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아닌 정치인처럼 행동…불법 관여자들에 ‘배임죄’부터 물어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변호사는 한동훈 장관이 국민을 착각하게 만드는 행태를 멈추라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궁극적으론 외환은행 불법 매각 관련자들의 책임을 규명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 변호사를 만나 이번 ICSID 판정에 대해 물었다.
―10년 만에 ICSID 중재판정이 선고됐다.
“이번 론스타 판정은 2012년 1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약 6000억 원을 깎아서 매각할 때 국가에서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자액 약 185억 원까지 더하면 3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법적 관여로 국가에 피해를 끼친 행위가 배임죄로 성립한다면 공소시효 15년이다. 2027년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이다.”
―법무부가 판정 무효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판정무효 신청을 한다는 것은 잘못한 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판정무효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한국 정부 책임이 없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론스타와 새로운 국제 소송이 시작될 뿐이다. ICSID 협정 제52조 6항에는 ‘판정이 무효로 된다면 그 분쟁은 어느 일방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본장 제2절의 규정에 따라 구성되는 새로운 재판소에 제출되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한동훈 장관이 말하지 않는 내용이다. 판정무효에 매달리는 동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소시효도 지나가게 된다.”
―판정무효가 안 될 거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판정무효는 △판정부 구성 잘못 △명백한 권한 일탈 △부패행위 △절차규정의 심각한 위반 △판정문에 이유를 쓰지 않음의 5가지 사유로 극히 제한적이다. 판정부 구성 잘못, 부패행위, 판정문에 이유를 쓰지 않음 등은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남은 건 2개다. 명백한 권한 일탈과 절차규정 위반이 지난 10년간 중재판정 진행되면서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한동훈 장관 발언은 설득력이 없다.”
―한동훈 장관이 소수의견을 언급한 것도 비판했다.
“소수의견을 낸 중재인은 한국에서 지명한 인사다. 편향됐다는 건 아니지만, 한동훈 장관은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3명의 중재인 중 소수의견을 낸 중재인 1명은 한국에서 지명했다고 말이다. 한국 재판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판사를 지명하지 않는다. 한국의 헌법재판소에서의 소수의견과 ICSDI 소수의견은 전혀 다르다. 법률가라면 명확히 표현했어야 한다.”
―한동훈 장관이 정치인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장관은 판정무효 신청 대신 이의신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국이 가입한 ICSID 협약에는 ‘무효신청’이라고 번역돼 있다. 그런데 한 장관은 법률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 장관이 이번 판정에 대해서 장관이 아닌 ‘정치인’처럼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는 단심제다. 이번 판정은 최종적이고 구속력이 있다. 장관이라면 무효신청 사유를 명확히 설명했어야 한다. 특히 국민에 피해를 끼친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한 장관은 ‘무엇 때문에 배상 책임을 지게 됐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라는 그 어느 발언도 하지 않았다.”
―2019년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 결정문이 이번 판정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결정문이 유일한 증거였다고 보진 않는다. 여러 자료와 증거 중 하나다. 현재까지 들어간 소송 비용만 500억 원에 달한다. 만약 판결문에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결정문이 유일한 증거로 나온다면, 법무부는 10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송비용 500억 원을 쓴 것이다. 앞서 2020년 8월 법무부가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ICC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당사자 및 근거법이 다른 제3의 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ICSID 중재판정에 전혀 쓸 수 없다고 보긴 어렵다.”
―시민단체들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을 책임자로 지목하고 있다.
“구체적인 행위자들이 판정문에 나올 거라고 본다. 이번 소송의 ‘뿌리’는 산업자본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도록 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사건을 수사했지만, 9개월 동안 수사에도 고위 관료들에 대한 혐의점을 입증해내지 못했다. 시즌2가 되지 않도록 2012년 매각 관련해서는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법적 관여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2012년 론스타가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파는 과정에선 어떤 문제가 있나.
“2011년 3월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로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 상실을 선언하긴 했지만, 징벌적 매각명령이 아닌 단순 매각명령을 내렸다. 결국 론스타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인정받으며 4조 6000억 원을 챙겼다. 이번에 그 내막과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불법행위를 한 자들에게 금전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잘못한 사람과 이득 보는 사람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국민 세금만 3000억 원이 나가는 상황이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 한동훈 장관은 2012년 외환은행 매각 행위 책임자를 반드시 조사해서 규명해야 한다.”
―해외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ISDS는 론스타를 제외하고도 6건이 남아있다. 앞으로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나.
“외국인 주주에 대한 국제재판 특권(ISD)을 주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이게 있다고 의미 있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론스타가 한국에 투자한 것만 보더라도 산업자본이면서도 은행 인수 관련 승인을 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나머지 소송은 시민단체, 국민 등이 변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서 진행해야 한다. 과거 민변은 론스타가 적법한 투자자가 아니기에 제소자격을 지니지 않았다고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거절했다. 앞으로는 누구나 변론에 참여해 전문가 의견서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