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순·권오수 측근, 김 여사와 통정거래 의심…최은순 계좌, 권 전 회장의 차명계좌 가능성도
앞서 일부 언론보도와 검찰 공소장 등을 통해 최은순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주가조작에 관여된 것으로 의심되는 최 씨 명의 계좌는 최소 2개다.
6월 24일 공판에서 염 아무개 씨에 대한 증인심문이 진행됐다. 염 씨는 권오수 전 회장 측근으로, 도이치모터스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냈다. 그는 도이치파이낸셜 설립 자금 조달을 직접 진행했고, 도이치모터스와 도이치파이낸셜 자금·재정 업무를 수년간 총괄했던 인물로 전해진다. 염 씨는 2010년 초쯤 권오수 전 회장이 임차한 서울 논현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권 전 회장 관련 업무를 돕고 있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염 씨와 최 씨 증권계좌가 2010년 9월 1일부터 2011년 3월 30일 사이 거래일자 36일 동안 5개의 동일 IP에서 접속돼 매수·매도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총 거래 건수는 246건이었다. 다만 246건 중에는 도이치모터스 외에 다른 주식종목 10여 개도 포함돼 있어,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가 몇 건인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검찰은 2010년 11월 3일 거래를 예로 들었다. 염 씨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오후 1시 14분 14초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2만 5007주가 HTS로 매도 주문이 나왔고, 최은순 씨의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계좌 역시 오후 1시 14분 25초에 HTS로 주식 6만 2319주 매도를 주문했다. 두 계좌 사이에 주문시간 차이는 11초에 불과했고, 동일 IP가 사용됐다.
두 계좌가 내놓은 주식을 사들인 게 김건희 여사의 미래에셋대우 계좌였다. 김 씨 계좌는 매도주문이 나온 32초 후인 오후 1시 14분 57초에 HTS로 9만 주 매수주문을 넣어, 최 씨·염 씨 계좌 매도수량 8만 7326주 전량을 김 여사가 가져갔다. 검찰은 이 거래를 통정거래(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사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로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최 씨 미래에셋대우 계좌의 2010년 11월 2일 전화주문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염 씨입니다. 최은순 계좌 관리인, 체결 놓은 거 확인 좀 해주세요. 비밀번호 ‘○○○○’요”라고 기록돼 있었다. 염 씨가 최 씨의 계좌 관리인으로, 주가조작에 최 씨가 연루돼 있었다는 정황으로 읽힌다.
다만 최 씨 명의 계좌는 권오수 전 회장이 최 씨에게 빌린 차명계좌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염 씨가 증인심문에서 “최은순 씨의 미래에셋대우 계좌는 권오수 전 회장 차명계좌로 생각했다. 권오수 전 회장은 바쁘신데 타인 계좌를 맡아서 할 회장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최 씨의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최 씨가 아니라 권 전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당시에도, 퇴사 이후에도 최은순 씨를 몰랐고, 본 적이 없으며,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와 마찬가지로 최 씨에 대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수사가 2년 넘게 마침표를 찍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에서 담당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계속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서명해 당론으로 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 집권여당과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