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에 높은 외부 자본 비율 ‘리스크’…목표 시총 최소 6조~7조 원? 몸값 낮춰 증시 입성 노릴 수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32곳(스펙 제외)이다. 지난해 상반기 40곳이었던 데서 20%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 △코람코더원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3개사가 상장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선 청담글로벌 등 29개 기업이 입성했다.
컬리는 테슬라 요건과 유니콘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 데뷔에 도전하고 있다. 테슬라 요건 상장은 시가총액이 500억 원 이상인 기업 중 직전 연도 매출이 30억 원 이상이거나 2년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 자기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200% 이상이라면 적자기업이라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유니콘 특례상장은 시가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인 기업에 한해 외부 전문평가기관 한 곳에서만 기술성 평가 A등급을 받으면 코스닥 상장예심 청구 자격을 주는 것이다. 컬리의 시가총액은 3조 원가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네트웍스가 컬리 지분 일부 매각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네트웍스가 현재 보유한 컬리 지분은 3.53%, 124만 4135주 수준이다. SK네트웍스는 2018년부터 첫 출자액 81억 3000만 원을 시작으로 2020년 70억 3600만 원, 2021년 82억 6400만 원을 컬리에 투자했다. 총 234억 3000만 원을 투자한 셈이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위축되고 컬리의 상장심사가 지연되면서 SK네트웍스가 구주매출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컬리 일부 지분 매각을) 회사 차원에서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슬아 컬리 창업자이자 대표의 지분율이 5.75%로 낮은 반면 외부 투자자들의 지분이 높은 점도 컬리의 IPO 추진에 걸림돌로 꼽힌다. 투자 유치를 거듭하면서 김 대표의 지분이 줄고 외부 투자자 지분이 50% 정도로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제출된 감사보고서 기준, 컬리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의 컬리 지분은 12.87%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역시 중국 투자회사인 ‘힐하우스캐피탈’이 11.89%, 러시아계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글로벌’이 10.17%를 보유해 그 뒤를 잇고 있다. FI 보유 지분이 이처럼 많은 상황에선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렵다. 또 FI가 지분을 대량 매각하면 다른 투자자들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FI들에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 지분을 팔지 않을 것과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약정을 컬리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최근 컬리가 확약서를 제출한 것이 알려졌다. 그러나 컬리 관계자는 “확약서 제출과 관련해선 밝힐 수 없다. 거래소도 그런 걸로 안다”고 말했다.
컬리가 창업 이래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63.8% 증가한 1조 5631억 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1015억 원 늘어난 2177억 원을 기록했다. 총 거래액은 2조 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컬리는 매출과 거래액이 빠르게 늘어난 것과 함께 영업 적자도 증가했는데, 새벽배송과 신선식품 배송이라는 특성상 매출 원가가 높고 직매입 사업자다 보니 재고에 대한 부담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컬리는 지난해 말 ‘앵커애쿼티파트너스’에 프리IPO를 유치할 때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증시가 하락하고 적자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컬리는 지난해 7월 시리즈 F 투자를 통해 2조 5000억 원 기업가치를 받은 후 12월 프리IPO 당시 4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프리IPO 당시 받은 밸류를 감안하면 목표 시가총액은 최소 6조~7조 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컬리가 당초 목표로 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공모가 산정에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몸값을 낮춰 증시 입성을 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컬리 관계자는 “올해 다른 기업들도 상장심사에 꽤 오랜 기간이 걸렸던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현재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