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니 유통기한 임박 헐~ 온라인 쇼핑 ‘최저가 낚시질’ 실태

가격비교 상단 노출 위한 허위 등록 판쳐…기본가는 싼데 옵션 팍팍 배송비 팍팍 ‘꼼수’도

[일요신문] 온라인 쇼핑 가격비교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쇼핑을 더 편리하게 해줄 것 같던 포털의 가격비교 시스템이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다. 가격비교 페이지에선 과도한 최저가 노출 경쟁으로 인한 허위 제품 등록과 꼼수 판매가 판을 치고 있다.    

소비자들의 쇼핑을 더 편리하게 해줄 것 같던 포털의 가격비교 시스템에 허위 제품 등록과 꼼수 판매가 판을 치고 있다. 사진=가격비교 사이트 캡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려던 한 소비자는 “네이버 최저가 검색한 뒤 막상 구매하려고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최저가에 해당하는 상품은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최저가로 소비자를 ‘낚시질’ 한 뒤 막상 구매하려고 하면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라며 사실상 구매를 꺼리게 만든 뒤 다른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며 “정상 제품은 마스크 등과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 결국은 원래 사려던 제품의 상품가가 일반 가격보다 더 비싸지게 된다. 포털 쇼핑의 가격 비교를 믿었다가 시간만 낭비했다”며 분노했다. 

게다가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최저가로 착각해 구매하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위의 소비자가 말한 업체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을 마스크 1매와 함께 세트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최근 마스크 가격이 상당히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세트로 구매했을 때 결국 본품을 일반적인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는 셈이 된다.

다른 소비자는 “유통기한 임박 제품은 포털 쇼핑 페이지 상단 노출을 위해 최저가로 등록하려는 꼼수”라며 “저렴하길래 유통기한 임박 제품도 구매해 봤는데 배송이 한 달 이상 걸렸다. 아예 처음부터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의심했다.

위 쇼핑몰을 이용한 여러 소비자에 따르면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살 경우 한참 동안 배송이 안 되고 환불도 안 되다가 업체에 연락을 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구매를 취소하고 세트 상품을 구매하라”며 세트 상품 구매를 유도했다고 한다. 게시판에도 “배송이 한 달 이상 걸린다” “배송 지연으로 구매를 취소해도 아무런 피드백이 없고 업체와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 등 배송 지연이 심한 데다 취소를 하려고 해도 업체와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댓글이 많았다.    

최저가 제품을 살 경우 한참 동안 배송이 안 되고 환불도 안 되다가 업체에 연락을 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쇼핑몰 게시판 캡처

한 소비자는 “네이버 쇼핑 고객센터에 이를 알렸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이 같은 판매 방법에 제재가 없으니 이런 방법을 따라하는 다른 쇼핑몰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의 경우 외에도 온라인 쇼핑의 ‘낚시’ 사례는 많다. 일단 제품 가격을 저렴하게 노출해 놓고 막상 원하는 물건을 사려고 하면 이런저런 추가 금액이 붙어 결국 타 업체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있다. 제품 기본가는 최저가로 해 놓고 옵션으로 색깔을 선택하게 해서 제품 색깔마다 '+5000' 같은 식으로 옵션 추가 비용이 붙는 경우도 있다.

또 제품 가격은 저렴한데 배송비를 8000~1만 원으로 책정해 놓은 황당한 업체도 상당수다. 실제로 자동차 워셔액의 경우 제품가를 개당 1000원에 올려놓고 막상 1박스를 사려고 하면 배송비를 개당으로 계산해 박스당 2만~3만 원이라는 배송비를 책정해 놓은 업체도 있다. 콜라와 사이다 등 탄산음료의 판매에서도 이런 경우가 흔하다.

1+1도 ‘낚시’인 경우가 많다. 1+1은 원래 1개를 사면 1개를 더 준다는 의미지만 막상 가격을 뜯어보면 그냥 2개 가격으로 2개의 상품을 묶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혹은 미끼상품으로 한 제품만 턱 없이 저렴하게 해놓고 일단 가격을 쇼핑 페이지 상단에 노출한 뒤 소비자가 막상 구매를 위해 옵션을 선택하려고 하면 품절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업체들의 공통점은 Q&A 게시판 피드백이나 고객센터로의 전화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품 가격비교를 하다 ‘낚시’에 걸린 경험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미 포털 쇼핑의 가격비교에 더 이상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거나 이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꼼수 영업을 하는 업체들의 공통점은 Q&A게시판 피드백이나 고객센터로의 전화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쇼핑몰 게시판 캡처

한 소비자는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다지만 이런 꼼수는 정말 지겹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절로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 효율과 가성비를 위해 가격비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런 ‘낚시’에 걸려 여러 쇼핑몰을 전전하며 시간 낭비와 실망을 하게 되어 쇼핑하는 데 진이 빠진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쇼핑몰 이용자는 “블로그나 쇼핑몰이나 정도를 지키면 망하는 세상이다. 바이럴 홍보도 점점 심해지니 이젠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한 쇼핑몰 운영자는 “쇼핑몰 운영자만 탓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최저가와 판매량에 의해 쇼핑몰 노출이 달라지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선 별다른 도리가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런 꼼수를 써야만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형국”이라고 하소연했다. 오히려 정말 정직하게 최저가에 파는 업체들이 노출에서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상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들은 업체 하나하나를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체마다 부리는 꼼수를 시스템으로 다 걸러낼 수도 없다고 항변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온라인쇼핑몰 가격비교나 최저가 피해 사례만 따로 모아 놓은 구체적 통계는 없다”며 “소비자가 관련 피해를 입으면 먼저 소비자상담센터 1372로 연결해 상담을 받고 피해 구제가 필요한 경우 소비자원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분쟁을 조정한다. 그 과정은 통상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소비자원은 법적인 제재를 가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어 피해 구제를 목적으로 사업자와 소비자간 분쟁을 조정하는 정도이고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전하며 “소비자원 상위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 부처로 위법사항을 처리할 수 있지만 공정위에 접수되어도 사안에 따라 소비자원으로 이관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소한 온라인 쇼핑의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사실상 소비자만 번거로운 일이 되기 쉽다. 중개 플랫폼 시스템이나 해당 정부부처에서 이를 제재할 수 없다면 ‘만인의 소소한 피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송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