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생필품 위주 하반기 참전…시장규모 커지면 좋지? 오픈마켓 비즈니스 쪽 부담 커질 듯
네이버가 올 하반기 새벽배송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CJ대한통운과 육아, 생필품 등 카테고리에 한해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당일에 배송하는 ‘당일배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하반기에는 새벽배송 베타 서비스를 선보인다. 최근 네이버는 네이버쇼핑을 담당하는 포레스트CIC에 신규 배송 서비스 개발을 위한 ‘물류 메가 TF(태스크포스)’를 새로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새벽배송도 육아와 생필품 카테고리를 먼저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통물류 시장조사업체인 진짜유통연구소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미 새벽 배송에 익숙해져 시장의 니즈는 충분하다. 그런데 최근 새벽배송 시장에서 억지로 버텨오던 경쟁사들이 사라지면서, 네이버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장에 진출하기 좋은 타이밍이 됐다. 아직 식품 분야의 온라인 침투율은 (다른 소비재 대비) 낮은 수준이라 성장성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만 롯데쇼핑, BGF, 프레시지, GS리테일이 새벽배송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다.
#CJ대한통운 손잡은 네이버, 차별화 포인트는?
네이버는 택배업계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과 함께 새벽배송 시장에 나설 계획이다. 네이버쇼핑 내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판매자가 새벽배송을 원한다면, 네이버에는 수수료를 내지 않고 물류를 담당하는 CJ대한통운에 물류비를 지급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CJ대한통운은 마켓컬리의 충청권 새벽배송을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생필품을 시작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까지 차차 범위를 넓힐 것으로 전망한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 연합군의 새벽배송에는 양사가 구축한 풀필먼트 센터가 활용된다. 풀필먼트는 물류 전문업체가 상품의 입고, 포장, 배송 등 물류 업무와 공급망 관리 등 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배달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솔루션을 말한다. 앞서 2020년 10월 두 기업은 지분교환을 통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기존의 곤지암·용인·군포시에 더해 올해 용인 남사·여주·이천시에 네이버 판매자 중심 풀필먼트 센터를 추가로 오픈했다. 기존 CJ대한통운의 물류 노하우에 네이버의 클로바 포캐스트를 활용한 물류 수요 예측 시스템을 접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외에도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 물류업체와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을 구축해뒀다. 이들 물류업체 중 CJ대한통운이 새벽배송 서비스 시범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네이버는 쿠팡, 마켓컬리 등 기존에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과는 전략이 다르다.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는 쿠팡과 마켓컬리는 직접 풀필먼트 서비스 기반의 물류센터를 지어 물류 전반을 내재화해왔다. 쿠팡은 2014년부터 전국에 100개가 넘는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2025년까지 전국을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0km 이내에 둔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물류센터를 추가로 건립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총 4개의 물류센터를 보유 중이다. 내년엔 창원과 평택시에 추가로 물류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했다가 백기를 들고 철수한 대기업과 비교해 네이버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수한 기업들 중엔 오프라인 소매업을 기반으로 하던 업체가 많았지만 네이버는 이들과 달리 온라인 쇼핑을 토대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마켓컬리 긴장할 수밖에
물류를 내재화해 새벽배송 시장 경쟁에 나선 기존 플레이어들은, 겉으로는 네이버의 새벽배송 시장 본격 진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다. 마켓컬리 한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우리도 더욱 성장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추진 중인 IPO(기업공개)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이 관계자는 내다봤다. 기존 새벽배송 업체는 네이버와 비교해 품질 관리에 장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마켓컬리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고객의 집까지 배송하는 과정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용이하다”고 했다. 쿠팡 측도 품질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검색엔진 1위 사업자의 등장 자체만으로 업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의 진짜유통연구소 관계자는 “쿠팡과 마켓컬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 단순 거래액 총량으로 따지면 쿠팡과 마켓컬리보다 네이버가 높은데, 수요는 똑같은 상황에서 네이버로 판매자가 이동하게 되면 그만큼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 업체들이 오픈마켓 입점업체를 늘리려고 하는 중인 점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최근엔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추세다. 쿠팡의 경우 판매업체의 상품을 직매입해 파는 형식으로 성장해왔으나,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해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쇼핑은 대표적인 오픈마켓 형태다. 비용 효율적인 면에서 네이버가 낫다는 판단이 들면 판매자 입장에선 쿠팡에 입점할 이유가 적어진다.
다만 네이버와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이 성공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CJ대한통운이 물류를 오래 하면서 쌓아 올린 노하우는 많지만, 그냥 달리기를 하는 것과 100m 달리기를 하는 것은 다른 종목이다. 물류를 핵심 경쟁력이라고 본다면,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셈이기 때문에 통제를 제대로 못 하는 데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존재한다. 특히 리테일 비즈니스는 배송이 조금 늦는 등 사소한 이슈로도 소비자들의 선택이 갈리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