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SKIET 블록딜에 휘청…LG화학 “당분간 LG엔솔 지분 매각 계획 없다”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흔히 양날의 검에 비유된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높을수록 유통물량이 줄어 상장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역대급 IPO로 불렸던 LG엔솔은 IPO 당시 기관투자자에 총 2337만 5000주를 배정했다. 그중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58.3%에 달하면서 상장일 유통물량은 8.85%에 그쳤다. 그 결과 공모가 30만 원이었던 LG엔솔은 상장일 59만 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고, 50만 5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보호예수로 묶였던 기관투자자들의 물량은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에 걸쳐 점차 시장에 풀린다. 유통물량이 늘어나니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나오는 물량이 많을수록 투자심리는 악화하고 주가는 하락한다. 지난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 대 1 이상이고, 시가총액이 조 단위인 8개 공모주를 살펴본 결과 상장 후 1, 3, 6개월 보호예수 해제일에 전날 종가보다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24거래일 중 6거래일에 불과했다.
LG엔솔의 경우 6개월 보호예수를 건 기관투자자 배정물량은 전체의 42.6%였다. 주식 수로는 996만 365주다. 게다가 최대주주인 LG화학의 1915만 주의 보호예수도 6개월이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의무보유확약 3개월 기간에 40.70% 물량이 묶여 있었다. 해당 물량이 출회되기 5거래일 전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보호예수 해제일에는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이 약 130만 주를 매도하면서 주가가 4.39%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6개월 보호예수 해제일인 27일 LG엔솔에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LG엔솔의 주가는 지난 27일, 전날에서 500원만 하락한 39만 3500원에 장을 마치며 선방했다. 더욱이 28일에는 5.59% 상승한 41만 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상장 후 6개월 동안 공모가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향후 주가 흐름으로 쏠린다. 그러나 LG엔솔을 제외한 앞의 8개 종목의 6개월 보호예수 해제 이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27일 기준, 8개 종목 중 6개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밑이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로는 블록딜이 꼽힌다. 상장 후 1년이 안 된 종목들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여전히 높아 고평가 논란이 이어진다. 이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블록딜로 인한 차익실현으로 '먹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또 기업에 성장성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난해 12월 10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 원어치를 매각했고, 개인적으로 469억 원을 현금화했다. 공모가보다 2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던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이후 1~2개월 동안 30%가 하락했다. 카카오페이 2대주주인 알리페이가 지난 6월 8일 500만 주를 시간외 매매하며 두 번째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매각한 주식이 전체의 3.8%에 불과한 데다 알리페이가 남은 지분을 120일간 보호예수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번째 블록딜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공모가 아래인 6만 16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뱅크도 카카오페이의 블록딜에 영향을 받았다. 류 전 대표가 당시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터라 해당 사건이 카카오 전체로 번진 탓이다. 카카오뱅크는 결국 상장 후 지켜온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우하향해 지난 1일에는 신저가인 2만 86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8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3만 50원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도 블록딜 이슈가 불거졌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SKIET 주식은 공모가 근처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 5일 SKIET 2대주주인 사모펀드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보유 지분 4.84%(345만 788주)를 블록딜로 매각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돌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음 날 주가는 14.35% 급락했다. 지난 15일에는 증시 입성 후 최저가인 7만 9200원까지 주저앉은 바 있다.
LG엔솔도 오버행이나 블록딜 이슈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일단 27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매도량은 약 222만 주에 불과했다. 즉 앞으로도 기관투자자 물량이 쏟아질 수 있는 셈이다. LG엔솔은 3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될 당시에도 11거래일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최대주주 LG화학의 주식 처분 여부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다. LG엔솔의 상장으로 그간 제기됐던 모회사와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동시 상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대통령 선거 기간이었던 터라 대선 후보들은 모회사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모회사·자회사 동시 상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기로 하면서 이제는 물적분할한 자회사들이 쉽게 상장할 수 없게 됐다. 투자자들이 이 같은 환경을 제공한 LG엔솔의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LG화학은 당분간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현석 LG화학 상무는 지난 27일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지분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 양사 간 전략적 협력을 공고히 하고, 최대주주로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분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