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로 기존 결제 불가능해져…예탁원 6월말 씨티러시아에 계좌 개설
영국, 독일 등에 상장된 러시아 주식은 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거래된다. 쉽게 말해 DR은 러시아로 갖고 오면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증서라고 보면 된다. 영국, 독일 등에 상장된 DR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서 상장폐지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러시아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자 한국 개미(개인투자자)들은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약 2주일 동안 러시아 ETF(상장지수펀드)만 7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것이다. 러시아 대표 가스 기업인 가즈프롬 등 개별 기업 매수까지 계산하면 금액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미들은 DR 계약 내용처럼 러시아의 주식으로 바꿀 수가 없었다. 예탁원에 러시아 계좌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탁원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제재가 시작되면서 기존 사용하던 예탁 결제 기관이었던 유로클리어나 클리어스트림을 통한 결제가 불가능해졌다. 유로클리어는 세계 최대 국제 예탁 결제 기관으로서 전 세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증권예탁, 청산결제, 증권대차, 담보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에 예탁원은 6월 말 씨티러시아에 계좌를 개설해 국내 투자자들의 원주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가즈프롬 등 개별 기업 원주 전환은 해당 증권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원주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RSX 같은 러시아 관련주 ETF는 개별 기업의 집합인 데다 돈을 운용사 측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운용사 측에서 DR을 원주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원주 전환이 되더라도 서방 국가의 러시아 경제 제재와 이에 따른 러시아 정부 측의 외국인 투자자 증권 매도 금지 정책에 따라 매도가 언제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