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운영위가 허가 받아 위탁운영해 수익 올려…‘바가지 요금’ 원인에다 지자체 방관 속 불법 재임대도
강원도 유명 해변으로 피서를 떠난 A 씨는 백사장 한쪽 그늘에 텐트를 쳤다. 그런데 관리요원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이 해변에서는 아무 곳에나 텐트를 칠 수 없고 정해진 캠핑장을 예약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텐트를 칠 수 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돗자리도 ‘무료 구역’ 내에서만 칠 수 있다며 하루에 3만 원인 파라솔을 빌리지 않을 거라면 무료 구역으로 이동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다와 해변은 국가의 소유이고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A 씨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해당 지자체에 항의 전화를 넣은 A 씨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해변 등의 공유수면은 단체나 개인이 관리청에 목적성을 심사받고 일정한 비용을 낸 뒤 점용‧사용 허가를 취득하면 위탁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유수면(公有水面, Public Waters)이란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의 소유로 공공의 이익에 제공되는 수면을 뜻하며 바다, 강, 하천 등을 말한다.
공유수면관리법에 따르면 공유수면에서 일정한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는 관리청으로부터 점용이나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수욕장과 같은 공유수면은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관리한다.
알고 보니 대부분의 해변은 해당 마을운영위원회가 공동으로 점용‧사용 허가를 받아 위탁 운영을 하고 수익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해수욕장마다 마을운영위나 운영권자의 결정에 따라 캠핑장 이용료와 파라솔 대여비 등을 다르게 받고 있다. 마을 등의 단체뿐 아니라 개인도 관리청에서 목적이 합당하다는 판단만 받으면 점용이나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다.
A 씨는 결국 비용을 내고 캠핑장과 파라솔을 사용했다. 그런데 해수욕장에 따라 캠핑장이나 파라솔, 샤워시설 등의 시설 사용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물가가 올랐다지만 다소 ‘바가지요금’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공유수면에 점용·사용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 해양수산과는 “우리는 적합성을 판단해 공유수면과 부속 토지에 대한 대여 업무를 담당할 뿐이고 해수욕장 운영 부서는 관광과”라며 “점용 및 사용 허가를 받은 위탁자가 시설물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까지는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과 역시 “대부분 해수욕장을 위탁운영하는 각 마을주민위원회 등에서 자체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 따로 요금을 규정하거나 단속을 하지는 않는다. 단속 권한도 없다”며 “마을협의체가 있어서 대략은 서로 맞추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백사장에 일정 부분 무료 사용 구역을 만들라고 권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위치나 규모는 각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주체가 결정한다”고 전했다. 결국 해수욕장에서 무료 구역을 만들거나 말거나, 바가지요금을 받거나 말거나 아무도 시비 걸 수 없다는 말이다.
알게 모르게 행해지고 있는 공유수면의 불법 재임대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점용·사용 허가를 받은 자는 그 허가받은 공유수면을 다른 사람이 점용·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백사장 설치물 재임대는 유명 해수욕장에서도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으며, 관리 주체인 지자체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매년 이 같은 불법 재임대가 계속되는 사례가 많다. 국가 재산인 공유수면이 마치 사유재산처럼 전횡되는 경우다.
지자체에는 몇 백만 원의 사용료만 내지만 성수기를 이용해 수천만에서 수억 원의 이득을 챙겨가기도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마을이나 개인에게 사용권을 주지 않으면 그 관리를 다 지자체가 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력도 인력도 없다. 마을이나 개인이 위탁운영하는 방식이 지자체 입장에선 어떻든 손쉽다”며 “시골마을 사람들도 한철 장사해서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이 마을 전체에 고루 나뉘는지도 알 수 없는 데다 그 안에서 특정인이나 집단에 특권이나 특혜가 생기는 경우도 흔히 예상해볼 수 있다. 실제로 한 마을 주민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살고 있지만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마을 청년들이 하는 것 같은데 그 수익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른다”고 전했다.
피해는 관광객의 몫이다. 해변에서 장사를 하는 한 소상공인은 “불합리하지만 이미 마을마다 운영 주체와 방식 등이 고착화됐다”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사실 마을 어촌계나 마을운영위랑만 쿵짝이 잘 잘 맞으면 뭘 해도 문제없다”고 귀띔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