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피스 등 활용도 높지만 감독 기준에 부합할지 의문…엔트리 확대가 유리하게 작용
#마요르카 핵심 전력으로 안착
이강인은 2021년 여름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온 발렌시아를 떠났다. 고향인 인천 지역에서 축구를 하다 2011년 스페인으로 이주한 그는 발렌시아 한 팀에서만 생활해왔다. 각급 유소년팀을 거쳐 성인팀까지 데뷔했지만 또 다른 기회를 찾으려 마요르카 유니폼을 입었다.
마요르카의 첫 시즌도 순탄치 않았다. 시즌 초반 팀의 주요 전력으로 활용되는 듯했으나 오래 가지 않았다. 2022년에 접어들며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후부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 주로 교체로 경기에 출전했다. 공격포인트를 좀처럼 생산해내지 못했고 경기 내 영향력도 줄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마요르카로 이적할 당시 숱한 이적설을 뿌렸다. 2021년 여름 단기간에만 스페인, 잉글랜드,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양한 무대의 15개에 가까운 구단들과 연결된 루머가 나왔다.
마요르카에서 한 시즌을 보낸 이후인 지난 여름에도 이적설은 불거졌다. 마요르카에서 입지가 탄탄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의 전술도 이강인의 성향과 맞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프도리아(이탈리아),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SC 브라가(포르투갈), 페예노르트(네덜란드) 등이 다시 한 번 이강인 영입설로 연결됐다.
하지만 2022-2023시즌 뚜껑을 열자 이강인은 언제 이적설이 있었냐는 듯 팀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현재까지 팀이 치른 4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그중 2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개막 첫 경기를 제외하면 최근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팀도 순항 중이다. 마요르카는 지난 시즌 치열한 강등권 싸움 끝에 가까스로 1부리그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4경기에서 1승 2무 1패를 기록, 리그 11위로 중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강인 무엇이 달라졌나
지난 시즌 마요르카의 주요 전력에서 제외되는 듯했던 이강인은 새 시즌에 돌입하자마자 팀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강인에게 여름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2022-2023시즌을 맞이한 이강인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체격이 좋아졌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지난 시즌에도 체격을 불렸지만 신체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활발한 활동량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있고 주력도 빨라진 듯한 인상을 준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강인의 신체적 변화에 대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대개 선수의 주력은 타고난 부분이라 나아지기 어렵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충분히 운동으로 보강할 수 있다. 나도 선수 시절 포지션을 중앙에서 측면으로 옮기면서 스피드를 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은 적이 있다. 꾸준한 보강 운동으로 실제 주력이 좋아졌다. 이강인도 몸을 만드는 데 집중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변화가 있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그동안 이강인에게 '볼을 끈다'는 지적이 있지 않았나"라며 "이전에 비해 간결한 플레이를 하며 템포를 올리고 있다. 어느 포지션에 기용되더라도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측면 공격수와 투톱 중 한 자리 등 여러 포지션에서 기용되고 있다. 각각의 위치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팀의 승점 획득에 기여했다.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의 이강인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후반기 소방수로 부임한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에 들어서며 이강인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이강인은 팀에서 가장 재능 있는 선수다. 모든 면에서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대표팀 합류 가능할까
이강인이 꾸준히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자 대표팀 재승선을 향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이강인의 마지막 A매치 출전은 2021년 3월 한일전이었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이강인의 A매치 기록은 6경기에 멈춰 있다.
17개월이 넘도록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이강인이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과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9년 열린 U20 월드컵에서 MVP를 받고 주가를 올린 이강인을 벤투 감독은 즉시 불러 시험대에 올렸다.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이강인에게 출전 시간을 줬지만 한일전 0-3 패배 이후 발탁이 없었다. 그사이 이강인 역시 소속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반전을 보이면서 대표팀 승선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좋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대표팀에 가는 것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물론 발탁한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본다. 중요한 시점에서 해결을 지어주는 스타성을 가진 선수다. 코너킥, 프리킥 등을 처리하는 킥력도 뛰어나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세트피스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벤투 감독의 특성상 발탁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벤투 감독은 완고한 선수 기용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대표팀 후보군에 오른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선발에서 제외했다.
다만 최근 벌어진 월드컵 규정의 변화 등은 이강인의 대표팀 승선에 호의적이다. 이 해설위원은 "축구 규칙이 달라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생겼던 5명 교체 룰이 이제는 축구의 표준이 됐다"며 "자연스럽게 월드컵 엔트리도 23명에서 26명으로 늘었다. 23명의 구상 속에 이강인이 없더라도 3명 추가된 자리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