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천국’ 죽도해변과 ‘바다의 이태원’ 인구해변…캠핑과 나이트라이프까지 풀체험
#2030은 물론 4050도…
양양에는 무려 21개의 크고 작은 해변이 있다. 한여름엔 양양 바다 어디를 가도 서핑보드가 떠 있다. 서핑 메카인 죽도해변은 ‘물 반 서핑보드 반’일 정도다. 수많은 서핑보드가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서핑은 국내에서는 2014년께부터 2030세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가 최근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양레포츠가 됐다. 서핑을 즐기는 서핑 인구도 100만 명을 넘었다. 강원도서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아직 본격적인 성수기가 오지 않은 올해 6월까지, 상반기에만 이미 40만 명이 서핑을 체험하고 갔다.
양양이 서핑 성지가 된 이유는 지형적 조건과 계절풍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보다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핑숍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이 서핑 성지로 통한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것도 한몫한다.
과거에는 여름 레포츠하면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카약 등을 떠올렸지만 이런 레포츠들은 장비와 기술이 필요해 일반인들이 선뜻 다가서기에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서핑은 하루에 교육과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가가기가 한결 수월하다. 20~30분 해변 모래밭에서 지상 교육을 받고, 바다에 나가 또 20~30분가량 보드 타는 요령을 익히다 보면 어느 새 보드 위에 일어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서핑은 왠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일 것 같지만 저변이 꽤 확대된 요즘엔 40~50대는 물론 60대까지 서핑보드에 매달려 신기해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호주와 미국 등에서 시작된 서핑은 예전엔 ‘폼’ 나는 레포츠의 대명사로 통하는 ‘넘사벽’ 레포츠였지만, 요즘은 사실 누구나 접근이 쉬운 레포츠가 됐다. 2~3시간 체험을 하는 데 1인에 7만~8만 원선이다.
균형 감각만 좀 있다면 서핑은 보기보다 그리 어려운 레포츠가 아니다. 서핑 ‘맛보기’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일어설 다리 힘만 있으면 서핑 보드 위에서도 일어설 수 있다. 사실 양양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90%는 입문자이거나 초보자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바다는 온통 엉거주춤 겨우 일어서서 비틀거리거나 어설픈 자세로 보드 위를 휘청거리며 미끄러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드 위에서 일어서기조차 어렵다면 보드에 온몸을 싣고 파도 따라 이리저리 너울너울 유영만 한다고 해도 눈치 줄 사람은 없다. 잠시 기본교육을 받고 나면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해변으로 나가 쉴 수도 있다.
가족단위 교육생들도 종종 보인다. 2030세대 자녀와 5060세대 부모가 함께 서핑을 배우는 풍경이 신선하다. 유연함이 돋보이는 초등학생 서퍼들도 꽤 눈에 띈다. 또 실제 고수들은 가까이서 보면 40~50대인 경우도 많다. 서핑을 처음 해본다고, 나이가 많다고, 운동신경이 둔하다고 기죽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이승대 양양서핑학교장은 “서핑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민소득 증가다. 보통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면 어느 나라나 해양레포츠 산업이 성행하는데 국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서핑이 더 유행했다. 누구나 하루 만에 교육과 체험이 가능한 서핑은 해양레포츠의 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물에 잘 뜨는 초보자용 서핑보드의 길이는 보통 2m가 넘는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물론 초보 딱지를 떼는 건 쉽지 않다. 영화나 광고처럼 파도를 자유자재로 타는 전문 서퍼가 되는 건 ‘어나더’ 영역이다. 초보자도 많지만 실력자도 많은 죽도해변에선 ‘눈요기’ 하기도 좋다. 새벽이나 일몰 직전, 날씨가 궂어 너울이 심한 날 파도를 자유자재로 타는 전문 서퍼들을 보면서 서핑을 하지 않고도 서핑을 즐긴다. 해변에 앉아 혹은 바다에서 튜브를 타고 놀면서 서퍼들을 구경하는 건 새로운 오락거리다. 눈으로 서퍼를 따라가면서 튜브를 타다보면 실컷 파도를 느끼며 슬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주민들은 “예전에는 성수기가 지나면 황량한 어촌 마을로 돌아가 버렸던 시골마을이 지금은 서퍼들로 인해 사계절 내내 들썩거린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차박’으로 인한 쓰레기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는 곳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서핑이 양양의 지역경제도 살렸다.
죽도해변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인구해변은 한마디로 ‘놀기 좋은’ 해변이다. 서퍼들은 인구해변을 ‘이태원과 홍대 사이 그 어디쯤’이라고 말한다. 서퍼들은 낮에는 죽도해변에서 파도를 타고 저녁에는 인구해변으로 몰려와 리듬을 탄다. 사람들은 안과 밖의 경계마저 모호한 클럽을 왔다갔다하며 한껏 흥겨움에 취한다. 주말이면 거리 전체가 음악으로 쿵쾅거린다.
인파 속에서 북적이며 노는 게 별로라면 한가하게 서핑을 배우고 쉬기 좋은 해변도 있다. 동산해변과 기사문해변은 잔잔하게 서핑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
#솔 그늘 캠핑
해변 뒤에는 대개 소나무 숲이 있다. 해변 소나무 숲은 캠퍼들은 물론 서퍼들의 안식처다. 소나무 숲은 텐트에 그늘을 드리워주고, 해변에서 놀다가도 아무 때고 텐트로 돌아와 낮잠을 자거나 고기를 구워 먹으며 바다와 야생의 맛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유료인 곳도, 무료인 곳도 있지만 캠핑을 할 수 있는 양양의 솔숲은 대개 한 사이트에 하룻밤 4만~6만 원선이다.
인기가 좋아 성수기 예약이 쉽지 않은 죽도해수욕장 캠핑장도 있지만,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전화예약 없이 그날그날 선착순으로 텐트를 칠 수 있는 동산해수욕장 캠핑장도 있다. 양양에는 해변이 21개나 되니 해변을 낀 크고 작은 해변 캠핑장도 그만큼 많다. 하지만 성수기엔 ‘부지런한 새가 캠핑을 한다’.
양양 해수욕장은 공식적으로는 7월 8일부터 8월 21일까지 운영되지만 그 이후에도 10월까지는 춥지 않게 캠핑과 서핑을 계속할 수 있다. 전문 서퍼들은 “수온은 오히려 여름보다 가을이 더 따뜻하고 파도도 여름보다는 가을이 더 타기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한여름 성수기를 피하고 싶다면 9~10월에 좀 더 한가한 서핑과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양양=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