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멤버들 입대해도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해외공연까지 나설 가능성
이즈음 국방부 장관의 이례적인 발언이 나왔다. 8월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에서 검토했는데 공정성과 형평성, 병역자원 감소 등 원칙적인 문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군에 오되 연습 시간을 주고 해외에서도 공연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익 차원에서 그들이 계속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0월 17일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하면서 국방부의 입장에 다시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에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직무대리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공익 목적의 국가적인 행사나 국익 차원에서 진행되는 어떤 행사가 있을 때 본인이 희망한다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지금도 군에 입대한 일부 장병들에게 그러한 기회가 있을 때 제공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에서 연습 시간을 주고 해외 공연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8월 이종섭 장관의 발언보다는 다소 후퇴한 입장이다. 당시 발언은 월드투어 등 BTS의 모든 해외공연을 허용할 수 있다고 풀이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장관이 ‘국익 차원’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BTS가 월드투어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국가 차원에선 엄청난 소득이다. 미국 유명 경제잡지 포춘은 현대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BTS가 매년 한국 경제에 36억 달러(약 5조 1253억 원)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며 BTS의 군 입대로 한국이 연간 5조 원 이상을 벌 기회를 놓쳤다고 보도했다. 연간 5조 원 이상이면 개인의 영리활동으로 국한하기에는 국익 차원에서도 큰 수입이다.
그렇지만 월드투어 등의 행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제30조(영리행위 및 겸직 금지)가 ‘군인은 군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공연은 가능할 수 있지만 영리 목적은 안 된다.
BTS가 군 입대 입장을 밝힌 뒤 나온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직무대리의 발언은 기존에도 그런 제도가 있었다고 언급했을 만큼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이미 군에 입대한 연예인이 공익 목적의 국가적인 행사나 국익 차원 진행 행사에 참여해왔기 때문이다. ‘신흥무관학교’ 등 국방부가 주도한 뮤지컬 공연은 물론이고 평창 동계올림픽 등의 국제 행사에 군인 신분의 연예인이 참석하곤 했다.
국방부는 이런 행사에 참여한 군인 신분 연예인에게 각종 휴가를 제공해왔다. 행사비 성격의 휴가다. 그러다 보니 무려 휴가일수가 100일을 넘기는 연예인이 꽤 많았다. 이런 필요성이 분명해 도입됐던 국방홍보지원대원(연예병사) 제도가 각종 논란에 휘말려 2013년 7월에 폐지됐지만 여전히 국방부는 군인 신분의 연예인을 각종 행사에서 활용해 왔다.
결국 이번 국방부 입장은 BTS도 기존 군인 신분 연예인과 마찬가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 국방부와 정부 차원의 행사에 군인 신분 BTS 멤버들을 동원하고 그만큼 각종 휴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다소 이례적인 부분은 국내 행사뿐 아니라 해외 행사도 허용한다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해외공연 등의 행사가 있으면 군에 입대한 멤버들에게 공연 준비를 위한 연습 시간을 보장하고 해외 공연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BTS가 군 복무 대신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병역특례를 해 달라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건의에 대해 국방부가 BTS 멤버들이 군에 입대할지라도 BTS의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활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본인이 희망한다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국방부 입장이 지켜질지 여부다. 물론 지금까지 BTS가 보여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볼 때 당연히 참여를 희망할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렇지만 만약 군 복무 집중 등 다양한 이유로 군 입대 이후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BTS 멤버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참여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다면 참여하지 않을 기회’도 국방부가 제공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