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계좌로 몰아서 2회전 거래, 수익률 61%…‘손해만 봤다’ ‘장기간 분산매매’ 해명과 달라
일요신문은 검찰 공소장과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거, 사정당국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 증권계좌 거래내역과 자체 확보한 금융기관 자료 등을 통해 김건희 여사 수익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이뤄지던 시점인 약 1년 동안 10억여 원을 벌어, 수익률 61.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손해만 봤다고 주장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지난해 10월 “김건희 여사는 이 아무개 씨가 골드만삭스 출신 주식 전문가이니 믿고 맡기면 된다는 말을 믿고 2010년 1월 14일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일임했다”며 “네 달 정도 맡기니 도이치모터스 외 10여 개 주식을 매매했는데, 4000만 원가량 손실을 봤다. 그래서 2010년 5월 20일 남아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김건희 여사 명의의 별도 계좌로 옮김으로써 이 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했다.
대선 막바지인 2월 22일 당시 선대본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던 이양수 의원은 김 여사가 9억 원대 차익을 봤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김 여사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간 분산 매매를 했다. 거래구간에 따라 수익을 보거나 손해를 봤다”고 해명했다.
그 사이 검찰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들에 대한 공소장이 공개됐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에서는 김 여사 연루 정황이 담긴 증언과 수사기록이 나왔다. SBS에서는 사정당국을 통해 작성된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거래내역을 입수해 보도했다. 일요신문은 앞서 한국거래소 등을 통해 일부 증권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체결시간별 주식거래량 수치를 확보해 분석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전형적 작전 패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분석).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해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에서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매도를 통한 수익률을 따져봤다.
SBS가 입수한 사정당국 작성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 거래내역은 2010년 1월 12일부터 2011년 1월 13일까지 1년간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매도가 기록돼 있다. 이 거래내역에는 5개 증권계좌가 등장한다.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DS투자증권이다.
거래내역 맨 윗줄은 신한투자증권 계좌의 매수·매도 내용이 적혀있다. 2010년 1월 12일부터 29일까지 7거래일 동안 67만 5760주를 사들이고, 10만 주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경선 캠프가 공개한 신한투자증권 계좌 거래내역과 일치한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 4월 22일 공판에서 ‘선수’ 이 아무개 씨 심문 과정에서 김 여사의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2010년 5월 20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69만 주가 DB금융투자 계좌로 출고됐다고 밝혔다. 타사 이체 역시 앞서 윤 대통령 측이 해명한 내용과 맞닿아 있다. 다만 주식 수량이 애초 설명보다 많다.
따라서 검찰의 심문에 비춰보면 김 여사가 2009년 말 신한투자증권 계좌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11만 4240주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김 여사가 2009년 두창섬유(권오수 전 회장이 지배하고 있던 또 다른 회사)로부터 8억 원에 장외매수한 24만 8062주와, 이를 바탕으로 무상증자 배정 받은 12만 4031주 중 일부로 추정된다.
장외매수·무상증자 주식의 매수가와 1월에 사들인 주식의 매수금액을 더하면 김 여사 신한투자증권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79만 주(중간 매도 10만 주 포함)를 19억 7858만 8580원에 매입했다.
다른 계좌 거래내역에서는 DB금융투자와 대신증권 계좌가 등장한다. 두 계좌에서는 매도만 이뤄진다.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주식이 출고된 나흘 후인 2010년 5월 24일 DB금융투자 계좌에서 4만 7017주를 시작으로 5월 25일, 6월 16·17일 등 4일 동안 총 6만 2017주를 판다.
6월 28일부터는 대신증권에서 매도가 시작됐다. 11월 1일까지 13영업일에 걸쳐 도이치모터스 주식 62만 7983주를 처분한다. 이에 따라 2010년 1월 28일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매도한 10만 주, DB금융투자에서 나온 물량 6만 2017주, 대신증권 계좌를 통해 판 62만 7983주를 모두 합하면 79만 주에 달한다. 매도로 확보한 총 금액은 23억 5101만 4995원이다.
매도 수량은 앞서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매수한 79만 주와 수량이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김 여사 명의의 세 개 계좌로 11개월여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매도를 통해 얻은 차익은 3억 7242만 6415원이다.
사정당국이 작성한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 거래내역에는 세 개 계좌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DS투자증권 계좌에서 이뤄진 거래가 나온다.
앞서 대신증권에서 마지막 매도가 이뤄지던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는 각각 5만 3520주와 5만 3500주를 사들인다. 이어 이듬해 1월 10일까지 총 23영업일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 47만 7557주를 17억 5477만 9340원에 매수하고, 21만 1452주를 9억 4800만 2530원에 매도했다.
또한 DS투자증권 계좌에서는 미래에셋증권 마지막 매도일자인 2011년 1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 연속 거래가 이뤄진다. 매수는 1월 11일 1만 5000주가 전부고, 나머지 거래는 모두 매도였다. 4영업일간 28만 1105주를 15억 7636만 1710원에 처분했다. 특히 1월 10일과 12일 매도 거래는 블록딜(장외주식 대량매매)로 이뤄졌다. 재판 과정에서 이 거래를 두고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갈등을 일으킨 정황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 4월 8일 공판에서 주가조작 2차 작전 ‘주포’ 이 아무개 씨(L 씨)가 검찰 심문 과정에서 “(또 다른 주포) 김 아무개 씨가 김건희 여사 주식을 블록딜로 (매도)한 다음에, 김건희 여사가 전화해 ‘왜 자기 허락 없이 주식을 팔았느냐’고 난리쳤던 적이 있다. 김 씨는 ‘권오수 사장이 시켜서 했는데, 자기한테 뭐라 그러더라’(라고 했다). 그런 내용을 김 씨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고 말한 것(관련기사 [단독] ‘싸게 팔고 비싸게 되사’ 도이치모터스 공판서 나온 새로운 증언). 실제 두 날 매도평균가는 5400원과 5200원으로 당일 저가보다 낮게 거래가 체결됐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DS투자증권 계좌를 통해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매도 거래는 각각 49만 2557주로 또 다시 일치한다. 두 개 계좌로 70여 일 동안 매수·매도를 통해 얻은 차익은 6억 7808만 4900원이다.
위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에서는 1년여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매도로 총 10억 5051만 1315원의 수익을 거뒀다. 김 여사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최초 투자한 금액이 17억 2353만 3770원임을 감안하면 61.0%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이는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손해를 봤다’는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과 배치될 수 있는 대목이다.
주가조작 범죄에 이용된 157개 계좌가 정리돼있는 검찰의 공소장 범죄일람표 3번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명의 증권계좌는 5개 등장한다. 앞서 거래내역에 나오지 않는 계좌는 한화투자증권이다. 한화투자증권 계좌에서 2011년 1월 26일부터 이듬해 11월 28일까지 매수가 진행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계좌의 매수·매도 거래를 통해 얼마의 차익이 났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매수액이 3억 3283만 1575원에 불과해,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김건희 여사 명의 증권계좌별 거래를 보면 2010년 10월 말을 기점으로 나뉘어 있다. 신한투자증권·DB금융투자·대신증권 계좌 내에서 79만 주가 매수·매도 완료됐고, 이후 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 계좌에서 주식 49만 2557주 사고파는 게 모두 소화됐다. 주식거래가 2회전 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 주식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한 종목을 장기간 꾸준히 보유하면서 사고판 게 아니다. 특정 계좌들을 중심으로 몰아서 사서 한꺼번에 처분했다. 그게 두 번 순환한 것이다. 누군가 계획을 가지고 계좌를 관리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주식거래 2회전이 사실이라면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간 분산 매매했다’는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0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김건희 여사에 제기된 논란에 대해 “당연히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에 따라 담당하는 기관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결정하리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누구를 비호한다거나, (수사를) 한 방향으로 몰고 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 장관은 “증거가 충분치 않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기소할 만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의 장담에도 검찰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2년 넘게 수사 마침표를 찍지 않고 있다. 현재 김건희 여사 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에서 담당하고 있다. 위에 공개된 증거와 수사기록 등은 검찰이 확보해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