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자체장 취임 후 성남 해체설에 대구·강원도 갈등…시·도민구단 잡음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
걸개에는 성남 FC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내용이 적혔다. 성남의 해체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선출된 구단주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등 구단을 향한 부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축구계는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이다. 시·도민구단이 상당수 구성원을 이루고 있는 K리그는 매 지방선거 이후 지방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사실상 시·도립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는 구단의 운영주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자체장 선출과 함께 구단의 운영 기조가 바뀌는 것은 K리그에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구 FC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대구 FC 또한 팬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구단이다. 대구 구단주 취임 초기를 보내고 있는 홍준표 시장은 선거 이전부터 구단을 흔들었다. 시민구단의 재정 문제를 지적하며 "전부 기업구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시장 취임 이후 "축구를 좋아한다"며 우려를 불식 시키는 듯했으나 "유니폼을 붉은색으로 바꿨으면 한다"는 뜻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홍 시장과 K리그 구단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시장은 2014년 경남도지사 재직 시절 경남 FC 구단이 K리그1 하위권으로 떨어지자 구단 해체를 시사한 것이다. 실제 해체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구단은 내부 인원 상당수가 교체됐다.
시민구단의 기업구단 전환을 주장하던 홍 시장은 현재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시장 취임 이후 첫 추경예산안에서 구단 지원 예산(23억 원)을 편성하며 대구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하지만 축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대구를 보는 시선이 불안하다. 이번 시즌 대구의 성적이 저조함에 따라 지방 정부에서 구단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들이 나온다. 지난 8월 기존 감독이 사퇴하며 코칭스태프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구단 수뇌부 변화에 대한 축구계 루머 또한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잘나가던 강원 FC도 흔들린다
성남, 대구 등이 하위권 성적과 동시에 정치권 입김에 흔들리는 것과 달리 이번 시즌 기대 이상의 순위를 기록 중인 또 다른 도민구단 강원 FC 또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민구단인만큼 구단주뿐만 아니라 도내 도시간 갈등마저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은 지난해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떨어졌던 부진을 딛고 올 시즌 반전을 만들었다. 상위권 6팀이 경쟁하는 파이널A에 진출했다. 5위권 이내에 든다면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도내 정치권과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차기 시즌 홈경기 유치권을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그간 강원 홈경기는 춘천시와 강릉시가 순환 개최했다. 강원도는 향후 홈경기 역시 순환개최를 결정했고 강릉시 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공모제안에 강릉시만 유일하게 전 경기 유치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강원도가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전용구장 건설을 놓고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강원 구단은 지방선거 이전부터 도내 전용구장 건립을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김진태 도지사는 건설 논의를 백지화했다. 이를 두고 각 지역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용구장 유치전에는 기존 춘천과 강릉 외에 원주시까지 가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강원도의 불협화음 탓에 이영표 대표이사마저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표이사는 이번 시즌 구단의 호성적뿐만 아니라 스폰서 유치 등 축구 외 업무에 대해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변수에 재계약 불발에 대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잡음은 반복된다
리그 전체의 이슈였던 해체설로 홍역을 앓았던 성남은 구단 유지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강경 발언을 이어가던 신상진 시장도 구단 유지를 전제로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축구계에선 '예상됐던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창 해체설이 불거지던 당시에도 축구인 A 씨는 "구단 해체까지 가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대다수 시·도민구단은 지자체장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지자체장이 취임하면 구단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해체까지 운운한 것도 구단 내 권력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민구단의 잡음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레 나온다. 다음 시즌 K리그에는 청주와 천안이 팀을 꾸려 합류한다. 이후로도 추가적인 시민구단 창단이 추진되고 있다. 앞서의 축구인은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구단주가 취임하면 그동안 겪었던 일들은 또 반복될 것이다. 시·도민구단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이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A 씨는 그러면서 축구인들의 태도 또한 지적했다. "리그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축구인들은 얼마나 기여하고 있나 돌아봐야 한다"면서 "대다수는 새 팀 창단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일자리가 하나 늘어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그곳이 얼마나 건강한 일자리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남 해체설로 어수선할 때도 일부 축구인들은 내년 시즌 성남 감독을 해보려 뒤에서 '작업'하기 바빴다. K리그 감독을 하려면 지도력보다 시청, 시의회 등에 연줄이 얼마나 닿느냐가 중요한 것이 현실이 됐다. 이제는 리그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