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호-엄승유 쌍둥이 형제에 막내 엄지은 양까지 동반 참가…우승자 출신 언니·오빠 둔 안윤주 양 ‘준우승’
대회 참가자 중에는 남매 선수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청학부(여자 1~4학년)에서 4오버파 76타로 3위를 차지한 엄지은(불무초) 양은 오빠들과 함께 대회에 나섰다. 엄승호 군과 엄승유 군은 항룡부(남자 5~6학년)에서 경쟁을 벌였다.
대회 일정 종료 이후 만난 3남매의 얼굴은 대조적이었다. 청학부 3위를 차지해 시상식에 참석한 엄지은 양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오빠들은 밝지 못했다. 오빠들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직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회를 지켜본 어머니는 "오빠들 성적이 예상보다 좋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엄 양은 "처음으로 트로피를 따서 신기했다. 티샷과 세컨샷이 모두 잘돼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었다"며 "다음에는 스코어도 높이고 우승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큰오빠 엄승호 군은 "아이언샷을 더 가다듬어서 스코어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동생에게는 "다음에는 언더파를 목표로 해서 우승까지 하라"는 격려를 건넸다.
엄 양에게 오빠들과 함께 대회에 나선 소감을 묻자 "오면서 오빠들이랑 싸워서 기분이 안 좋았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언제 화해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삼남매는 약속이나 한 듯 대답을 거부하며 '현실 남매'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수 년간 언니·오빠들과 함께 한 안윤주 양은 처음 이 대회에 홀로 나섰다. 안 양의 언니, 오빠인 안연주, 안성현 남매는 모두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이다. 2019년 대회에서는 각각 불새부(여자 5~6학년)와 기린부(남자 1~4학년)에서 동반 우승을 차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들 3남매는 대회마다 상위권에 입상해왔다. 초등 골프 무대에서만큼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타 제시카 코다-넬리 코다 자매 부럽지 않은 가족이다. 안윤주 양은 이번 대회 불새부 2위에 올라 '안 씨 집안'의 파워를 과시했다.
안윤주 양은 6학년으로 이번이 마지막 대회다. 내년부터는 중학생 선수 신분이 된다. 오랜 기간 삼남매를 데리고 대회장을 찾았던 어머니 강미영 씨는 "마지막 대회라니 후련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일요신문 초등연맹회장배 골프대회는 이들 삼남매에게 추억이 많은 대회다. 강 씨는 "둘째 성현이가 누나를 따라 골프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대회다. 누나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으며 사진 찍고 하는 것을 보며 '나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좋은 추억 남겨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안연주 양과 안성현 군의 근황도 들을 수 있었다. 일요신문 초등연맹회장배 대회 우승자 출신인 두 선수는 모두 국가대표 상비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 씨는 "두 아이 모두 잘 성장하고 있다. 성현이는 최근 성인 무대에 출전해 최연소 컷오프 통과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며 웃었다. 안 군은 지난 4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 출전하며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12세 11개월 16일)을 세웠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김시우(15세 3개월 2일)였다. 곧이어 9월에는 역대 최연소 컷 통과 기록(13세 3개월 19일)을 세웠다. 강 씨는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일요신문, 초등연맹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7년 이상 대회장을 찾은 어머니 강미영 씨는 기자에게도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곧장 '재회'의 가능성은 없는지 물었다. 안윤주 양이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지만 강 씨는 슬하에 사남매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막내는 현재 골프선수의 길을 걷지는 않고 있다. 막내의 대회 참가에 손사래를 친 그는 "아이 세 명을 골프선수로 키우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다. 윤주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은데(웃음) 막내까지 골프를 하면 다시 힘들어진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강하게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보성=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