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자 폭주해 세 차례 서버 다운…난공불락 2단계 깰 비법 놓고 사기 금전거래 발생
양러거양은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위챗을 구동하면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미니 게임이다. 누구나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게임 방법이 단순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여기에 지역별 랭킹을 확인할 수 있어 각 지역 간 경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게임은 간단하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하면 특정 지역 성의 일원이 된다. 동시에 화면 아래엔 총 7개의 슬롯이 생성되면서 1단계가 시작된다. 화면 위에 무작위로 나타나는, 그림이 그려진 정사각형을 선택한 뒤 슬롯으로 옮겨온다. 같은 그림을 3개 완성하면 빈 공간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정사각형은 남아 있다. 7개 슬롯이 꽉 차면 1단계는 실패다.
실패하면 30초짜리 광고를 본 후 다시 게임에 도전할 수 있다. 게임 개발사는 이 광고 유치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상에선 개발사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음모론이 돌았다. 1단계는 제법 통과하기가 쉽지만 2단계 난이도는 몇 배 올라간다. 전체 이용자 중 2단계를 통과한 비율은 1%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개발사가 일부러 난이도를 높여 실패하도록 했다. 다시 1단계로 돌아가려면 광고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발사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게임업계에선 2단계 난이도를 높인 것도 인기의 또 다른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유명 게임 블로거 루보는 “첫 번째 관문은 말 그대로 눈 감고 통과할 정도로 쉬웠다. 그런데 두 번째 관문은 도저히 통과할 수 없었다”면서 “처음엔 이 게임이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2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니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 이용자도 “1차 관문이 유치원 입학시험이라면 2차 관문은 수능시험이라고 보면 된다. 주변에서 2차 관문을 통과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2차 관문을 통과한다면 엄청난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낄 것 같다”고 했다. 게임 전문가 누파는 양러거양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용자들이 고르는 (정사각형) 카드는 랜덤이다. 결국 운이다. 누구나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고 싶어 한다. 또 타인보다 자신의 운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지역 경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성이 다른 성에 뒤처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2단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통과 방법을 은밀히 거래하는 이용자들도 있다. ‘천선생’이라는 게임 계정을 쓰는 이용자는 “3위안(600원)을 주고 2단계 해독법을 샀다”고 주장하면서 2단계 통과 인증을 했다. 실제 곳곳에서 돈을 지불하고 2단계를 통과했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복불복이다. 해독 아이템을 사도 2단계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어떤 이용자는 유료 해독 아이템 구입 40번 만에 2단계를 통과했다고 알려졌다.
천선생은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통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개발사가 활용하는 특정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개발사가 난이도를 높인 뒤, 그 해독법을 뒤에서 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당국은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사기 사건 주의를 당부했다. 2단계 통과 해법을 알려준다고 한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 게임 실패 후 반드시 봐야 하는 광고 시간을 줄여준다며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하는 식의 피싱이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중국 IT업계 유명 평론가 장서러는 “이런 미니 게임에 빠지면 정상적인 생활에 차질이 생긴다. 양 울타리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중국에서 이런 식의 미니 게임이 광풍을 불러일으킨 적은 예전에도 있었다. 2018년 출시 3일 만에 총 사용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했던 ‘점프점프’가 대표적이다. 점프점프 역시 간편한 접속과 쉬운 방법으로 인해 ‘국민 게임’으로 급부상했지만 금방 시들해졌다. 점프점프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양러거양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베이징시 사회과학원에서 게임을 주로 연구하는 왕펑은 “단기적으로 폭리를 취하고 사라지는 게임들이 중국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개발사들이 게임에 많은 투자를 하는 대신, 적은 비용으로 단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미니 게임 생산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왕펑은 미니 게임의 수명을 더 늘리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투자를 늘려 게임을 더 오래 다듬어야 한다. 특히 그래픽 등 디자인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둘째, 단순한 점수나 순위를 매겨선 안 되고 일정한 상호 작용을 도입해야 한다. 게임 커뮤니티 운영, 실시간 업데이트 등을 통해 이용자들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