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에 ‘해외유입 사례’ 역대 최다…기대 밑도는 여행 수요에 업계 긴장감
8월 5일 0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11만 290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인 7월 29일 8만 5298명의 1.32배이고, 2주일 전인 7월 22일 6만 8595명의 1.64배다. 신규 확진자 수가 일주일 단위로 2배로 뛰는 ‘더블링’ 현상은 7월 말부터 다소 완화됐지만 일주일 전 대비 배율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8월 5일 신규 확진자 중 해외유입 사례는 497명이다. 해외유입 사례는 8월 1일부터 5일째 400명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8월 3일 568명으로 최다치로 집계됐다가 다음 날 다시 최다치가 경신됐다. 8월 4일에는 600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는데 코로나19가 처음 유입된 2020년 1월 20일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확진자 해외유입 사례는 3월 21일 입국자 격리면제 등으로 규제가 완화된 이후 6월 24일부터 세 자릿수를 보이고 있으며 여름휴가 기간 해외여행 입국자 수가 크게 늘면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BA.5 변이는 면역회피 능력이 이전 변이보다 뛰어나 전세계적으로 이전에 코로나19에 걸렸던 기 확진자의 재감염률을 높이고 있다. 국내 재감염률은 5%를 넘었고 해외의 경우 10%를 넘기도 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하위 변이가 계속되는 이상 재감염률은 당분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감염력이 강한 BA.5 변이가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2주 연속 세계 최다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7월 25~31일 일주일 동안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137만 909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주간 확진자 수인 656만 명의 21%에 달하는 수치다. 이 기간 일본의 주간 사망자는 655명으로 미국 2626명, 브라질 1827명, 이탈리아 1205명 다음으로 많았다. 일본은 직전 주인 7월 18~24일에도 96만 9000명의 확진자를 내며 세계 최다를 기록한 바 있다.
주간 신규 확진자 수는 미국과 독일도 만만찮다. 7월 마지막 주 기준 미국이 92만 명, 독일이 45만 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한국도 56만 명으로 3위다.
사실상 엔데믹(풍토병화)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해 방역 해제를 앞장서 실행한 유럽과 북미 등의 국가에서 국내로 입국할 때 방역이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한 관광객은 “코로나 방역 해제 국가들에선 코로나19 전과 거의 비슷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개인적으로 조심하는 경우 아니면 마스크도 거의 안 쓴다.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전했다. 방역 해제를 선언한 태국과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 여행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지에서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할 때는 음성으로 나오다가 귀국한 뒤 PCR 검사에서 양성으로 뜨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지에서 확진되면 귀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현지에서 격리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 여행사에서 음성확인서를 위조(관련기사 ‘검사 없이 또는 검사소와 짜고’ 귀국 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조작 실태)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 갔다가 현지에서 확진되면 바로 귀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현지에서 10일 동안 격리해야 하는 등의 국내 입국 규정 때문(관련기사 [코시국 해외여행 Q&A] 해외여행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된다면?)이다.
일부에선 “국내는 방역 다 풀어놓고 방역당국과 언론에서 ‘해외유입 역대 최다’라는 이슈만 너무 강조하는 것 아니냐”며 “그래봤자 10만 명 넘는 확진자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500~600명 선이다. 국내 단속이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지역감염의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해외유입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의 해외유입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입국 방역체계도 다소 강화됐다. 입국 후 3일 이내에 받도록 했던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7월 25일부터는 1일 이내에 받도록 조정됐다. 아직 이외의 특별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는 없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특이사항이 발생하거나 치명률이 급속도로 증가하지 않는 이상 입국 규제를 강화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지만 여행업계는 입국자 자가격리가 부활되거나 입국 방역이 강화될까 노심초사다.
여행업계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해외여행 시장이 다시 침체될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3월 21일 입국자 자가격리가 해제되면서 잠시 숨통이 트인 듯했던 해외여행 길이 다시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행 수요 회복세는 당초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예약이 저조하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항공노선이 일부 축소되기도 했다. 8~9월 성수기가 지나면 해외 항공 노선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여객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동남아 전세기와 정규 노선도 띄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다시 논의 중이다. 동남아의 경우 공급보다 수요가 밑돌면서 할인 항공권을 많이 풀어 마이너스 수익이 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따라 여름휴가 극성수기인 8월 첫째 주 하루 평균 약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천공항 여객도 실제로는 예측치보다 적은 7만여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실제 항공편을 예약한 승객 현황 데이터를 토대로 발표한 일별 여객 전망에 따르면 8월 5일부터 7일까지 인천국제공항을 찾는 총 여객 수는 20만 5528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별 예상 여객 수는 5일 6만 5779명, 6일 6만 9032명, 7일 7만 717명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자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출해 7월에 발표한 여름 성수기 항공 수요 예측치보다 2만~3만 명 적은 수치다. 앞서 공사는 하계 성수기인 7월 22일부터 8월 10일까지 20일 동안 일 평균 여객 수가 8만 5621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극성수기 주말인 8월 7일의 경우 9만 8352명의 여객 수요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항공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코로나19 재유행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