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병행할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 도입…참여기업들 인력난 해소, 실적 개선 효과
여성은 출산의 주체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적 자본이다. 출산과 일자리는 더 이상 별개가 아니다. 출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노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건 국가적 차원의 의무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3자녀 정책을 다시 홍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여성들의 출산 및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이에 따르는 비용도 더 이상 모른 체해선 안 된다. 국가가 해결해줘야 한다. 특히 출산한 여성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엄마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중산시에 거주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29세 여성 황춘하 씨는 지난해 스피커 제조공장에 취업을 했다. 그는 균일한 속도로 나오는 스피커 부품들을 능숙하게 조립한 뒤 다음 공정으로 넘긴다. 이 스피커는 유럽과 미국 등으로 수출된다.
황춘하 씨가 한 달에 받는 급여는 4000위안(77만 원)으로 그리 많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탄력적이어서 본인이 원하는 때에 일을 하거나 쉴 수 있다. 휴가도 언제든 낼 수 있다. 한 달에 정해져 있는 시간만 일하면 된다. 이로 인해 아이를 직접 등하교시킬 수 있다. 그는 “내가 받아야 할 임금이나 복리후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를 직접 돌보면서 일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 주안을 뒀다는 의미다.
중산 당국은 2021년부터 엄마들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동시에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 제공에 총력을 기울였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엄마들이 시간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다. 이를 두고 중산에선 ‘마마강’이라고 불렀다.
황춘하 씨가 다니는 회사에는 이런 식으로 일하는 엄마들이 총 236명에 달했다. 전체 직원의 30%가량이다. 중산에서는 160개 기업이 ‘엄마 일자리’를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 현재 엄마 일자리에 할당된 업무는 4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의 ‘마마강’ 정책은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얼마 전 광둥성 포산에선 250개 기업이 3200명의 엄마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장시성 지안샤장현의 제약업체들은 엄마들을 위한 생산라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푸저우의 숭런현 소재 의류업체들은 학교 인근에 ‘작업장’을 만들어 엄마들을 채용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결혼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 및 역할 충돌을 해소할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론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정저우대 경영대학원 천메이 부교수는 “가임기 여성의 출산 걱정을 덜어주고, 출산 잠재력을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마마강’은 여성들의 요구에 의해서 생겨난 게 아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먼저 일하지 않고 집에 있는 엄마들의 활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산시의 한 기업 대표는 “2021년 초부터 경기가 살아났다. 물량은 회복됐는데 이를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예전에 근무하던 외국인 노동자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때 고국으로 갔다. 그래서 취업하고 싶지만 일할 데가 없었던 엄마들을 적극 채용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중산시 부녀회장 위젠사 씨는 엄마들의 구직난, 기업들의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엄마 일자리’를 제안했다. 엄마들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자는 게 핵심으로, 중산시와 기업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21년 5월 중산시는 본격적으로 엄마 일자리 탐색에 나섰다. 시 관계자, 각급 부녀회 등이 기업들을 방문해 탄력적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 수요를 파악했다. 그리고 중산시는 조립공, 객실 청소원 등 ‘1호 엄마 일자리’ 리스트를 발표했다. 중산시 부녀회 연대부장인 장후이는 “첫 번째 일자리가 나온 후 조회수가 6만 7000건에 달했다. 각 지역의 엄마들 신청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엄마 일자리를 두고 시간제, 생산직, 아르바이트 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긴 하다. 이에 대해 광둥성 부녀자연맹의 허훙 대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마마강’은 기본적으로 8시간을 근무한다. 다만 시간을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일들도 많다”면서 “앞으로 고용의 질은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계에선 기업의 인건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유연근무를 택한 엄마들이 자리를 비울 경우를 대비한 인력을 충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남개대 경제학과 리레이 교수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은 근로시간 투입 및 일의 연속성에 있어서 남성들에 비해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엄마 일자리’를 도입한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 이전보다 좋은 실적을 나타냈다. 엄마들의 업무 이탈률은 5% 미만으로, 이는 남성들과 비슷했다. 오히려 소속감이 강하고 충성도가 높으며 일에 대한 숙련도가 좋아 업무 효율성 및 제품 합격률은 다른 노동자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일부 회사는 ‘프리미엄 제품’을 엄마 일자리에 할당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선 ‘엄마 일자리’를 정착시키기 위해 폭넓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졸, 청년 등에게 주는 취업보조금 대상에 엄마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마강’ 발원지인 중산시는 ‘엄마 일자리’에 취업한 엄마들에게 매달 300위안(5만 7000원)의 사회보험급여와 100위안(1만 9000원)의 일자리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