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가전이 ‘최종 모의고사’…이승우·주민규·홍정호 부름 못 받고 손준호 돌아오며 ‘미드필더’ 경쟁 구도
#18개월 만에 대표팀 복귀한 이강인
벤투 감독은 지난 13일 9월 평가전에 참가할 26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김민재, 손흥민, 황의조 등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이들이 대거 발탁됐다.
관심을 모은 부분은 이강인의 발탁이다. 이강인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대표팀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강인은 당시 열린 한일전에서 선발로 최전방 공격수 위치에 섰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전반전만을 소화하고 교체됐다. 팀의 0-3 완패를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단 한 번도 대표팀에 부르지 않았다. 이강인 역시 그사이 소속팀이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온 발렌시아에서 마요르카로 바뀌었지만 폼을 끌어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강인을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진 때는 지난 8월, 유럽축구의 새 시즌이 시작되면서다. 프리시즌 더 단단한 몸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강인은 주전 자원에서 밀려난 듯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핵심자원으로 마요르카에서 중용되고 있다. 소속팀 감독의 중용 아래 개막 이후 5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고 최근 4경기에서 빠짐없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1골 3도움)했다.
벤투 감독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그는 "경기력, 현재 폼, 대표팀의 요구되는 사항을 고려한 선발"이라며 "공격 프로세스에서의 판단력이 좋다"는 평가를 남겼다. 다만 수비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분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이강인의 발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벤투 감독이 잘 뽑았다고 본다"면서 "이강인이 최근 날카로움을 되찾았다.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월드컵 무대까지 살아남기 위해선 이번 평가전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외면 받는 실력자들
대표팀 소집 명단이 발표될 시기가 되면 언제나 언급되는 이름들이 있다. 주민규와 홍정호가 그 주인공이다.
주민규는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 홍정호는 MVP를 받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와 수비수다. 최근 수년간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 왔지만 지속적으로 벤투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의 부임기간 약 4년간 단 한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주민규는 이번 시즌 역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고, 홍정호는 승승장구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그에서의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대표팀으로 시선을 돌릴 경우 역시 선발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같다. 꾸준히 대표팀 승선에는 실패해왔기에 이들은 월드컵 본선 최종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민규, 홍정호와 함께 이승우의 행보에도 많은 눈길이 쏠렸다. 이승우는 이들과 달리 벤투 감독 부임 초기, A매치 출전 기록이 있다. 그간 유럽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시즌 K리그로 활약 무대를 옮긴 이후 리그 정상급 활약을 보이고 있다. 퇴장 징계를 제외하면 전 경기 그라운드를 밟았고(30경기 출장) 13골을 넣으며 리그 득점 순위 4위에 올라있다.
자연스레 대표팀 복귀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졌다. 대표팀 내 포지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자원들보다 기록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지난 6월 A매치 기간, 7월 동아시안컵에 이어 이번에도 이승우를 선택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우리 옵션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술적, 전술적 부분을 고려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했을 뿐이다.
#백업자원 경쟁은 혼란
월드컵을 2개월 앞둔 시점, 벤투호가 그리는 선발 라인업은 대체로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이 구성하는 공격진, 이재성, 황인범, 정우영이 미드필드에 서고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이 수비를 구축한다. 주전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낄 공산이 크다. 이상윤 해설위원도 "벤투 감독의 최정예 멤버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표팀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멤버를 나열할 것"이라며 "부상 등의 이변이 없다면 그대로 라인업이 구성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발 자원과 달리 백업 멤버들은 벤투 감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지션마다 각각의 이유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지적을 한다. 반면 그는 대회가 임박한 이번 소집에서도 새얼굴을 선발했다. 2선 측면 공격수 위치에 양현준을 발탁했다. 양현준의 생애 최초 A매치 선발이다. 그가 뛰는 위치는 대표팀 내 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평가 받는다. 미드필더인 권창훈이나 이재성도 이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이번 명단에 포함된 정우영, 나상호도 경쟁하는 위치다. 비록 이번 소집에서는 제외됐지만 엄원상, 송민규, 이동준, 이동경, 김대원 역시 벤투 감독의 레이더에 포함된 이들이다. 이승우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미드필드에는 손준호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손준호의 마지막 A매치 출전은 2021년 9월이다. 이전에도 꾸준히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관심 속에 있었지만 현재 활약 중인 중국 리그의 상황, 부상 등이 겹치며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었다. 손준호의 복귀로 미드필드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발생하게 됐다.
수비진에는 장기간 벤투호에 승선하던 선수들의 이탈이 있었다. 우측 이용, 중앙 박지수가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이용과 박지수는 최근까지 A매치에 출전했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같은 자리의 김문환과 조유민은 다시 한 번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조유민은 대표팀 내 유일하게 2부리그인 K리그2에서 뛰고 있는 자원이지만 A매치에 나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이번 소집에서 일어난 변화가 작은 부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집중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벤투 감독의 마음이 어느 정도 변화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명단을 발표하며 "이번 소집 명단 중 상당수 많은 선수들이 월드컵 최종 명단에도 포함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