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약 매출·이익 대폭 감소 불구 ‘한 우물 파기’ 승부수…주주들 사이 사업 다각화 목소리 적잖아
씨젠은 분자미생물학을 전공한 천종윤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교수가 2000년 9월 재직 중에 설립한 회사다. 201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씨젠은 창업 이후부터 유전자(DNA, RNA)를 분리한 후 증폭시켜 질병의 원인을 감별하는 분자진단 부문에만 집중을 했다. 분자진단의 핵심이 유전자를 수조 배로 증폭하는 PCR, RT-PCR 기술이다. 씨젠은 호흡기 질환, 성병, 자궁경부암 등을 진단하는 제품으로 성장해왔다. 분자진단 시약과 장비 판매로 매출을 올리는 회사이며, 8월 24일 현재 시가총액은 1조 6373억 원이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코로나19 진단시약 ‘올플렉스’를 내놓으면서 씨젠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개발 2주 만에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국내에 공급됐으며 이후 수출 계약이 잇따랐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씨젠의 2019년 매출은 1219억 원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과 2021년 매출은 1조 1252억 원, 1조 370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224억 원에서 2020년 6762억 원, 2021년 6667억 원으로 뛰었다. 불과 2년 사이 영업이익이 3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PCR 기반 분자진단 사업에만 집중
그러나 최근엔 씨젠을 둘러싸고 위기설이 제기된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씨젠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은 12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3037억 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41억 원에서 91% 감소한 13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씨젠의 사업 계획은 PCR 기반 분자진단 사업에 맞춰져 있다. 코로나19로 PCR에 대한 대중의 친숙도가 높아진 만큼, 앞으로 다른 질병에 대한 PCR 매출도 늘어나리라 보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분자진단 장비를 들인 병원은 장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검사도 실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씨젠은 핵산 추출 장비 854대, PCR 장비를 1414대 판매했다. 실제 씨젠의 코로나19 외 진단시약 매출은 상반기 69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2022’에서 천종윤 대표는 “분자진단이 모든 사람의 일상에서 활용되는 ‘분자진단의 생활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씨젠의 인프라를 활용해 진단시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개발 툴을 개발해,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PCR 검사 기반의 분자진단 검사가 대중화될 시, 동물을 대상으로 한 분자진단 사업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씨젠의 구상이다.
실제 분자진단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분자진단 시장 규모는 2019년 92억 달러(12조 원)에서 2020년 362억 달러(49조 원)로 크게 성장했다. 2025년에는 493억 달러(6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씨젠은 M&A 방향도 PCR 업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이야기가 회사 안팎으로 나온다. 씨젠은 지난해 대림산업 CFO(최고재무책임자)이자 M&A를 총괄하던 박성우 M&A 부사장을 영입했고, 올해 초에는 노정석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케이-벤처스 기획담당을 씨젠 투자기획실장 전무로 영입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수할 만한 PCR 업체들이 많이 없어 아직 M&A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씨젠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321억 원이다.
#사업 다각화 목소리 적잖아
그러나 PCR 기반의 분자진단만을 고집하는 경영방침에 일부 주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사업 다각화를 하지 않았기에 실적 방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씨젠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씨젠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깔린 장비와 시약 간 ‘락인 효과’를 이야기해왔지만, 2분기 매출 성장은 호흡기질환 바이러스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단순히 팬데믹이 끝나 마스크를 벗고 다니면서 호흡기 질환 자체가 늘어난 것일 뿐, 락인 효과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씨젠에 따르면 2분기 전체 시약 매출은 1056억 원이다. 이중 코로나19 시약이 593억 원, 코로나19 외 시약 381억 원, 추출 시약이 8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외 시약 중에서는 호흡기질환 시약이 114억 원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호흡기질환 시약 매출은 지난 1분기(49억 원)보다 65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코로나19 외 시약 중 성매개감염증, 소화기감염증 등 다른 질환에 대한 시약의 매출 증가액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앞서의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외 시약이 코로나19 시약 매출 하락을 메울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코로나19 외 시약 매출이 1분기 대비 2분기 20% 증가했지만 총 매출은 25% 하락했다. 처음에는 PCR에만 집중하는 회사의 경영을 응원해줬지만,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니 주주들 사이에서 항체진단과 면역진단 등 다른 진단 영역으로 진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씨젠은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라드와 MOU(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러면서 7개 제품에 대한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우선적으로 획득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주주들 사이에서는 PCR 기반 분자진단의 기술력만 믿고 인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씨젠이 좀처럼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보인다. 2020년 8월 31일 13만 2174원이었던 주가는 지난해 12월 7만 6000원으로 하락했고, 8월 23일엔 3만 1500원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하락했고, 최근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 급락을 면치 못했다. 향후 실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씨젠의 임직원 급여는 2019년 200억 원에서 2020년 728억 원, 2021년 1214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하면 좋지만 씨젠은 아직 분자진단에 먹거리가 더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다만 질병 증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코를 찔러 굳이 검사를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어 대중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씨젠 관계자는 “내년에 순차적으로 주요 전략 제품에 대한 미국 FDA 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며 “(사업 다각화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해 PCR 검사가 정확도가 높다는 점을 대중이 인지하게 됐다. PCR 검사를 더 많은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원숭이두창에 관련된 연구용 시약을 개발했다. 추후 PCR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