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붕괴 우려 석축 대책 빠져” 비판 …교육당국 “아파트 공사 탓”-LH “교육당국이 조치 취할 부분”
경기도교육청이 10일 발표한 성남제일초 개축 사업 추진 내용을 보면, 개축 대상은 학교 본관‧별관 건물이다. 추진 방식은 경기도교육청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과 성남시 교육경비사업으로 각 기관이 협력해 추진한다. 우선 9월 말 예정돼 있는 도교육청 그린스마트 개축 타당성 평가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한 예산으로 개축을 진행하며, 이후 본관동 개축사업은 성남시 예산을 일부 지원받게 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40년 이상 된 노후 학교 건물을 증‧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교육청 계획에 따르면 개축은 이르면 2025년쯤 마무리된다. 김유미 성남제일초 학부모회 부회장은 “균열이 간 석축 위에 건물 개축 계획을 세워놓고는 교육청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한다”며 “지반 안전 점검도 2020년부터 해달라고 했는데 이제야 한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평일기준으로 17일째(15일 기준) 등교거부를 이어오고 있다. 이마저도 언제까지 계속해야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자녀가 성남제일초 2학년에 다니고 있는 홍 아무개 씨는 “지난달 22일부터 등교거부를 해왔는데 14일에는 학교에 보냈다.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비가 많이 오는 날은 불안하기 때문에 화창한 날이라도 학교에 보내야 할 것 같아서다”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 아빠도 나도 휴가를 쓸 만큼 다 써가며 등교 거부를 했다. 선생님‧친구들과 소통 없이 수업 영상을 쳐다만 보고 있는 아이의 학습 지연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수도권 지역으로 북상했던 지난 6일, 수도권 지역의 모든 학교 및 유치원은 ‘휴업’ 조치를 하도록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대부분 수도권 지역 학교들은 이날 하루 휴업을 하거나, 기상 상황에 따라 늦게 등교를 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성남제일초는 붕괴 위험 때문에 6~7일 이틀간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힌남노가 한반도를 지나간 6일 학부모들은 석축에서 추가로 균열을 발견했다. 학교를 받치고 있는 세 면의 석축 중 두 면의 균열만 그동안 공개가 됐었는데, 통행이 막혀있던 한 면의 석축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새롭게 드러났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석축은 체육관 쪽을 받치고 있는 것으로 부풀고 깨지고 금이 간 정도가 다른 두 면보다 심했다. 점검이나 보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체육관에도 균열이 발견됐다는 게 학부모의 주장이다.
교육 당국은 석축 균열이 인근 아파트 공사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제일초 인근 지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중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성남제일초는 이 공사 현장에 둘러쌓여 있다. 교육 당국은 LH에 학교 건물에 대한 정밀 안전 진단을 요구했고 2020년 6월 시행된 안전 진단 결과 석축은 B등급, 별관을 C등급을 받았다. 올해 4월과 6월 시행된 안전점검에서는 본관과 별관, 석축 모두 B등급을 받았다. 관련법에 따르면 B등급과 C등급은 모두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앞서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B등급이란 이유로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해 ‘안전하다’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더라”…성남제일초 등교거부 사연)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시설과 관계자는 “교육청도 피해 주체다. 석축 균열은 학교 주변 아파트 공사로 인한 것이고 아파트 공사 시행자는 LH, 인허가권자는 성남시”라며 “제일초 내부를 공사하다 문제가 된 것이면 교육청이 적극 나서서 해야하지만 우리도 지속적으로 LH에 요청하고 있다”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성남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 관계자는 “가정학습이나 체험학습 등의 출석인정결석은 연간 57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정밀안전진단이 이뤄지는 데 2~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교육청은 보고 있기 때문에 출석인정결석 가능일수 안에는 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아파트 공사 시행사인 LH 관계자는 “학교 관련 민원이고 성남교육지원청에서 판단하고 검토해서 안전관리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분으로 알고 있다. LH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관리자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책임 소재를 두고도 입장이 엇갈리는 사이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두고 학부모들의 우려는 깊어가는 모양새이다. 김유미 부회장은 “교육청이 한다는 정밀안전진단만 70일이 걸린다. 검사가 진행되는 그 기간 동안만이라도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해 아이들을 위험한 학교로부터 ‘대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