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마차 시위 등 일단락되자 라이온하트 상장 이슈 불거져…주가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
카카오게임즈는 수개월 전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6월 20일 출시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운영 논란이 불거진 게 시작이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경주마들을 미소녀로 의인화해 육성시켜 경주에 참여하는 게임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2월 출시한 우마무스메의 국내 퍼블리셔(유통사)인 카카오게임즈는 출시 초기부터 운영이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우마무스메의 거센 초반 흥행 덕에 이 같은 불만은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았다.
그러나 우마무스메 운영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해서 드러났다. 이벤트 기간보다 이른 업데이트로 이벤트가 조기 종료돼 이용자들이 금전적으로 피해를 보거나, 한국 서버 이용자에게 이벤트 아이템을 일본 서버 이용자보다 적게 지급하고, 일본 서버에서 진행하는 중요 이벤트를 한국 서버에서는 이벤트 시작 하루 전에 공지하는 등 문제들이 누적됐다. 그러면서 우마무스메를 옹호하던 이용자들도 카카오게임즈 비판에 가세했다.
카카오게임즈는 8월 21일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앞서의 문제들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곧바로 터졌다. 카카오게임즈가 유저 간 경쟁인 ‘챔피언스 미팅’ 공지를 늦게 알렸기 때문. 챔피언스미팅은 이 게임의 메인 콘텐츠다. 우마무스메는 지역, 경기장 유형·상태, 거리, 경주 방향, 계절, 날씨 등에 따라 경주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그만큼 캐릭터도 섬세하게 육성해야 한다. 일본 서버는 이 이벤트를 최소 2~3주 전에 공지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육성 시간을 부여한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7일 전에 알린 데다가, 단 세 줄로 공지를 마무리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의 사과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같은 실수를 반복한 셈이다.
화가 난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시위를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을 8월 24일 기준 1.1까지 떨어뜨리는 ‘평점 시위’를 펼쳤다. 오프라인은 주로 게임사의 부실 운영에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해오던 트럭 시위 대신 게임의 특성을 살려 ‘마차 시위’를 선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시 사과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시위를 이어갔다. 국회의원들도 이 사건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게임즈의 부족한 서비스로 이용자들께서 분노한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마땅찮다. 앞으로 입법과 개정을 통해 이용자 보호를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간담회를 열고 이용자들과 대화에 나섰으나 오히려 화를 키웠다. 앞서 이벤트 종료 직전 실시된 게임 점검에 따른 피해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는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으며 이벤트를 놓친 것은 고객의 개별 선택이었고 피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기 때문. 결국 이용자들은 ‘불매 운동’까지 강행했다.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는 것을 넘어 기존에 구매한 결제 금액 환불을 요구하는 소송까지 진행한 것.
결국 이 사건은 카카오게임즈가 꼬리를 내리며 일단락됐다. 카카오게임즈는 간담회 이후 고위 책임자들 교체 및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선 태스크 포스(TF)팀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앞서의 피해와 관련한 보상책 마련과 운영 정책 개선, 한국 서비스, 게임 개선 및 보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수준 높은 운영에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평점 1.1을 기록하고 매출도 급감한 데다가 대규모 집단 소송에 국정감사까지 다가오는 상황에서 위기를 느낀 카카오게임즈가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우마무스메 시위를 담당했던 총대진은 “카카오게임즈가 개선의 여지를 보이는 답변을했다. 이제 게임 정상화에 대한 판단은 게임 소비자가 해야 한다”며 해산을 공식화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도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운영 논란에 대해 “(우마무스메) 총대진 여러분을 비롯해 이용자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논란 당시 대처했던 말에 대해서는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마무스메 사건이 종결됐음에도 카카오게임즈를 향한 여론의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우마무스메 사건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와 맞물려 오딘 개발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공모 절차에 돌입한다고 지난 1일 밝혔기 때문이다. 라이온하트는 2018년 설립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를 1조 2041억 원에 인수했다. 최대 주주는 카카오게임즈 유럽법인(30.37%)으로 2대 주주 카카오게임즈(24.57%)와 지분율을 합치면 약 55%다.
증권가에서는 라이온하트의 상장 시기가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업이 모기업 카카오여서다. IPO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최근 2년 동안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연달아 상장시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복 상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을 연기했다.
어느 기업보다도 카카오 자회사의 중복 상장에 투자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에 라이온하트의 상장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 338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오딘에서 발생한 매출만 1646억 원이다. 이는 전체 매출의 48.5%에 달한다. 핵심 자회사 상장으로 카카오게임즈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며 투자자들은 불만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라이온하트는 “상장 조달 자금으로 신규 게임 개발과 기존 서비스 중인 게임 및 새롭게 출시할 게임의 추가적인 콘텐츠 개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M&A 및 투자 재원 등으로 향후 36개월 동안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이온하트는 주당 희망 공모가를 3만 6000~5만 3000원으로 제시했다. 예상 시가총액은 3조 565억~4조 4998억 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금리 인상, 환율 급등 등 대내외적인 경제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도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3조 511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라이온하트 자체로도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이온하트 IPO는 올해 내 상장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다. 증권신고서 상 희망 공모가 기준 시총은 현실성이 낮은 수치라 본다. 단순히 자회사 IPO에 대한 시장 여론 문제만이 아니라 밸류에이션 유불리 측면에서도 따져 봐야 한다. 시총 3.4조 원의 30~40%인 1조~1조 4000억 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투자 심리가 강력하게 위축하면서 카카오게임즈는 13일 장중 3만 4500원에 거래되며 신저가를 경신했다. 2020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해 ‘따상상(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형성 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까지 기록했던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몰락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가장 높았던 지난해 11월 19일(11만 6000원)과 비교했을 때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하반기 출시할 신작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신작이 위 사건으로 카카오게임즈에 생긴 부정 여론을 반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MMORPG ‘아키에이지 워’를 12일 최초 공개했다. 신작은 원작 제작사인 엑스엘게임즈가 직접 개발 중인 게임으로 10월 공개 예정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딘의 매출이 지속 하향하고 우마무스메의 성과가 초반과는 다르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부진한 3분기 실적 이후 4분기 실적 반등을 위해선 신작 성과가 필수적인데, 연내 예정된 신작 중 엑스엘게임즈의 자체 개발 게임이 실적 기여에 가장 기대할 수 있는 신작이다. 연내 출시될 신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공개에 따라 주가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