관없이 똑같은 알코올만 나온다. 그래서 좋은 원료를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잉여 농산물을 많이 사용한다. 쌀소주, 보리소주라고 원료명을 붙이지 못한다. 잉여 농산물을 사용하는 만큼 재료가 늘 달라지기 때문이다. 향미가 적은 만큼 음식과 적당히 어울린다. 반대로 표현하자면 정확히 잘 맞는 음식도 없다. 이에 맛을 음미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달리기에 딱 좋은 술이다. 병은 10번 정도 재활용하는 만큼 디자인 및 포장에도 원가절감의 철학이 들어가 있다. 초록색 병은 소주 회사가 모두 공통으로 사용하는 제품. 처음처럼의 소주병이 참이슬 병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어차피 디자인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소주라고 불리는 증류식 소주는 단식 증류기를 통해 한두 번만 증류를 하며 쌀이면 쌀, 보리면 보리 등 원료의 풍미를 살린다. 특히 숙성 과정을 통해 맛을 더욱 부드럽게 한다. 이러한 증류식 소주는 원료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쌀소주, 보리소주, 고구마소주라고 원료명을 앞에 붙일 수 있다. 원료의 풍미를 즐기는 술이 프리미엄 소주다. 병 모양도 제각각이다. 스토리와 개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일반 소주처럼 공병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에 하나하나 수거하지 못하고 소비자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병 가격도 제품 가격에 포함된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희석식' '증류식'으로 불리는 이유
일반 소주는 희석식 소주, 프리미엄 소주는 증류식 소주라고 불린다. 일반 소주도 발효하고 증류하는데 희석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생산자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실은 희석식 소주란 이름이 나온 연유는 제조 공정보다는 공장 자체의 시스템 때문이다. 증류식 소주는 하나의 양조장에서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발효하고 증류하여 제품을 만든다. 희석식 소주 공장의 업무는 주로 희석과 조미다. 즉 주정 공장에서 알코올을 받아 결국은 희석하고 조미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발효하거나 증류하는 모습을 볼 일이 없다.
이에 따라 증류식 소주, 희석식 소주라는 용어가 생겼다. 원래는 법률적 정의에 포함됐지만 2012년 법률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주종을 구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쓰는 용어 정도로 볼 수 있다. 현재 희석식 소주 공장은 별도 법인으로, 발효와 증류를 같이하는 주정 공장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프리미엄 소주는 도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단가가 배로 뛴다. 하지만 일반 소주 가격은 원재료값보다는 유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참이슬 오리지널의 경우 도수가 다른 소주에 비해 높아도 원가 차이는 비교적 크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국의 일반 소주와 닮은 술은 뭐가 있을까? 대표적으로 동유럽의 보드카를 들 수 있다. 보드카의 경우 숙성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활성탄을 사용해 색과 향을 다 뺀다. 순수한 알코올을 지향하다 보니 우리 소주 광고처럼 '깨끗해요' '순수해요'라는 말이 어울리는 술이기도 하다. 보드카 역시 원료가 100% 정해져 있지 않으며 주로 잉여 농산물을 사용한다.
반대로 한국의 프리미엄 소주는 스코틀랜드의 싱글몰트 위스키와 닮았다. 싱글몰트 위스키란 한 양조장에서 몰트(맥아)라는 재료 하나로 발효와 증류, 그리고 숙성을 거친 위스키다. 여기에 스코틀랜드의 경우 3년 이상 숙성을 해야 하는 의무사항까지 붙어있다. 한국의 프리미엄 소주도 대부분 한 양조장에서 쌀을 비롯한 정해진 곡물로 직접 발효와 증류, 그리고 숙성을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료와 숙성 용기를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진행 방식이 유사하다.
한국의 소주 시장은 여전히 일반 소주가 98%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프리미엄 소주는 이제 2%에 닿았을 뿐이다. 어떤 소주가 더 좋고 나쁘고는 없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이다. 다만 프리미엄 소주 라인이 좀 더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귀한 내 몸에 들어가는 술인데 원재료가 무엇인지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에서다.
명욱 주류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다.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최근 유튜브 채널 '술자리 인문학'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명욱 주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