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실탄’인데 이익률 낮아 여력 부족…E1 “당장 큰돈 들이기보단 하나하나 시작하는 단계”
물론 E1의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E1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3조 776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78% 늘었고, 영업이익도 46.4% 증가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30% 감소한 559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급감한 이유는 과도한 헤지 계약 때문이다. E1은 LPG 수입 가격 변동 및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고자 다수의 파생상품계약을 맺어놓고 있다. LPG 가격 하락에 베팅해 혹시 모를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E1이 대규모 적자를 낼 가능성은 낮지만 영업환경이 대폭 개선돼도 영업이익률이 2~3%를 넘기 힘든 구조다.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경영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1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어느 정도는 공격적으로 이익 극대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2~3%의 영업이익률로 만족하기에는 E1의 경영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LPG도 친환경인데…
E1의 전신은 LG그룹 계열사 호남정유(현 GS칼텍스)가 1984년 설립한 여수에너지다. 여수에너지는 1996년 LG칼텍스가스로 사명을 변경했고, LS그룹이 2004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될 때 LG칼텍스가스도 LS그룹으로 넘어갔다. 이후 LG칼텍스가스는 E1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LG그룹의 다른 에너지 계열사는 GS그룹으로 넘어갔고, LS그룹은 LPG 업체인 E1만 갖게 것이다. 국내 에너지 대기업 중 LPG만 맡는 회사는 E1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E1은 최근 몇 년간 정부가 전기차·수소차 육성 전략을 펼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PG는 미세먼지 배출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도 경유차량의 수십 분의 1 수준이다. 실제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 LPG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한국은 2024년부터 LPG 자동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LPG는 도시가스(LNG)에 밀려 가정용 에너지원으로 존재감을 잃고 있고, 차량용 소비 또한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E1은 산업용 LPG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산업용 LPG 시장도 SK가스에 비해 성적이 신통치 못하다. SK가스의 LPG 시장점유율은 2020년 41.4%에서 2021년 43.4%로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E1의 점유율은 30.5%에서 28.9%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E1이 산업용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E1을 제외한 나머지 LPG 사업자들은 모두 정유 등 다른 에너지 사업을 같이하는 대기업”이라며 “(다른 대기업은 LPG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에) E1이 탄소 절감 정책을 논의할 때 더 적극적으로 LPG의 강점을 설파했어야 했다. 중요한 시기에 소극적으로 나선 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E1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숨쉴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 문제는 '실탄'?
E1이 당장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는 포인트는 석유화학업계를 대상으로 LPG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에틸렌 재료로 납사 대신 LPG를 활용하는 추세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수익성도 더 높기 때문이다. 한때 범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과 GS칼텍스가 E1과 거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들은 모두 나프타분해시설(NCC) 시설을 증설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당장은 E1의 판매 규모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E1은 LPG 판매처 확대 전략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더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이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다. 구 대표는 2021년 E1 COO(최고운영책임자)로 회사에 합류했고, 곧바로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숙부인 구자용 E1 회장이 LPG 사업부문을, 전문경영인인 천정식 E1 대표가 기술안전부문을 맡고 있으며 구동휘 대표는 신규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E1은 구 대표 선임 이후 (주)LS와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서비스 업체 LS이링크를 설립했고, 풍력 및 태양광 사업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E1의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부채가 많고 이익률이 낮지만 매년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E1의 자회사 LS네트웍스의 실적 부진 우려도 약점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E1에 대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지분 투자를 통해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사업규모는 크지 않으며 당분간 대규모 투자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쟁사 SK가스는 2025년까지 2조 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가스는 현재 울산광역시에 LNG복합터미널을 짓고 있다. 2024년 LPG와 LNG 복합발전소로 가동한 후 연료전지발전소, 액화수소 플랜트를 순차적으로 건설해 2025년부터 수소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E1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수소, 전기차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무리해서 뭔가를 한다기보다 하나하나 시작하는 단계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며 “당장 큰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은 진행된 것이 없어 현재로는 자금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