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내가 쳤다’ ‘마지막 XX는?’ 메시지에 소속사 대응키로…임그린 씨 “다음엔 용서 없다”
임 씨는 “약속 지키러 이태원 라이딩 다녀왔다”는 말과 함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임 씨는 강남 라이딩 당시와 유사한 옷차림이었고 보스제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로를 달렸던 강남에서의 퍼포먼스와 달리 이태원에서는 인파 속에서 오토바이를 운행했다. 인파 탓에 오토바이는 속도를 낼 수 없었고 많은 행인이 몰려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때 임 씨 의상만큼 논란이 됐던 장면이 있었다. 행인 A 씨가 갑자기 임 씨의 엉덩이를 찰싹 두 번 때린 것이다. 누가 봐도 문제가 되는 장면이었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성추행이다’ ‘만진 사람이 문제다. 다 벗고 나왔다고 해서 만져도 된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문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남성은 임 씨가 쓴 헬멧(안전모)을 두드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직접 임 씨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태원에서 엉덩이 치는 XX랑 머리 치는 XX 있던데 괜찮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임 씨는 “남들이 보지 않는 부분을 캐치해서 걱정해주는 그대는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너무 감사해요”라고 고마워했다.
임 씨의 이런 의견은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언론에서 임 씨가 이번 건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갈 것으로 보도했다. 임 씨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니 그만큼 생각 없이 한 행동일 테고 이번은 넘어가는 게 좋겠다고 회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성추행 사건은 소위 ‘엉만튀’로 알려지며 화제가 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당사자가 괜찮다면 남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는 의견과 반대쪽에서는 ‘성추행이 벌어졌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럼 다른 사람도 만져도 된다는 신호가 된다’고 반박했다.
차승호 법무법인 경세 변호사는 엉덩이를 때린 A 씨는 강제추행죄 또는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 변호사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면서 “임 씨가 비키니를 입고 있다고 해서 강제 추행이 용인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추행 행위는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 변호사는 “여성이 딱히 처벌 의사를 표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범죄 인지하여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대상자가 행위자를 강제추행이나 폭행죄로 고소하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 스스로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임 씨가 행위자를 강제추행으로 고소하여 혐의가 인정될 경우 행위자에게 벌금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생겼다. ‘넘어가겠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전해지자 8월 29일 A 씨가 ‘내가 엉덩이를 만진 사람이다’라면서 임 씨에게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낸 것이다. 이에 임 씨는 그 메시지를 받고 지적을 해줘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A 씨의 ‘선 넘는 행동’은 계속됐다. 처음에는 ‘내가 때렸다’고 당당히 밝히더니 대답이 없음에도 9월 3일 메시지를 재차 보냈다. 여기에도 답변이 없었지만, A 씨의 메시지는 계속됐다. 게다가 팬들과 소통하는 스토리 Q&A에 ‘마지막 XX는 언제냐’는 질문까지 했다.
결국 여기서 임 씨 소속사가 나섰다. 임 씨 소속사인 플레이조커는 “회사는 셀럽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임그린 씨도 처음에는 용서 쪽으로 기울었지만, 회사는 A 씨의 계속된 이상 행동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음을 느꼈다. 이번에 용서하면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플레이조커 측은 “이번에는 처음이니만큼 사과만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대응을 하기로 했다. 다음엔 성추행이 있다면 무조건 고소부터 하겠다”고 경고했다. 플레이조커 측은 A 씨 사건을 곧 경찰로 들고 갈 예정이다.
일요신문은 A 씨에게 왜 임 씨 엉덩이를 만졌는지, 이상한 문자를 보낸 배경이 뭔지 질문했다. 이에 A 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 장난으로 보낸 거다’라고 답했다. 이어 A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본인 사진만 내렸다. 플레이조커 측은 A 씨가 이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얼굴 사진과 범행이 나타난 영상에서의 얼굴이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차승호 변호사는 A 씨가 만약 실제 범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스타그램에서 ‘마지막 XX가 언제냐’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 자체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차 변호사는 “A 씨가 보낸 메시지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임그린 씨에게 이번 사건의 심경을 직접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태원에서 갑작스럽게 엉덩이를 만지거나 머리를 때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당황하진 않았나.
“그 당시 순간 당황했지만 나 또한 어느 정도 노출이 있는 퍼포먼스를 하는 만큼 급작스러운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일단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최초에 ‘넘어가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 얘기가 나온 배경이 뭔가.
“회사 측에선 그냥 넘어가기엔 보는 눈이 많고, 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또한 명백한 영상 증거가 있기에 고소해야 한다고 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회사를 납득시켰다. ‘수많은 사람이 카메라로 찍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엉덩이를 친 걸 보아 얼마나 세상이 무서운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만큼 생각 없이 한 행동이니 이번엔 해프닝으로 넘기자’고 계속 설득했다.”
―그런데도 A 씨에게 지속적인 메시지와 입에 담기 어려운 얘기를 들었다.
“우연히 DM을 확인했는데, 자랑스럽게 ‘제가 쳤습니다. 하하!’ 하길래 이제는 오지랖을 부려 이야기를 해줘야 했지만 회사 측에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일단 넘겼다.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스토리 Q&A에 누가 자극적인 질문을 해서, 피드에 들어가 보니 엉덩이를 때린 A 씨 계정이었다. 단순히 생각 없는 실수를 한 친구라 생각했는데, 당황스러운 쪽지에 기분이 상할 뻔했다.”
―회사도 그렇고 임그린 씨도 그렇고 다음에는 고민 없이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상사가 다 내 마음 같지 않다. 해프닝으로 넘기는 거 좋아한다. 이번에는 이번만 해프닝으로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은 없다. 이번 사건 때문에 다음 퍼포먼스 진행 시, 나를 만져도 된다고 오인하시게 된 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