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중 한 명이 던진 정보 바탕 경호업체 섭외해 제압…“불구속 상태 범인에 칼침 맞을까 두렵다” 호소
탱크보이가 직접 밝힌 영상과 일요신문이 수사기관에 취재한 사실을 종합해보면 사건은 다음과 같다. 강도단은 9월 텔레그램에서 만나 탱크보이와 윙스 가운데 한 명을 털기로 한다. 탱크보이와 윙스 모두 선물 트레이더이면서 코인 방송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가상자산 업계에서 탱크보이는 약 50억 원 이상, 윙스는 500억 원 이상 자산을 보유했다고 알려졌다. 강도단은 텔레그램에서 모의를 시작했는데 타깃은 윙스와 탱보였다. 강도 가운데 한 명인 A 씨는 “윙스는 26세에 500억, 게임만 하다 코인으로 대박 세상 물정 모르는 애 같고 겁도 많을 것 같음. 100억 원 정도 뺏고 가족들 들먹이며 협박하면 먹힐 수도 있다는 생각인데 집이 트리마제라서 접근이 쉽지 않다. 작업하려면 대포차에 납치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논의했다.
A 씨는 다음 후보였던 탱보에 대해 “30세 초반에 재산은 미정이다. 10억 원 이상 추정. ‘깡’ 있어 보인다. 이슈가 있어 죽인다는 사람들 많다. 정확한 집 주소를 알고 있고 아파트라 보안은 평범한 수준이다”라는 얘기를 나눴다. 또 다른 강도 B 씨는 “사실상 1번(윙스)은 너무 고난도 같다. 2번(탱보)은 실제 대면한 적도 있냐”고 물었고 이에 A 씨는 “없다”고 대답했다.
A 씨와 B 씨가 어떻게 만났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코인 유튜버 가운데 돈이 많다고 알려진 사람을 상대하기로 마음먹고 의기투합한 것으로 보인다. 탱보가 올린 영상을 보면 ‘이들은 1000명이 있는 텔레그램 구인구직 홍보 채널에서 뜻이 맞아 강도를 결심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강도 B 씨는 강도 결행일 전 탱보에게 미리 연락을 취했다. 9월부터 강도 모의를 했던 B 씨는 10월 3일 강도 결행일 전 “내가 강도 시점과 정보를 줄 테니 대가로 3000만 원을 달라”고 제안했다. 탱보는 이 정보를 받고 경호업체를 섭외했다. 탱보는 B 씨 제안은 일종의 계략이라고 생각했다. 탱보는 방송에서 “만약 강도가 잘 되면 돈을 다 뺏고, 강도가 잘 안됐을 시 ‘자신은 정보원’이었다고 주장할 알리바이를 만들 목적으로 수준 낮은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 씨가 준 정보대로 이들은 강도 행위를 예정한 디데이에 탱보 집 문을 두드렸다. 탱보는 방송 과정에서 자신의 집 주소가 드러난 바 있어 이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고 알려졌다. 강도는 부동산 중개원인 척 벨을 눌렀고 안으로 들어가 집을 보는 척하고 있었다. 이때 미리 준비하고 있던 탱보와 경호업체가 순식간에 이들을 둘러싸고 제압을 했다. 이들 가방에서는 청테이프 등 도구가 나왔다고 알려졌다.
탱보는 이들을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고 A 씨와 B 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B 씨 구속영장은 법원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기각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B 씨는 자신은 진심으로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잘 해결되면 보상해 달라는 의미였다’는 주장을 했고, 탱보와 말이 엇갈리면서 영장 기각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양측 말이 엇갈리는 만큼 검찰 추가 수사와 법원의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 실체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탱보는 방송 중 강도 B 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받는 상황에 몹시 분노했다. 탱보는 “나한테 강도들 주민등록증 등 모든 신상정보가 있으니 일주일 안에 제가 보이지 않으면 칼침 맞은 걸로 봐 달라”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탱보는 ‘경찰은 주변에 없다’면서 경찰 신변보호 시스템의 허술함도 지적했다.
다만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신변보호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경찰이 2만에서 3만 명에 불과하다. 보디가드처럼 경찰 1명 혹은 그 이상이 피해자에게 밀착 경호하는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마트워치 등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탱보는 강도 B 씨가 다시 찾아올까 두려워 집을 비워두고 숙박업소를 전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가상자산(코인) 관련 유튜버 습격은 탱보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8월 코인 BJ 겸 유튜버 강은호 역시 시청자에게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강은호는 "무장 강도가 침입해 불법개조한 가스총을 5발이나 맞았다"면서 "총을 맞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강도의 전기충격기를 빼앗는 기지를 발휘, 초인적인 힘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월 유명 가상자산 유튜버 스펑키도 습격을 당한 바 있다. 스펑키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50대 남성 박 아무개 씨가 휘두르는 둔기를 맞고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기소된 강도상해죄를 비롯한 여러 범죄행위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한다”며 “피고인과 공범 김 씨의 강도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둔기에 머리를 맞아 심한 상처를 입는 등 범행 방식이 매우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인플루언서를 향한 습격이 계속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으로 보인다. 습격을 막기 위해 주소 노출을 피하는 게 최선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 유명 BJ는 “절대 주소를 노출하면 안 된다. 다수가 보는 방송에서 배달하는 음식점, 창문 밖 풍경 등 기상천외한 조합으로 주소를 알아낸다. 혹시 주소가 드러날 만한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 BJ는 “탱보 측 주장대로 BJ나 유튜버를 습격하는 텔레그램 채널이 있다면, 수사기관이 이를 발본색원해 이런 일을 앞으로 막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