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인 “매출 없는 아들 회사에 무담보로 500억대 빌려줘”…김 회장 경찰 소환 응하지 않아
고발인은 경기도 용인역삼구역도시개발사업조합(용인역삼조합) 관계자 두 명. 이들은 지난 6월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수사 과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경찰이 고발인 조사는 이미 끝마쳤으나 피고발인(김영춘 회장)은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2003년 1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일대 69만 1604㎡(약 20만 9210평)를 복합 신도시로 개발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고시한 바 있다. 용인역삼구역도시개발사업(용인역삼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이로부터 6년이 지난 2009년 8월엔 용인역삼조합이 설립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현재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 수십 건의 송사가 진행 중이다. 사업 시행이나 용인역삼조합 운영 등에 관한 법적 다툼으로 최근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다.
용인역삼조합 관계자들에게 고발당한 김영춘 회장은 서해종건 사내이사다. 발행주식의 76.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실질적 오너다. 김 회장의 아들 김진성 씨는 와이제이건설코리아(주)(와이제이건설)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1993년생으로 올해 29세. 와이제이건설은 용인역삼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2019년 7월 설립됐다. 초기 자본금은 600만 원이었으며 현재는 3억 원이다.
고발인들은 서해종건이 와이제이건설에 500억 원 이상을 불법 대여했다고 주장한다. 서해종건이 와이제이건설에 2019년 27억 4621만 원, 2020년 480억 1369만 원 등 모두 두 차례에 걸쳐 507억 5990만 원을 와이제이건설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여했다는 것이다.
일요신문과 지난 8월 초 만난 한 고발인은 “와이제이건설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존재하지 않아 특별한 매출도 없고 담보할 만한 자산도 없는 상태였다”며 “김영춘 회장은 회사 자금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와이제이건설에 자금을 대여하면서 담보 등 채권회수방법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김영춘 회장이 “서해종건에 507억 599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와이제이건설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죄를 범했다”는 것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한다.
서해종건은 최근 자금 사정이 그리 여유롭지 않음에도 김 회장이 아들 회사에 거액을 빌려줬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서해종건이 와이제이건설에 480억 1369만 원을 대여했던 2020년 서해종건 매출액은 878억 원. 2019년(2331억 원) 대비 62.4%나 하락했다.
서해종건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0년 영업이익은 25억 원. 전년도에 비해 90%이나 급감했다. 부채 총액도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1285억 원, 비유동부채는 993억 원으로 모두 2278억 원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1년 만에 부채가 520억 원이나 증가했다. 재무 상황이 심각한 상태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아들 회사에 507억 원 이상을 빌려줬다.
하지만 서해종건이 그동안 와이제이건설에서 회수한 돈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서해종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해종건이 와이제이건설에 507억 원 이상을 지급한 후 받은 대가는 44만 원과 이자 수익 6억 3000만 원뿐이다. 그나마 이자 수익도 미수 수익이어서 실제로 받은 돈은 44만 원에 불과하다. 507억 원 이상을 빌려주고 지금까지 44만 원만 돌려받았다. 서해종건이 와이제이건설에 2년 이상 사실상 무상으로 대여해준 셈이다.
앞서 언급한 고발인은 “김영춘 회장은 용인역삼사업이 향후 상당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자기 아들(김진성) 명의로 와이제이건설을 설립해 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해 김영춘 회장 입장을 듣고자 서해종건 비서실 등 관계자들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이 회사 관계자들은 “바쁘다” “모른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서해종합건설과 와이제이건설은?
서해종합건설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지분의 대부분인 89.7%를 김영춘 회장(76.8%)과 특수관계인 아들 김헌성 씨(12.9%)가 소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눈에 띄는 점은 이 회사 지분 10.3%를 2008년부터 기획재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7년까지 이 회사 모든 지분을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했던 점에 비춰볼 때 김 회장이 지분을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주식으로 물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1년 4월 서해종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해종건의 자금거래 내역이 있는 특수관계자는 11개 기업. 김영춘 회장 아들 김진성 씨가 대표이사인 와이제이건설코리아(주)도 이 가운데 하나다. 와이제이건설은 김진성 대표(2021년 12월 기준 지분율 58%)와 김 아무개 씨(42%)가 지배하는 회사다. 이 회사 역시 김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사실상 가족회사다.
일요신문은 지난 16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와이제이건설을 방문했다. 이 회사 입구엔 ‘와이제이건설(주) 서해종합건설 용인지사’라는 상호가 붙어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서해종합건설 부장’ 명함을 건넸다. 그는 “(고발 사건에 관한) 인터뷰 여부를 상의해 연락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8일 오전까지 아무 답변이 없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