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교육위서 김건희 여사 의혹 재점화…국민의힘, 문재인·이재명 카드 꺼냈으나 불발
#교육위, 김건희 여사 의혹 재점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정쟁 신호탄을 가장 먼저 쏘아 올렸다. 9월 23일 교육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기재 의혹과 관련해 총 11명의 일반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안을 채택했다.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아닌 민주당에서 단독으로 올린 명단만 채택됐다. 이들은 오늘 10월 4일과 21일 진행되는 교육위 국감에 출석해야 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시작하며 “장관도 없는데 증인마저 없는 국감을 할 수는 없다”며 “어떻게든 합의를 해 달라고 요청드렸는데 안타깝게도 증인·참고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관련해서 국민대학교에서는 임홍제 총장, 전승규 영상디자인학과 교수, 연구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숙명여대에서는 장윤금 총장과 연구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 여사의 한국디자인포럼 투고 논문 2편 재검증 관련해서는 이운형 인천대 교수와 류철호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회장이 증인 명단에 올랐다. 김 여사의 허위이력 의혹에 대해서는 홍석화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대표, 임원재 전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입 관련해서 증인에 포함됐다.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들은 곧바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기홍 교육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들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증인 채택 날치기 처리는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폭거로 강력히 규탄하며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어 “과도한 정치 공세성 증인 채택을 반대하는 이유는 사회에 대한 정치권력의 지나친 개입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공직 후보자나 공직자가 아닌 개인의 논문 문제에 대해 국가 권력의 과도한 개입은 우리 사회의 자율과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위 소속 한 의원실 보좌진은 “김건희 여사의 증인 출석 여부부터 시작해서 올해 국감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위, 96명에서 5명으로 추려진 증인 명단
여야는 국토위원회 국감에 96명에 달하는 증인과 참고인을 신청했다. 민주당은 52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신청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관련해서 최은순 전 이에스아이엔디 대표, 김태정 전 경기도 양평군 부군수, 이훈복 대한토지신탁 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하며 42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부르려고 했다. 성남 FC 후원 관련해서는 박정원 두산 회장과 두산건설의 이병화 전 CEO, 곽승환·송정호 CFO를 증인 명단에 올렸다. 성남 대장지구 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해서는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고재환 성남의뜰 대표, 김민걸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 김한모 HMG 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과 박정준 부국증권 부사장은 성남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특혜 의혹 관련해서 이름을 올렸다. 성남 고등동 제일풍경채 사업승인 특혜 의혹 관련해서는 유재훈 제일건설 사장을 증인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여야 간사단 합의 과정에서 증인 4명 참고인 1명 등 5명으로 추려졌다. 9월 28일 국회 국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에 부를 5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정익희 HDC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광주 학동 붕괴참사·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대표는 참고인으로 선정됐다.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은 택시 호출 수수료, 택시 대란 문제와 관련해서 출석할 예정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김재석 전국민간임대연합회 대표는 민간임대 변칙 분양전환, 분양가 산정 관련 피해사례에 대해서 답변할 전망이다.
국토위 소속 한 의원실 보좌진은 “대기업 협력관이 의원실에 열심히 소명하러 다닌 효과를 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장모를 계속 주장하면 파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여야 협의를 통해 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줄다리기 속 맹탕 국감 우려 나와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증인을 대거 신청했으나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 정부 정책 관련 질의를 위해 백운규·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토교통위에선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김현미·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 등을 증인 신청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관련 인사들은 여야 협의 과정을 거쳐 증인 명단에서 모두 제외됐다.
국민의힘은 국방위원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에선 여야가 증인 약 70명을 신청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일산킨텍스 사장, 쌍방울그룹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두고는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를 명단에 올렸고,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박은정 광주지검 부장검사 등을 신청했다고 전해진다.
민주당 한 보좌진은 “교육위에서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니까 여당에서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대표를 노리고 증인을 신청한 것 같다”며 “국감이 정쟁으로 번지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맹탕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9월 3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여야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 증인 채택을 놓고 막판 협의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일반 증인은 국감 7일 전까지 출석을 통보해야 된다. 이를 고려하면 10월 4일 열리는 과방위 국감은 증인 없이 맹탕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과방위는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을 불러 망 사용료, 맞춤형 광고, 인앱 결제 등 최근 논란이 된 사안을 다룰 계획이었다.
국민의힘 한 보좌진은 “민주당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5박 7일 해외 순방을 국감으로까지 끌고 오면서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차라리 통신 3사와 빅테크기업을 두고서만 협의했다면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국·노란봉투법, 쟁점으로 떠오를까
10월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국감의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했다. 민경우 대안연대 상임대표와 이성우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피해자는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밀정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정부가 신설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에 오른 김순호 치안감은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를 밀고한 대가로 고속승진을 했다는 프락치 의혹을 받고 있다.
행안위 소속 의원실 한 보좌진은 “민주당에선 경찰국을 타깃으로 할 것 같고, 국민의힘은 지난 5년간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월 26일 환경노동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어 국감 증인 명단을 채택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해서 의견을 낼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제21대 국회에서 쟁점 법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 중 하나로 노란봉투법을 선정했고, 이를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9월 25일 당정은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기업경영활동 위축 및 불법파업·갈등 조장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노란봉투법’의 위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환노위 소속 한 의원실 보좌진은 “민주당은 노조파괴행위와 관련해서 삼성전자 1노조위원장, 삼성엔지니어링 노조위원장 등을 불렀다.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클로노지 대표이사, 욘다 오시노리 덴소코리아 대표이사는 각각 근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법을 위반한 걸로 출석한다”며 “환노위에서 여야가 노란봉투법을 두고 격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