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실적 곤두박질…사교육 업계 1위 신동방, 온라인 커머스로 활로 마련
교육부는 9월 5일 ‘솽젠 정책’ 점검회의를 전국적으로 열었다. 사교육 억제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에선 법 위반 행위를 엄중히 조사하고, 법 집행 강도를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보다 강력하게 사교육을 단속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사교육 업체들은 솽젠 정책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번 교육부 점검회의로 그 추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상당수 업체들은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신동방은 중국 최고의 온라인 사교육업체다. 하지만 솽젠 정책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최근 공개된 신동방의 올해 1~5월 매출은 8억 985만 위안(1590억 원)가량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여전히 1위이긴 하지만 이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7% 줄어든 것이다. 갈수록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 올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적자폭은 지난해 1~5월에 비해 72% 늘었다.
하지만 신동방은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바로 TV 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 부문이다. 신동방은 솽젠 정책 발표 후 둥팡쩐쉬안이라는 온라인 커머스 업체를 설립했다. 신동방에서 강의로 유명세를 떨친 스타 강사들이 직접 등장해 물건을 파는 방식으로 시선을 모았다.
지난 6월 스타강사 둥위후이가 출연한 방송에선 단시간에 매출 2460만 위안(48억 원)을 올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신동방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선생님들이 물건을 팔아서 흑자를 기록할 줄은 몰랐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면서 “이제 온라인 커머스가 우리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동방 측은 회계보고서에서 “향후 혁신적인 생방송 모델을 모색할 것이다. 또한 제3자와의 협력 및 자체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 범위를 풍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둥팡쩡쉬안은 양질의 공급망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자체 상품을 출시해 판매하기 위해서다.
둥팡쩡쉬안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업계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조차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신동방의 전무이사 겸 최고경영자 순둥쉬는 솽젠 정책으로 인한 사교육 업계의 불투명한 미래를 거론하며 “라이브 커머스 사업의 잠재력을 고려해 과감하게 사업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둥팡쩐쉬안이 운영하는 틱톡 계정의 팔로어 수는 8월 31일 기준 2500만 명을 돌파했다. 유명 강사들의 팬덤이 그대로 옮겨온 결과다. 홈쇼핑 등이 인기를 모으면서 그 팬덤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신선했다. 선생님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물건을 소개하며 판매한다는 것을 누가 상상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업계에서는 둥팡쩐쉬안이 기본적이고 탄탄한 내공을 쌓지 않으면 ‘반짝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얼마 전 둥팡쩐쉬안은 라이브 커머스에서 판매한 복숭아 중 일부가 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탄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스타 강사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동방이 자체 제품 생산, 공급망 구축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신동방은 최근 전문 쇼호스트 채용공고를 냈다. 순둥쉬는 “품질이 좋은 자체 생산 제품을 50%까지 늘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신동방은 교육 부문을 통해 확보한 우수한 인재들을 둥팡쩐쉬안에 파견을 보낼 예정이다.
사교육이긴 하지만 교육업체의 홈쇼핑 사업, 더군다나 강사들이 물건을 파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사교육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제시하는 쪽은 찬성파다. 이들은 어차피 사교육업체가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에 불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학생들이 물건을 파는 선생님들을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책을 보는 것보다 장사를 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장사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