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위한 기업가치 산출 ‘비교 대상과 방식’ 논란…오버행 우려 등 공모제도 문제 목소리도
쏘카 희망 공모가는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제시했다. 평가 시가총액 2조 3155억 원, 주당 평가액 6만 5352원이다. 우버, 그랩, 리프트 등 비교기업 10곳 각각의 기업가치(EV)를 따져 매출액의 몇 배인지를 구했다. 각 사별 값을 단순 평균해 얻은 값 7.7을 쏘카의 매출액에 곱해 EV를 추정했다. 이 EV에서 순차입금 등을 제외하고 신주모집 유입금을 더해 나온 것이 평가 시총이다.
쏘카는 국내법상 자동차대여사업자다. 직접 보유한 차량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매출 99%가 차량대여업, 즉 렌터카에서 나온다. 그런데 국내 동종 상장사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비교대상에서 제외했다.
주관사 측은 “슈퍼앱 기반 대여로 차량 1대당 매출이 렌터카 업체보다 3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사업모델에서 차이가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비교 대상이 된 기업들도 쏘카와는 꽤 다르다. 우버, 리프트, 그랩, 고토(인도네시아) 등은 플랫폼이 차량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승차 공유 방식이다. 버드글로벌과 헬비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인 전기자전거와 전동 킥보드를 공유한다. 우한코테이(중국)와 삼사라, 오비고 등은 소프트웨어 회사다. 오로라이노베이션은 자율주행 솔루션업체다. 모두가 적자라는 공통점은 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을 영위하면서도 상장 당시 은행이 아닌 종합금융플랫폼임이라고 주장했고, 비교대상 기업에서 은행을 제외했다. 은행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최근 SK쉴더스는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이 물리보안에서 나오는데 희망 공모가 산정과정에서는 사이버보안에 쏠려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쏘카 역시 렌터카 업체보다 높은 값을 받기 위해 이 같은 논리를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매출 2조 4227억 원, 세전이익 1504억 원으로 쏘카보다 훨씬 덩치가 크지만 시총은 1조 4000억 원이다. 지난해 매출 1조 원, 세전이익 270억 원인 SK렌터카의 시총도 3976억 원이다.
비교대상 기업 선정의 당위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평균을 구하는 과정 역시 애매하다. 비교기업 10곳의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우버의 매출은 28조 원인데 가장 작은 헬비드는 200억 원에 불과하다. EV는 우버가 66조 원인데 헬비드는 610억 원이다. 표본 간 편차가 너무 큰 데도 이들 각 기업들의 EV/매출액 배수를 구한 후 이를 다시 평균으로 7.7배라는 값을 얻어냈다.
만약 10개사를 하나로 보고 EV와 매출액을 합하거나 평균으로 내 배수를 구했다면 어떻게 될까. 배수는 3.06배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구하면 시가총액은 7430억 원, 주당가치는 2만 4059원이 된다. 주관사는 비교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로도 시총을 추정했는데 그 값이 4543억 원이다. 방법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
쏘카는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5629억 원의 외부투자를 유치했다. 상장 전 지분율로 40%가 넘는다. 보통 사모펀드 등의 투자기간은 5~7년이다. 상장은 대표적인 투자 회수 통로다. 이들의 의무보유확약 기간은 모두 6개월 이하다. 6개월이 지나면 모두 잠재 매물이 된다는 뜻이다. 쏘카 임직원이 보유한 1년 내 행사가 가능한 수량만 111만 주가 넘는다. 행사가격은 1만 6000원, 2만 6000원이다. 일부 임직원이 6개월가량 자율적으로 의무보유확약을 했지만 상장 후 주가하락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사례를 볼 때 서둘러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공모가 밴드는 쏘카 입장에서는 일종의 마지노선일 수는 있다. 지난 3월 롯데렌탈에서 1832억 원을 유치했는데, 1주당 단가가 4만 5172원이다. 이보다 높아야 당시 가치 산정의 정당성이 입증될 수 있다.
한편 쏘카 측은 기관수요예측 하루 전인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장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우선 카셰어링과 마이크로모빌리티(전기자전거), 주차 플랫폼 서비스 기능 등을 통합한 슈퍼앱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쏘카 앱에서 KTX 예약 연계를 시작으로 카셰어링, 전기자전거, 주차는 물론 숙박 예약까지 추가해 이동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쏘카는 올 2분기 영업손익이 흑자로 전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