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후원방판업체 대표, 김건희 여사와 인스타 ‘맞팔’, 윤 대통령 시계·추석선물도 받아…당사자 “선대위 활동”
A 씨는 과거 호텔 인력공급업체를 운영했다. 삼부토건 르네상스호텔도 주요 협력사였다. 김 여사는 이른바 '7시간 통화록'에서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권오수 회장과의 친분을 인정한 바 있다. 김 여사, 권 회장, 조 전 회장과 모두 인연이 있는 A 씨는 윤 대통령 기념 시계와 추석 선물도 받았다.
일요신문은 최근 대통령 취임식 명단에 등재된 주요 인사 이름과 그들에게 취임식 초청장이 발송된 주소지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취재한 결과 화장품 후원방문판매업체 대표 A 씨가 초청장을 받아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후원방문판매는 다단계 판매와 구조가 유사하지만, 다단계와 달리 판매원 실적이 상위 판매원 1명의 수당에만 영향을 미친다. 다단계의 경우 판매원 실적이 2명 이상의 상위 판매원 수당에 영향을 미친다.
A 씨의 취임식 참석은 인스타그램에서도 확인된다. A 씨는 윤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5월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통령당선인 특별초청'이라고 적힌 취임식 입장카드 사진을 올렸다. 좌석은 당선인 특별초청 등 주요 초청자가 속한 3구역이었다. A 씨는 5월 10일 취임식 현장 사진과 동영상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일반인들이 갈 수 있는 자리 중 가장 무대와 가까운 곳"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김건희 여사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맞팔하고 있다. 20일 기준 김 여사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4만 2000여 명이지만 팔로잉은 290여 명에 불과하다. 미술 전시, 동물권 보호 관련 계정이 대다수인 김 여사 팔로잉 명단 중 A 씨는 두드러진다. 김 여사는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 특혜 수주 의혹을 받은 업체 계정도 팔로하고 있다.
A 씨는 지난 4월 4일 김 여사가 자신을 팔로한 화면을 갈무리해 계정 상단에 고정해 놓았다. 4월 4일은 김 여사가 비공개 상태였던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개로 바꾼 날이었다.
A 씨는 윤 대통령 기념 시계도 이른 시기에 선물 받았다. A 씨는 지난 7월 30일 인스타그램에 윤 대통령 기념 시계를 받은 사진을 올리면서 "클라스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실에 20개, 비례대표 의원실에 10개의 윤 대통령 기념 시계가 전달된 날은 이보다 약 한 달 뒤인 8월 24일이었다.
A 씨는 윤 대통령 내외의 추석 선물도 받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9월 1일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호국영웅과 유가족 및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인사 1만 3000여 명에게 각 지역의 특산물이 담긴 추석 선물과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전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시위를 주도한 유튜버가 추석 선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 중 가장 위중한 사안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꼽힌다. 그런데 A 씨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의 친분을 강조한 게시글도 다수 발견됐다. 권 회장 사무실에서 함께 찍은 사진, 식사자리에서 함께 찍은 사진, 명절 선물을 받은 사진, 카카오톡 메시지를 나눈 사진 등이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비상장주식 거래를 언급한 2019년 8월 게시글도 있다. 당시 김 여사는 2017년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도이치파이낸셜 비상장주식에 20억 원을 투자했다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직후 투자금을 돌려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A 씨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에서 "(비상장주식은) 세일즈한 애들이 판 거지, 제가 아는 권 회장님은 정치적으로 좌우하시는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비상장주식을) 되팔아서 특혜 아닌가 하는데 제가 매입한 도이치월드 매장도 18억 원 주고 구매 후 내년부터 연 확정한 수익이 안 나올 시 18억 원에 되팔 수 있도록 계약이 되어있다"며 "그만큼 사업에 자신이 있다는 말씀인 거다. 전혀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코바나컨텐츠와 관련된 사진도 있다. A 씨는 2018년 2월 권 회장에게 받은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 선물세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게시물엔 김건희 여사도 '좋아요'를 눌렀다. 자코메티 특별전은 김 여사가 대표로 재직한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했던 행사다. 도이치모터스는 협찬사였다. 도이치모터스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한 여러 행사를 후원했다.
윤 대통령 내외와 끈끈한 관계로 알려진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도 A 씨는 인연이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A 씨는 2003년 인력공급업체를 창업했다. 특급 호텔들과 제휴해 호텔업 구직자 교육을 진행하고 취업도 알선했다. 제휴 호텔 중 삼부토건이 운영했던 르네상스 호텔도 있었다.
김건희 여사는 이른바 '7시간 통화록'에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 오랜 인연을 쌓아왔다고 인정했다. 김 여사는 통화록에서 "권오수 회장하고도 벌써 지낸 지가 20년"이라며 "처음에 사람들이 저를 모를 때는 사업을 같이하니까, 나를 (권 회장) 애인으로 오해했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에 대해선 "삼부(토건) 회장님하고는 되게 오랫동안 가족같이 친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A 씨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와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니다. 전혀 만난 적이 없다"며 "김 여사와는 인스타 맞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김 여사가 인스타 디엠(개인 메시지)으로 한두 번 '잘 보고 있다. 화이팅'이라고 보낸 정도"라고 해명했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의 친분에 대해선 "16년 전 (BMW) 7시리즈를 사면서 (권 회장을) 알게 됐다. 대구 고향 선배이자 중학교 선배, 대학원 선배님이기도 하다"며 "권 회장님 사진을 인스타에 많이 올렸는데 그때는 (김 여사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 관련해선 "난 르네상스 호텔에서 피트니스 회원 연합회 부회장을 오래 했다. 조 회장은 운동하러 자주 오니깐 뵙곤 했다"며 "그때 윤석열이라는 사람은 알지도 못했고, 김 여사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울러 A 씨는 "정당 활동을 오랫동안 열심히 했고, 지난 대선에서 서울선거대책위원을 맡았다. 그런 쪽에서 인연이 된 것 같다"며 "떳떳하니깐 인스타그램에 (취임식 참석, 대통령 시계 선물, 추석 선물 사진을) 전체공개로 올렸다"며 "대통령이나 여사님과 이권이 걸려있는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