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비대위 강행에 ‘추가 가처분’ vs ‘가처분 집행정지 신청’…당 일각 “이준석 복귀 길 열어줘야”
8월 26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준석 전 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주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지 16일 만이다. 법원 판단 이후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하며 사퇴한 최고위원은 당헌 제27조 제3항에 의해 선출돼야 할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 신청을 인용한 날 곧바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8월 26일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항고할 것”이라며 “정당 정치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침해하는 재판장의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처분 결정은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만 정지한 것이라, 본안 판결에 따라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비대위와 비대위원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체제 강행을 선택했다. 8월 27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당헌·당규 보완을 통해 새 비대위를 꾸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추가 징계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비대위 전환 요건을 규정한 당헌 96조 1항을 구체화해 법적 시비를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헌 96조 1항은 기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궐위 △당 대표 궐위 △최고위에서 전원 찬성한 경우로 구체화했다.
하지만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결권을 갖는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전국위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내홍은 증폭됐다. 8월 29일 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판단으로 ‘비상상황이 아니다’라고 결론이 났고 비상대책위원장 선출도 무효라고 결론이 났다. 비대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다시 같은 절차나 과정을 밟아서 같은 결론을 낼 수는 없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억울하겠지만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요구에 전국위 의장은 응할 의무가 있다고 서 의원을 압박했지만, 8월 31일 서 의원은 전국위 의장직에서 사퇴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법원은 “최고위·전국위 의결이 진행된 경위를 살펴보면,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며 “전국위 의결 중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한다는 결의) 부분은 당헌 96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및 민주적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정당법에도 위반되므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인 천하람 변호사는 “기존 비대위 구성 관련한 소송은 이준석 전 대표 완승이다. 비대위원 가처분도 이 전 대표가 승소할 거다. 당이 9월 14일 심리 이전에 기존 비대위 해산하고 새 비대위를 구성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비상상황 조건으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의 사퇴’로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고 짜맞추기식 소급 적용이다. 당 대표를 쫓아내려고 당헌·당규를 개정해놓고 또 법원에서 패소한다면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는 8월 29일 주호영 비대위원장에 이어 권성동 성일종 엄태영 전주혜 정양석 주기환 최재민 이소희 8명의 비대위원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전 대표 측은 “국민의힘이 법원의 결정을 부정하면서 위법한 비대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설치한 비대위 자체가 무효다. 무효인 비대위가 임명한 ‘무효 직무대행’과 ‘무효 비대위원’은 당을 운영할 적법한 권한이 없다”고 추가 신청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법원의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결정에 불복하며 가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맞불을 놨다. 주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은 본안 판결까지 정지됐지만,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결정을 받으면 비대위원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민사집행법 309조에 따르면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있고 그 결정의 집행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있다는 사정 등이 소명될 시 법원은 가처분 집행정지를 명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8월 16일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이 전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됐다. 추가 가처분을 신청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주 위원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되기 전에 비대위원 8명과 사무총장, 비서실장, 수석대변인 등이 임명됐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비대위 구성원들의 법적 지위는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8월 30일 ‘MBC 뉴스외전’에서 “기존 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비대위원장 임명 등 비대위 구성하는 일련의 절차들이 정당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해서 사법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라며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비대위 구성한 것도 위법한 걸로 포함돼 있다. 같은 재판부가 같은 논리로 접근한다면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의원도 8월 27일 페이스북에 “비대위원장 직무대리를 선정하고 비대위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이준석 전 대표 측에서 곧바로 비대위원 선정 무효를 주장하며 비대위원 전원의 직무정지를 신청하면 법원은 즉각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여당이 재차 웃음꺼리가 될 것이다. 법원이 이미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결정했는데 비대위를 존속할 명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법정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2030세대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지지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청년당원들을 주축으로 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는 당원 1558명을 모집해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에 반발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천하람 변호사는 “당 내분을 봉합하기 위해선 원칙으로 돌아가는 방법 한 가지뿐이다. 이 전 대표가 징계 기간 이후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때 남은 임기도 5개월밖에 안 되고, 이 중 2개월은 전당대회를 진행한다. 뭘 할 수 없다. 감정적 대응을 멈춰야 한다. 이 전 대표를 공격하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투쟁하며 여론전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그럼 이슈가 더 커지고 장기화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