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여왕 재산 대부분 상속해 총 1.4조원…계승 서열 1위 윌리엄, 부친의 콘월 공국 물려받아 총 1.6조원
그렇다면 왕실 일원 가운데 가장 부자인 인물은 누구일까. 정답은 바로 찰스 3세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다. 여왕이 서거하면서 부친으로부터 콘월 공국을 물려받게 된 그의 총자산은 현재 약 10억 5000만 파운드(약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은 부를 뽐내는 영국 왕실의 자산 규모는 어떻게 되며, 과연 누가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엘리자베스 2세는 생전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곤 했지만, 정확한 자산 규모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여왕이 독립적으로 보유한 개인 재산은 약 3억 7000만 파운드(약 5900억 원)로 추정되며, 서거 후 거의 대부분 찰스 3세가 물려받았다.
영국 왕실의 총 자산은 어림잡아 200억~240억 파운드(약 31조~38조 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 왕실의 토지와 재산을 관리하는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으며, 농지, 궁전, 쇼핑센터, 런던 시내 상업지구, 심지어 잉글랜드 섬 주변의 해저 등 방대한 규모의 자산과 토지로 이뤄져 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의 수익은 대부분 임대료에서 나오며, 이 밖에도 농경지와 숲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있다. 관리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의 총 가치는 156억 파운드(약 25조 1100억 원), 전체 순자산 규모는 165억 파운드(약 26조 4000억 원)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크라운 에스테이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전액 재무부에 귀속되고, 재무부는 수익의 최대 25%를 왕실 보조금 형태로 왕실에 교부하고 있다.
#찰스 3세: 9억 파운드(약 1조 4000억 원)
왕위를 물려받은 후계자인 찰스 3세는 랭커스터 공국과 4억 파운드에 가까운 여왕의 재산 대부분을 상속받았다. 매년 막대한 수익을 여왕에게 안겨주었던 랭커스터 공국의 수익은 왕실의 개인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소득은 왕실 구성원들의 공적 및 사적인 경비와 이런저런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2021/2022년 수익은 2396만 파운드(약 380억 원)로 보고됐다.
랭커스터 공국은 랭커셔, 요크셔, 체셔, 스태퍼드셔, 링컨셔에 분포돼 있는 토지 및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런던 사보이 구역에 상업용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런던 중심부 스트랜드 인근에 있는 상징적인 사보이 호텔과 금융 상품, 소규모 교외 주택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공국의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자격은 없었지만, 공국의 수익은 여왕의 개인 지갑에 들어가 여왕의 ‘사적’ 수입원 역할을 했다. 생전에 여왕은 공국의 수익을 앤 공주를 비롯해 차남인 앤드류 왕자와 막내 에드워드 왕자 등을 돕는 데 골고루 사용했다.
또한 여왕은 개인적으로 미술품, 우표 컬렉션, 경주마, 주식 포트폴리오, 샌드링엄과 밸모럴 성을 소유하고 있었다. 노퍽에 있는 여왕의 사유지인 샌드링엄의 경우에는 1세기 이상 왕실 소유로 있었고, 에드워드 7세 이후 4대째 왕의 고향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스코틀랜드에 있는 밸모럴 성은 1852년 빅토리아 여왕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 여왕에게 물려준 사유 재산이었다.
여왕의 조부인 조지 5세가 소장하고 있던 왕립 우표 컬렉션은 영국 우표와 영연방 우표를 전문으로 하는 영국 내 가장 훌륭한 수집품이며, 이 역시 국가가 아닌 여왕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수집품이다. 경주마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쏠쏠했다. 2017년까지 30년 동안 여왕은 경마로 약 670만 파운드(약 105억 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여왕의 개인 미술품 컬렉션에는 에드워드 시고와 살바도르 달리 같은 현대 영국 예술가들의 그림이 다수 포함돼 있다.
다만 이 밖의 로열 컬렉션들, 예를 들어 예술품과 문화재, 버킹엄 궁전, 기타 왕실 거주지, 왕관 보석 등은 여왕의 개인 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버킹엄 궁전은 물론이요 세인트 제임스 궁전, 켄싱턴 궁전, 윈저 성, 홀리루드하우스 궁전 등은 ‘양도할 수 없는’ 자산으로 간주돼 왕실이 임의로 매각할 수 없다. 버킹엄 궁전의 가치는 현재 14억 파운드(약 2조 2000억 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윌리엄 왕세자: 10억 5000만 파운드(약 1조 6000억 원)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된 윌리엄 왕세자의 순자산 규모는 부친으로부터 13만 에이커에 달하는 콘월 공국을 물려받으면서 훌쩍 증가했다. 이로써 윌리엄 왕세자는 영국에서 가장 큰 개인 토지 소유자가 되었다. 콘월 공국은 23개 카운티에 걸쳐 있는 농장, 주택 단지, 7개의 성, 삼림 지대, 해변, 상업용 부동산, 크리켓 경기장, 실리 섬, 다트무어 교도소 등으로 구성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총 자산 가치는 지난해 한때 12억 파운드(1조 9000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5% 정도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탓에 전례 없는 스테이케이션 열풍이 불면서 휴가용 숙박 시설들과 식물원 등 레저 시설들의 예약률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차입금을 제외한 콘월 공국의 순자산 가치는 10억 4906만 파운드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해리 왕자: 2000만 파운드(약 310억 원)
지금은 2000만 파운드에 불과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해리 왕자 부부가 7억 파운드(약 1조 원)에 이르는 재산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유명인 커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슈퍼스타 커플로서 연설과 방송 출연을 통해 최대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점쳐진다.
모친인 다이애나비는 생전에 두 아들에게 총 2100만 파운드(약 330억 원)를 물려주었다. 다만 이 자산은 25세가 될 때까지 신탁 자산을 통해 관리됐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 가치가 높아져 현재 해리 왕자의 몫은 최대 2000만 파운드로 추산되고 있다. 이 밖에도 해리 왕자는 증조모인 퀸 마더가 2002년에 사망하면서 유산으로 물려준 약 700만 파운드(약 110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해리 왕자의 총 순자산은 2000만~3000만 파운드(약 310~470억 원)로 추산되며, 아내인 메건 마클의 순자산은 400만 파운드(약 63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마클의 수입 대부분은 출연료였다. 미국 TV 드라마 ‘수트’에 출연했을 당시 200만 파운드(약 30억 원)를 받았으며, 현재 토론토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앤드류 왕자: 500만 파운드(약 79억 원)
앤드류 왕자는 미성년자 인신매매범이자 소아성애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에 연루돼 왕족 및 군대 직함을 박탈당한 후 부와 명예가 모두 실추된 상태다.
현재 조모인 퀸 마더의 저택인 ‘로열 롯지’에 거주하고 있지만, 비공개로 ‘크라운 에스테이트’로부터 100년 동안 임대한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 소유는 아니다. ‘로열 롯지’는 그가 개인 자격으로 매각할 수 있는 부동산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을 비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두 딸인 베아트리스와 유제니 공주가 모두 결혼 후 이사를 나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개인 재산은 시가 1800만 파운드(약 280억 원) 상당의 스키 샬레 외에는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프랑스의 사교계 명사 이사벨 드 루브르에게 빚진 돈 때문에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결혼 당시 여왕으로부터 선물 받은 윈저 근처에 있는 저택인 서닝힐 파크를 매각해 약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도 하다. 12개의 침실이 있는 이 건물은 5년 동안 팔리지 않다가 2007년 갑자기 티무르 쿨리바예프(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 나자르바예프의 둘째 사위)에 의해 호가보다 300만 파운드(약 47억 원) 비싼 1500만 파운드(약 237억 원)에 매각돼 화제가 됐었다. 쿨리바예프는 앤드류 왕자의 친구이기도 하다.
이 수상한 거래에 대해 당시 쿨리바예프 측은 “앤드류 왕자 측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이 이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브리핑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구매 당시 여러 입찰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구매를 결심했다”고 해명했다.
#앤 공주: 5000만 파운드(약 790억 원)
1976년 엘리자베스 2세는 앤 공주와 첫 번째 남편이었던 마크 필립스를 위해 저택 한 채와 갯트콤 파크 농장을 매입해 주었다. 매입가는 비공개였지만 50만~75만 파운드(약 8억~11억 원)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영국 왕실은 수리비용을 지불해주었고, 농장 규모는 앤 공주가 이혼하면서 재산이 분할되기 전까지 약 730에이커에 달했다.
현재 앤 공주와 두 번째 남편인 티모시 경은 갯트콤 파크에서 거주하고 있다. 앤 공주의 정확한 자산 규모는 추측하기 어렵지만, 여왕 서거 후 상당한 양의 보석과 미술품 등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드워드 왕자: 1000만 파운드(약 158억 원)
현재 가족들과 함께 서리 백샷 파크에 있는 3000만 파운드(약 47억 원)의 저택에 살고 있다. 막내아들로서 여왕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에드워드 왕자 부부는 자산 면에서 큰 부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버지 필립공과 조모인 퀸 마더로부터 상당한 액수를 물려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부부의 생활비는 이제 찰스 3세가 운영하게 될 랭커스터 공국에서 지원 받고 있으며, 2002년 이후부터 모든 왕실 관련 행사 비용은 왕실 보조금에서 지급받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