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BF.7 미국발 BQ.1.1 국내서도 검출률 급증…다양한 변이 동시다발 유행 가능성
최근 세계적인 유행 양상이 기존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하나의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돼 글로벌 대유행을 주도해왔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우세종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 왕조'가 무너지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는 분위기다. 10월 20일(현지시각) 마리아 밴커코브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기술팀장은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를 통해 “300종 이상의 오미크론 변이가 보고됐다”고 밝혔을 정도다.
최근 미국에서는 우세종인 BA.5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9월부터 BA.4.6 감염자가 10%를 넘기며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BQ.1과 BQ.1.1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감염자 가운데 BQ.1과 BQ.1.1 감염 비율이 11%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국가에서는 BA.5의 세부계통 가운데 하나인 BF.7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9월 중순부터 유행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BF.7 변이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눈길을 끄는 변이는 재조합 변이 바이러스 XBB로 현재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는 여전히 BA.5가 우세종이지만 서서히 확진자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역별로 새로운 변이가 등장해 감염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우세종 등극이 유력해 보이는 강력한 변이가 등장한 상황은 아니다. 하나의 강력한 우세종 변이 바이러스가 글로벌 대유행을 주도했던 과거 양상이 이번 겨울에도 반복될지, 아니면 지역별로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하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유행 양상에서 분명히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 춘추전국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받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 보면 역시 우세종은 BA.5다. 질병관리청의 10월 셋째 주(10월 16일∼22일) ‘국내 오미크론 세부계통 검출률’에 따르면 BA.5가 검출률 87.6%로 여전히 우세종이지만 10월 둘째 주 이후 계속 9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한 달 전인 9월 셋째 주만 해도 검출률이 95.7%나 됐다.
BF.7이 2.7%로 전주(1.8%) 대비 0.9% 급등했으며, BA.2.75(켄타우로스)가 2.6%로 그 뒤를 이었지만 전주(3.3%) 대비 0.6% 급감했다. 미국에서 유행세가 확산되고 있는 BQ.1.1은 2.5%를 기록하며 전주(0.4%) 대비 2.1% 급증했으며 BQ.1 역시 전주(0.5%) 대비 0.7% 증가한 1.2%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유행하는 BF.7과 미국에서 유행하는 BQ.1과 BQ.1.1이 이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는 양상이다. 9월 8일 첫 확인된 BQ.1이 1.2%, 10월 13일 첫 확인된 BQ.1.1이 2.6%를 기록하고 있으며, 10월 7일 첫 발견된 재조합 변이 바이러스 XBB는 총 18건(국내 6건, 해외유입 12건)이 국내서 검출됐다. 이로 인해 10월 셋째 주 코로나19 주간 확진자가 일평균 2만 4000명대로 전주 대비 18.0% 증가했다. 새로운 변이가 새로운 유행으로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또 반복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뚜렷한 다음 우세종 변이 바이러스 후보를 언급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각지에서 유행하고 있다. 강력한 면역회피성과 전파성을 가진 BA.2.75가 BA.5를 대신한 강력한 우세종 후보로 거론되며 ‘켄타우로스’라는 별칭까지 생겼지만 예상만큼 급속도로 유행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우세종인 BA.5의 세부계통 변이인 BF.7이 9월 중순부터 유럽에서 유행하며 또 다른 우세종 후보로 거론됐었다. 미국에서도 9월 3일 0.8%에서 10월 1일 3.4%로 급증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BF.7 변이 비루스(바이러스)는 전염력과 면역 회피 능력이 더 강하여 쉽게 전파된다고 한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BF.7이 아닌 BQ.1과 BQ.1.1이 유행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유럽 역시 BF.7 유행이 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했다. 9월 중순 BF.7이 주도하는 유행이 시작된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에서 모두 10월 12일 즈음을 기점으로 유행 규모가 하락 전환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BF.7이 BA.5를 대신해 새로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그렇지만 국내 겨울 유행의 시작점은 유럽과 미국처럼 BF.7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BA.5 이후 축소 국면이던 유행 규모가 10월 중순 다시 상승 전환하는 계기 역시 BF.7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동안 BF.7 감염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BQ.1과 BQ.1.1이 본격적인 겨울 유행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이 강해 백신이나 감염으로 생긴 면역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10월 26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BF.7과 BQ.1.1 등 최근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세부 변이들의 검출률이 앞으로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서 재유행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